여보, 나 식당 차릴래. <18. 가게 체질 개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손님이 원하는 가게로

by 김주원

사실 한 번에 가게의 모든 걸 싹 다 바꿔서 매출이 오른 건 아니었다. 조금씩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눈 앞에 보이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개선해 나갔다.


우선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손님의 유입이 일정하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매출을 어느 정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판매채널 확장이 필요했다. 무작정 지나가다가 혹해서 오는 손님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배달의 민족과 계약했다. 몇 달 전부터 배달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시도조차 못했다. 어느 정도 검색을 통해서 서비스 이용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시기에 계약을 한 것이다.


배달의 민족과 계약을 함과 동시에 가게 근처 퀵서비스 사무소를 찾아갔다. 지사장으로부터 기본 거리와 요금체계 같은 것들을 안내받은 후 거래 계약을 맺었다. 희소식은 포스 기기에 퀵 서비스 자사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배달의 민족과 연동이 되는 거였다. 예전에는 간혹 포장 배달 주문 전화가 오면 일일이 주소를 받아 적고 퀵 업체에 전화해서 배달료가 얼마인지 물어보고 호출하는 등, 음식 조리하는 시간보다 배달 요청하는 행동에 시간 낭비가 더 심했다. 그런데 연동 프로그램을 설치하니까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버튼 한 번 클릭으로 자동으로 퀵 사무소에 배달지 주소가 전송이 돼서 엄청난 시간 절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초음파 세척기라는 새로운 설비도 추가로 구매했다. 지갑 사정은 정말 좋지 않았지만 한 두명 이상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설비가 있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써보면서 설거지 하는 시간과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게 확인 되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IMG_9206.JPG 초음파 식기세척기 작동 모습 -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상표 가림


그다음은 주방과 홀의 동선을 수정했다. 여러 명이 하던 일을 두 명이서 해야 했기 때문에 효율적인 동선 구조를 잡는 게 급선무였다. 식재료는 서 있는 자리에서 손을 뻗으면 웬만한 건 다 집을 수 있도록 하고 반찬이 담긴 냉장고는 손님 테이블 근처로 옮겨 손님들이 추가 반찬은 셀프로 드실 수 있게 했다. 추가 반찬 요청이 들어왔을 때 직접 챙겨주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알바 친구가 보던 카운터는 내가 보게 됐다. 음식 조리하면서 주문받고 포스에 입력하고 계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육체적인 피로도는 몇 배나 더 쌓였다. 하지만 내가 직접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게 되면서 주방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손님들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고 취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님 입장에서 무엇이 불편한 지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다.


이 시기에 적응하느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쳐있던 날이 많았지만 그때 문득 근본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가 장사를 시작했을 때에는 과연 누구를 위한 가게이며 누구에게 만족을 주려고 했었던가. 솔직하게 말해서 직장 생활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사장이라는 듣기 좋은 호칭 때문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은 여태껏 장사가 '나' 자신에게 기준이 맞춰져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손님들의 표정과 반응에서 그리고 깨끗하게 다 먹은 음식과 남긴 음식들을 보면서 바로바로 분석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시선은 '나'자신이 아닌 '손님'에게로 옮겨졌다.


내가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닌, 손님이 사 먹으러 오는 가게를 만들어보자. 이런 작은 마음의 변화로부터 가게 체질 개선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조금씩 점차적으로 개선해야 될 것들을 찾아 개선해 나가고 고객 서비스에 대한 수준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넘쳐난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기록도 이어나갈 것이다.

IMG_9234.JPG 배달의 민족 개시 첫 날, 별다른 홍보 없이 점심 때 하루치 재고가 소진 되었다.


앞으로는 가게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진상 손님, 건강 문제, 내성적인 성격으로 장사하기, 레시피 수정, 머리카락 클레임 등 가게는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 같아도 그 안에는 수많은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아마 에피소드를 다루는 문체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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