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빵은 군대 시절로 족했는데.
무언가 목표가 있다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중간에 지칠 때도 있다. 내 의지를 시험하려는 신의 장난인가(참고로 난 무신론자) 다시 안정된 길로 가려는 나약한 존재의 발버둥인가.
힘든 순간은 많이 있었지만 그중 특히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투잡을 뛸 때였다. 식당을 차리려고 일을 배운다고는 해도 직장 다니던 때의 소득 대비 격차가 거의 반토막이다 보니 투잡을 안 뛸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구한 일이 바로 생활정보지(벼*시장) 신문 배포 알바였다. 배포 시기는 일주일에 3일, 차에 신문을 싣고 하루 2~3시간이면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코스였고 가게 일 마치고 가면 딱 자정쯤이라 교통체증 걱정도 없어서 괜찮았다.
그런데 내가 맡은 코스는 도심을 지나 시골길이 70%였다. 평소 밤길을 혼자 다니면서 겁을 먹는 성격은 아닌데 자정이 넘은 시골길은 조금 달랐다. 공기도 더 차가웠고 길도 험했다. 결정적으로 사람이라면 차라리 말이라도 통할 텐데 배포하는 동안 마주치는 건 동네 개떼들이었다. 게다가 그 친구들은 전봇대를 사랑한다. 내가 꽂아야 하는 신문 통도 전봇대에 있어서 대치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초반에는 위 사진처럼 종종 대치상황이 벌어지곤 해서 난감했는데 나중에는 개들도 날보고 낯이 익어서인지 각자 할 일하고 관심도 안 가지게 되었다. 혹시나 나를 따를까 봐 절대로 내가 먹던 걸 던져주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여서 알바하는 동안이라도 조금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안됐다. 날씨가 맑으면 그나마 노래라도 흥얼거리며 하면 됐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내 감성이 노래를 허락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집에서 부침개 구워 먹으면서 감상하는 것과, 비 맞으면서 신문이 빗물에 안 젖게 온몸으로 감싼 채 달려가 재빨리 통에 넣고 차에 올라타는 감성이 같을 수가 없었다. 비 오는 날은 늘어나는 습도만큼 서글픔도 묵직했다.
그때 느낀 서글픔은 다행히도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진 않았다. 몸이 피곤할수록 내 의식은 더 또렷해졌고 목표도 명확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순간, 많은 감정들에게서 덤덤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쓰는 외전이지만 내 의지를 한 번 더 다지게 해 준 소중한 경험임이 확실해진다. 지금도 힘든 건 마찬가진데 훗날 지금의 나를 회상하면 이와 비슷한 기분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