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리스. 안녕, 이탈리아.

여행 10~11일째. 그리스 4일~이탈리아 1일

by 어린왕자

2014년 6월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너무 늦게 자서인지 피곤해서인지 새벽에 비행기를 탔어야 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어. 새벽에 잠시 깼지만 지하철 타고 가면 비행기가 뜰 시간이라 그냥 모르겠다 하고 아침 늦게 까지 자버렸어.


게하에서 어제까지 같이 여행했던 형이랑 점심때까지 담소를 나누었어. 형은 회사에 일이 없어 무급휴가를 길게 받아서 무작정 여행을 왔데. 일정은 한 달 이상이지만 회사에서 내일이라도 부르면 가야 한다고 했어. 대기업에서 많이 공부해야 하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무급휴가라니 여러 가지 생각과 걱정이 들었어. 점심을 먹을 겸 형이랑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아테네에서 주로 한국 정세 이야기를 했지. 물론 고대 아테네 이야기도 하고 말이야.




첫 소매치기


그냥 이유 없이 신타그마 광장 방향으로 향했어. 어차피 일정도 없고 광장으로 가야 식당들이 보일 거 같았어. 가는 길에 어제 못 본 제우스 신전으로 갔지.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누군가가 내 가방을 만지는 느낌이 났어. 뒤돌아 보자 백인 여성 두 명이 흠칫 놀라며 반대 방향으로 가버리더라구. 얼른 가방을 보자 지퍼가 열려있었어. 다행히 지갑과 휴대폰, 모든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어. 집시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매치기한다더니 그런 게 아니었어. 가방 지퍼에 반드시 옷핀으로 한 번 더 고정해야 하는데 방심하고 그날은 하지 않았어. 얼른 옷핀을 꺼내 고정했지. 정말 다행이었어. 아니면 남은 일정이 계속 찜찜할 뻔했어. 기분도 영 그렇고 해서 제우스 신전은 그냥 밖에서 구경만 하고 그냥 광장으로 향했어.


하드리아누스 개선문




개선문과 국회의사당


광장으로 가는 길에 하드리아누스 개선문이 보였어.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아테네 팬이라고 할 수 있어. 그래서 아테네에 도시를 만들고 그 앞에 개선문을 만들었어. 그래서 개선문 중심으로 폴리스 때 만들어진 구도심, 로마 때 만들어진 신도심으로 구분했다고 해. 그 증거로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방향에서 보면 여기는 테세우스의 도시, 반대쪽 제우스 신전으로 가는 방향에서 보면 여기는 테세우스가 아닌 하드리아누스의 도시라고 적혀있데. 알고 봤더니 아테네는 고대 아테네와 고대 로마 두 도시가 공존하는 곳이었어. 개선문을 몰랐다면 고대 아테네와 고대 로마의 차이를 몰랐을 거야. 아마 '비슷하네'하고 그냥 넘겨버렸을 거야. 또한 이걸로 아테네에서 융성한 문화가 로마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고 하는 말을 느낄 수 있었어.


곧 신타그마 광장에 도착했어. 광장 앞에 국회의사당이 있고, 그 앞에 많은 인파가 있었어. 뭐하나 봤더니 근위병들 교대식을 하고 있었어. 근위병을 키를 보고 뽑는지 다들 190cm는 넘어 보이는 거 같았어. 우리나라 궁에서 근위병 교대식이 더 멋져 보이는 건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렇겠지? 그러고 근처 카페에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도심을 마냥 걸었어.


그리스 국회의사당
출근하는 근위병과 헬멧을 쓰지 않는 할아버지들




강매


아크로폴리스로 걸어가는 길에 장미를 가득 든 여성분이 우리를 잡으며 한 송이를 주는 거야. 그래서 필요 없다고 하자 free라고 했어. 이렇게 건네 놓고 돈을 요구한다고 이미 한국에서 많이 들어서 받지 않았지만 공짜라고 웃으며 억지로 가져가라고 했어. 받고 걸어가는데 가는 나를 쫓아오며 역시나 돈을 달라고 하는 거야. free라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화를 내면서 장미를 돌려달라고 하더라고. 어이가 없어서, 이런 식으로 강매를 하다니. 자본주의에서 사람의 앞뒤가 다른 모습을 확인했지. 그리고 내가 화낼 일 아닌가? 이런 식의 강매는 없어졌으면 좋겠어. 길거리에 너무 많아.




걸으면서 구경


마냥 계속 걸어가다 보니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 그리스 국립은행, 국립 카포디스티리아스 대학 본관, 이름 모르는 관공서들을 지나갔어. 다 고대 그리스 건물 디자인으로 지어서 박물관인지 일반 관공서인지 식당인지 호텔인지 구분되지 않았어. 다 너무 비슷해서 차라리 고대 건물끼리 차이가 많이 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러던 중에 갑자기 형에게 한국에서 연락이 왔어. 출근하라나. 한 달 이상 이어질 거 같았던 휴가는 일주일 지나 끝났어. 형은 급히 게하로 들어갔고, 나는 산책을 조금 더 했어.


아테네는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로워. 어디를 걷든지 여기는 아테네라는 걸 알 수 있어. 왜냐면 어디서든지 아크로폴리스가 보이거든.


그러다 대형 마트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초록사과가 반짝 반짝이며 유혹했어. 그리스에는 한국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나오니 반갑더라. 그래서 얼른 샀어. 하나를 바로 베어 먹으면서 게하로 돌아갔지. 왜 일찍 돌아갔냐면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가 있던 날이었거든.



저녁에 다들 모여서 맥주 한잔하며 월드컵을 봤어. 다들 알다시피 브라질 월드컵은 안타까운 결과였지. 외국에서 본 느낌도 머 특별할 거 없었어. 애국심이 발동될 거 같지만 애초에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예상대로네', '고생했네' 하고 말았어.


이번에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찍 잠들었어. 게하에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은 다들 떠나고 나만 남은걸 보니까 생각보다 오래 있었다 싶었어. 집 떠난 지 열흘이 지나니 어느덧 여행에 적응되는 느낌이었지.


그리스 국립 은행




아네테 공항


오늘도 새벽 비행기. 놓친 비행기와 같은 비행기였어.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게하에서 인사를 하고 나와도 어두컴컴했어.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 가는 버스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기다리는데 어두운 새벽이라서 조금 쓸쓸했어.


10분 정도 기다리니 예정대로 버스가 도착했어. 생각보다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조금 당황했어. 아침 일찍 공항 가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지. 리무진 버스는 아니지만 캐리어 놓을 곳이 있어서 편하게 갔어. 밖의 어둠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쓸쓸한 마음은 사라지질 않더라고. 정말 무계획으로 그리스에 와서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구나 싶었어.


꽤 시간이 지나 공항에 도착했어.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사람이 없어서 공항 문 닫은 줄 알았어. 공항에서 내린 사람이 제법 되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나 시간 잘 못 알고 있었나'하며 불안했어. 같이 내리신 분들은 공항에 일하러 온 건가 봐. 한국 공항도 새벽에 몇 번 갔지만 이렇게 사람 없었던 적은 없었어. 이스탄불 공항에서 밤샐 때도 이 정도는 아니어서 당황스러웠어. 그러다 전광판에 내가 탈 비행기를 보고 안심했지. 티켓팅 직원도 없어서 셀프 티켓팅하고 기다렸어. 넓은 공항에 아무도 없으니 아무 곳에 거의 누운 듯이 앉아서 생각이나 했어.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




그리스 근대 역사와 한국 근대 역사


며칠간 그리스 여행을 다니면서 그리스의 근대, 현대 역사를 알 수가 있었어. 이건 정말 의외의 수확. 독립국가 그리스로 존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예상외였고, 나의 무지를 한 번 더 깨달았지. 막연하게 폴리스 형태가 끝나고 로마에 편입되어 로마 멸망 이후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대제국 오스만을 잊고 있었어. 오스만이 비잔티움 제국을 무너뜨렸으니 당연히 그리스가 오스만의 지배를 받았을 텐데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야. 오스만은 19세기까지 엄청난 영토를 이루고 있었어. 그리스는 40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타국의 지배를 받았다는 거야. 그 긴 시간 동안 자신들의 민족성을 잃지 않고 독립하기를 기원하며 행동했어.


메테오라에서 그 모습을 볼 수가 있었지. 오스만은 그리스 정교회가 아닌 이슬람교야. 산속 깊이 수도원을 지었던 것은 지배세력들을 피해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었던 거야. 결국 종교는 그들의 민족성을 지켜주었어. 그리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러시아, 영국, 프랑스의 참전으로 독립전쟁을 이기고 왕정으로 그리스가 독립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게 끝이 아냐.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만은 투르크족으로 그들의 민족성을 보이며 터키라는 이름으로 승전국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다시 그리스와 전쟁. 그 후, 민족성을 강조하며 그리스에 사는 터키인과 터키에 사는 그리스인을 교환했지. 이때, 오래된 지배 역사 속에서 대대손손 그곳에서 자랐던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게 강제 이주하게 되었고, 많은 갈등이 있었어. 이런 역사 속에서 터키인과 그리스인은 사이가 좋지 않아. 지금은 상당히 좋아졌지만 뭐든지 터키에게는 이겨야 하지.


하지만 평화는 시작되지 않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 독일에게 점령당해. 그리고 전쟁 끝에는 알다시피 그 나치도 패망하지. 드디어 타국과의 전쟁이 끝나나 아직도 평화는 오지 않아.


영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그리스 공산당의 3년 간의 그리스 내전이 일어나. 정부군이 승리하고 미국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 경제성장을 했어. 그 속에서 2번의 군사 쿠데타. 그리고 민주화, 왕정 폐지, 공화정 수립.


어디서 들어본 역사 같지 않아? 유럽의 반도 국가는 아시아의 반도 국가와 비슷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그렇게 큰 역사의 굴레를 실감할 수 있었어. 하지만 가장 큰 차이가 있었지. 열강이 참전한 독립전쟁. 대한민국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어.


수도원을 보러 간 메테오라에서 시작해 우연히 보게 된 그리스 근대 역사는 우리나라와 연결되어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어.


국립 카포디스티리아스 대학 본관


다시 현재와 돌아와, 출근 시간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하나둘 공항에 보이기 시작해서, 짐을 맡기고 탑승구로 향했어. 이내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다들 나처럼 힘들어 보이더라. 탑승구 앞 좌석에서 잠시 앉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비행기에 탔어.


그리고 다시 잠들었지. 비행기에서 의외로 잘 자는 거 같아. 한국에서 출국할 때는 못 자서 힘들었지만 유럽에서는 타면 자는 거 같아.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잠에서 깼어. 그리고 멀리서 이탈리아의 한 도시가 보였어.




잠깐의 밀라노


이내 밀라노에 도착했어. 밀라노는 그냥 지나가야 해. 하루 일정이었지만 어제 비행기를 타지 못해서 밀라노 일정이 없어졌지. 원래 유럽 여행 계획에도 밀라노는 없었어. 다른 곳으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아테네에서는 밀라노를 거쳐 가는 게 젤 싸더라고. 심지어 비행기 타고 기차를 타야 하지만 서울-부산 비행기보다 싸. 그래서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도 보고 밀라노 패션도 좀 보고 가야겠다 싶어서 밀라노를 넣은 거였는데, 어제 아테네에서 유유자적^^.



밀라노 역


그래도 두오모는 보고 싶어서 서둘러 공항버스를 탔어. 그런데 밀라노 중앙역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


도착한 역은 이쁘더라. 표 예매하는 곳을 빠르게 찾았지만 이층까지 가야 했어. 빨리 예매해서 두오모에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 이층에 도착하니 줄이 너무 길더라. 그냥 셀프로 하자 싶어서 기계 앞에 섰지만 이거 왜 이렇게 어렵게 해 놨니!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아. 우선 영어로 바꾼 다음에 여차저차 예매를 했어. 이런 건 어렵지 않아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시간이 촉박해서 그랬을 수도 있었을 거야.


기차 출발시간과 계산하여 10분 남짓 두오모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았어. 정말 인증샷 하나 찍고 보고만 와야 했지. 그래도 움직여 보자 싶어서 캐리어를 맡길 곳을 찾으러 다녔어. 그런데 캐비닛은 가득 차 있고, 맡길 곳은 찾을 수가 없었어. 그러는 동안 이미 10분이 지났지. 그래서 '그냥 간단히 끼니나 때우다가 가자'했어.


역 내부가 이뻐서 짐을 끌고 다니며 구경했어. 특히 유리천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채광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들어와. '나도 이런 역을 구경해보는구나' 싶었어. 어릴 적 영화에서 볼 때마다 기차역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 그때 당시 그 상황과 그 느낌이 떠올랐어. 어린 나에게 소감을 들려주고 싶었어.


역 안에 카페테리아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러 갔어. 주문 후,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는데 돈을 위에서 떨어뜨리듯이 주는 거야. 그것도 조금 거리를 두고 말이야. 그래서 동전 하나가 흘렸지. 계산대를 맞고 튀는 걸 손으로 받았어. 그러더니 손뼉 치며 'good'이라고 했어. 이거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냐 싶은 순간, 'sorry'를 들을 수 있었어.


음식을 받고 서비스가 먼가 찜찜하다는 느낌으로 먹었어. 거기다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빨리 먹고 나가고 싶었어. 나중에 한국에 와서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친구에게 말하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돈을 줄 때 손을 닿지 않게 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외국인이 보기에는 던지듯이 준다고 했어. 하지만 상황을 들어봐서는 인종차별인 거 같다고 말했어. 당시에는 몰랐지만 왠지 그런가 싶기도 했어. 하지만 사과도 받았으니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

다 먹고 나서, 플랫폼으로 나갔어. 밀라노 역답게 엄청난 인파가 있었어. 여행 오기 전에 이탈리아에서는 기차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많이 봤어. 시간은 당연히 안 지키고 심지어 예약한 좌석이 없을 수도 있다나.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가기도 하고, 들어주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어.


그래서 도착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됐어. 출발역이면 보통 10분 정도 일찍 정차해 있지 않나? 그런데 출발 시간 다 되어서 기차가 도착했어. 빨리 타라고 역무원이 재촉의 손짓을 승객들에게 했어. 나도 짐을 끌고 다소 빠른 걸음으로 예약된 칸으로 가서 탑승했지.


다행히 내 좌석은 존재했어. 그리고 내부도 깔끔했지. 하지만 역시나 정시에 출발 안 하더라. 빨리 타라더니 한참을 있다 출발했어. 승객은 많이 없었어. 오히려 사람이 없으니까 짐 걱정이 되었어. 이럴 줄 알고 캐리어 놓는 공간 근처에 좌석을 예매했지. 그리고 자물쇠도 채웠고. 그래도 워낙 소문이 안 좋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3시간 이상을 가야 했기에 잠을 청했어.


라 스페치아




라 스페치아 (La Spezia)


도착한 곳은 라 스페치아 중앙역. 이 작은 역에 온 이유는 친퀘테레를 보기 위해서야. 도착하자 노을이 지기 시작했어. 역을 나와 마을을 보니 여기가 이탈리아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지. 노란색과 붉은색의 맨션들이 보이고, 집 곳곳에 이탈리아 국기를 걸고 있었어. 사진에서 본 전형적인 이탈리아였어.


구글 맵을 보면서 숙소로 향했어. 10분 정도 걸어 예약했던 곳에 도착했어. 저녁부터 숙면을 취하고 싶어서 작은 호텔로 예약했지.


호텔 안으로 들어가 벨을 누르자 옆집 누나 같은 매니저분이 나오셨어. 호텔이라기보다 유럽의 오래된 여관 분위기였어. 설명을 들어보니 게하같은 분위기야. 라운지나 주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사람들끼리 모여 와인도 마신다고 했어. 방은 아담하고 포근하더라. 방음은 별루라 조금 걱정이었어.


체크인할 때 매니저분이 마을이 조용하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산책하기 좋다고 하셨어. 그래서 짐을 안에 놓고는, 저녁거리도 사야 하고 자기는 이른 시간이라 방을 나왔어. 키를 프런트에 맡기고 산책을 나갔지.


다들 직장에 가서 그런지 정말 사람이 없었어. 관광지인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 대형 배 관련 공장들이 있어서 관광지보다는 항구도시라는 걸 알았지. 정말 먼가 건물 형태만 다를 뿐 오래된 한국 동네 같았어. 그래서 다소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어.


걷다 보니 바다까지 걸어갔어. 그곳엔 배가 잔뜩 정박해 있었지만 바다라기 보다 강 같은 느낌. 그리고 공원에 그토록 안 보이던 사람들이 운동복을 입고 러닝하고 있었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도 있어서 여기가 부촌인 거 같았어. 벤치에 앉아서 조금 쉬다가 금방 해가 지기 시작해서 서둘러서 돌아갔지. 가는 길에 슈퍼마켓이 있어서 저녁 먹을 걸 샀어.



호텔로 돌아와 매니저분에게 짧은 산책 소감을 말하고 키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어. 씻고 식사를 하고 계획대로 일찍 누웠지. 역시 방음이 안돼. 문 밖에 사람들 걷는 소리와 창밖에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어. 많이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다소 거슬렸어. 왜냐면 나만 혼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사방에서 들리는 게 마음이 안정되지가 않았어. 그래서 TV를 켰더니 더 시끄러웠어. 이탈리아어의 고음은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외국인들이 혼자서 처음 우리나라에 오면 이런 느낌이 들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여행 온 거지만 일하러 온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소리에 둘러싸여 혼자서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어.


다소 쓸쓸한 마음에 TV를 끄고 창문을 열어 작은 발코니에 앉아 낼 일정을 확인했어. 그러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고 이른 밤이 되자 다시 조용해졌어. '다들 일찍 자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조용하게 호텔 발코니에 앉아 생각에 잠기니 혼자서 작은 호텔에 묵는 게 좋은 선택이란 걸 알았지. 그리고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도 같이 있어줘서 쓸쓸한 마음이 가시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어. 그리고 침대에 누우니까 너무 좋더라. 며칠 만에 혼자 있는 방에서 조용히 자는 건지. 지치면 종종 혼자서 작은 호텔이라도 와야겠다 싶었어. 그러다 주위도 마음도 고요해져서 금세 잠이 들었어.


라스패치아와 반달 가슴 고양이




일주일 동안 천천히 읽었으면 하는 글에 아테네, 밀라노를 각각 따로 쓰기에는 너무 짧고 조금 맥 빠지는 느낌이라 같이 썼더니 길어졌네요. 덕분에 내용을 덜어냈네요. 그리스 근대사는 그리스 마무리에 간단히라도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형태가 비슷한 역사에 대한 생각을 전해드리고 어떠한 방향이던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게 어떨지 싶어서요.

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제 글이 작은 재미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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