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기에 시간 맞춰 나가야 했어. 그래서 평소처럼 느적느적 거리지 못하고 일찍 나와 헤롱헤롱한 상태로, 출발지점인 사그라다 파밀리야 성당으로 향했어.
걸어서 30분 채 안 걸리는 거리라 구경할 겸 걸어갔어. 바르셀로나에 온 첫날에 게하 주변을 산책해서 대충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다고 여겼지.
하지만 역시나 신시가지는 그 길이 그 길 같아. 잠깐 넋 놓고 구경하는 순간 '여기 어디야?'같은 상황이 발생해. 바둑판 형식의 계획된 구역이라 앞으로 쭉 갔다가 성당이 있는 곳으로 좌회전만 하면 되는 길인데 구경하느라 이리저리 다녀버렸어.
주택지여서 아침이라 그런지 고요했어. 조깅하는 사람, 카페에 앉아서 간단한 아침과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만 보였어. 역시 스페인은 여유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걷다 보니 성당의 특이한 옥수수 첨탑이 보였어. 이 첨탑을 쫓아가면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지.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은 걸렸지만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어. 우리가 만난 장소는 정확하게는 성당이 아니라 성당 앞에 있는 공원이야. 이곳이 가장 유명한 포토존이지.
출석 체크를 하고, 오늘 여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대성당에 대한 설명도 조금 들었어. 한국명으로는 성가정 성당. 그래서 12 사도를 상징하는 12개의 첨탑과 예수를 상징하는 더 높은 하나의 탑, 중앙의 돔은 성모 마리아, 나머지 4개의 돔은 4명의 복음 성인을 상징하여 가톨릭의 가정을 나타낸다고 해. 아직 모든 첨탑이 공사 중이야. 완공되면 13개의 옥수수가 있겠지?
이곳이 포토존인 이유는 성당이 잘 보이는 이유도 있지만 공원 연못에 성당이 그대로 비치기 때문이야. 그래서 성당 아랫부분이 붙은 채 대칭을 이루는 그림을 볼 수 있어.
하지만 카메라로는 아무리 뒤로 가도 한 번에 담을 수 없었어. 번들 렌즈로는 이 거리에서 다 담기에는 성당이 너무 컸어. 형의 광각렌즈를 통해 어떤 그림인지 보고 만족해야 했어.
여기서는 가우디가 완성한 부분만을 볼 수 있어. 첫인상은 미완성된 신비한 동화세계를 본 느낌이야. 혹은 순수한 아이가 레고로 아름다운 건물을 쌓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
투어는 가우디 작품의 시간순으로 진행되기에, 그의 마지막 작품인 성당은 외부만 보고 내부는 오늘의 가장 마지막 코스로 정해져 있어서 다음 장소로 향했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연못에 비친 또 다른 성당
라 보케리아
본격적인 투어 시작점은 카탈루냐 광장. 역시나 여기가 바르셀로나 시작이지. 다음은 람브라스 거리를 통해 라 보케리아로 들어갔어.
어제와 달리 이번에는 깊숙이 들어가 봤어. 안쪽에 신선한 수산물 가게가 많아서 신기했지. 생각해보면 지중해 항구가 있는 곳이니 당연한데 말이야. 어제 입구에서 과일가게가 많은 걸 봤는데 역시나 투어팀들 중 많은 분들이 생과일주스를 사서 들고 다녔어. 보는 앞에서 신선한 과일을 넣어 갈아주는 건 강력한 유혹이야.
라 보케리아 시장
레이알 광장
시장을 나와 레이알 광장으로 갔어. 어제 봤듯이 이곳에는 가우디가 졸업 후 처음 디자인한 가로등이 있어. 이번 여행에 처음 접한 DSLR로 빛나는 가로등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아졌어. 원래 빛나는 해와 달을 좋아하는 나에게 하늘 아래의 별인 가로등은 본능적으로 찍게 되었지. 그래서 사진에 가로등이 걸쳐져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을 거야. 덕분에 유럽을 다니며 가로등을 다른 이보다 더 자세히 보게 되었어. 유럽의 가로등은 정말 매력적이야. 당시 한국에는 단조로운 가로등뿐이었는데, 유럽의 도시는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 너무 좋았어.
하지만 가우디의 가로등은 그의 명성만큼 그렇게까지 독특하진 않았어. 아마 유럽의 가로등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들이 이미 가우디의 가로등을 공부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
큰 소감은 없었지만 우연히 스펀지밥 우산을 든 소녀가 가로등과 함께 모델이 되어줘서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좋았어. 공공장소에서 몰래 찍은 사진이지만 고마웠어. 우연히 사진을 보게 된다면 선물해주고 싶어. 물론 마음에 든다면.
레이알 광장의 가우디 작품 가로등과 스펀지 밥 우산 소녀
구엘 저택
다시 람브라스 거리 쪽으로 나와 거리 반대편으로 오면 가우디의 베프이자 후원자인 에우세비 구엘을 위해 지은 구엘 저택으로 갈 수 있어. 구시가지에 있어서 그런지 중세 스타일로 설계되어 있어. 주변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있지만 구시가지라 그리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야. 아마 건설할 당시에는 주위 건물에 비해 특이한 느낌보다는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느낌이었을 거야.
지하 주차장도 있어서 정말 현대식이지. 당시에는 자동차가 없고 마차가 그 대신이었기에 지하 마구간이야. 정면 가운데 철제 독수리가 아주 멋있게 장식되어있는데 구엘 가문의 문장이래. 전체적으로 무난 무난하면서 본인의 색을 잘 나타낸 거 같았어.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어.
구엘 저택
카사 바트요
다음 장소는 에이샴플레 지구 중심거리인 파세오 데 그라시아에 있는 카사 바트요. 번역하면 바트요의 집이야. 원래 살라 코르테스 (가우디의 건축학 스승 교수 중 한 분)에 의해 지어진 건물을 가우디가 리모델링한 집 이래.
이곳에는 사람이 워낙 많고 차 소음에 가이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기억나는 건 해골 발코니와 특이한 굴뚝에 대한 설명과 현재 소유는 내가 좋아하는 춥파춥스의 소유주인 베르낫 가문이 매입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뿐이야. 베르낫 가문은 여러모로 왕 부럽다. 그리고 발코니를 보니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해골 주인공이 생각났어. 왠지 가우디 작품과 팀 버튼 작품은 몽환적인 부분에서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
이 주변은 도시계획 때, 시 주최로 열린 도시 건축 대회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해. 그래서 주변도 평범한 건물이 아니라 독창성, 예술성을 가진 건물들이 모여있었어. 그중에 카사 바트요가 가장 특이해. 물론 혼자였다면 과하게 특이했겠지만 오히려 주위 건물들 때문에 너무 튀지 않아 자연스럽다고 할까? 묘하지. 가우디가 그런 점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주변의 풍경을 고려하지 않는 집은 집으로서 가장 중요한 안락함이 떨어지니까.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카사 밀라 설명도 해주셨어. 직선이 하나 없이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건축물이라고 해. 내가 중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상상화로 동그란 건물, 동그란 자동차가 있는 동그란 세상을 그렸던 게 생각났어. 당시 사람보고는 모나지 않게 동그랗게 살라고 하면서 세상 모든 물건은 각지게 만드는 게 너무 싫어서 그런 그림을 그렸는데, 과거에 실제로 이루어낸 사람이 있다니. 30살쯤 되면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충분히 알 나이라 가우디의 대단함을 더욱 느낄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사진을 안 찍었을까......)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혹평을 들었다고 해. 현재 은행 소유이고 몇 가구가 살고 있다고 했어. 현재 거주하시는 분들은 가우디의 명작에 살고 있다는 행운에 감사하며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어. 이제는 개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해서 현재 거주하는 분들만 거주가 가능하다고 하니 엄청난 행운이지.
점심 먹고 산책
우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모이기로 했어. 이후 카사 바트요를 방문하는 일행, 카사 밀라를 방문하고 싶은 일행으로 나누어 투어를 진행했어. 예외로 둘 다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은 1시간 반 뒤에 만나기로 했어.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다니는 건 나에겐 힘들었어. 그리고 여긴 좁은 공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 카사 밀라는 더 많다고 해서 역시나 난 혼자 쉬기로 했어.
먼저, 형과 같이 점심 먹을 곳을 찾으러 갔어. 가이드께서 어제 라 폰다에서 먹었던 메뉴 델 디아에 대해 설명해줬지만 스페인의 점심시간은 길기에 약속 시간까지 모이기 어렵다고 하셨어. 그래서 바로 옆 카페에 가서 토스트랑 주스를 간단히 먹었어. 여기에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줄을 한참 섰지.
바르셀로나 산책
점심을 먹고 형은 카사 바트요를 구경하러 가고, 나는 가벼운 산책을 시작했어. 정말 시에스타가 왜 필요한지 매일 느끼고 있는 바르셀로나야. 그래서 잠들지 않기 위해 벤치에 멍 때리지 않고 마냥 걷기 시작했어.
다행히 거리들 건물들은 하나같이 다 달라. 길 잃을 걱정도 없고 골목 구경하는 재미에 잠도 어느 정도 보냈지. 골목 대부분 개성 있는 모양의 고급주택이야. 그래서 그런지 골목에 주차된 차 대신 가로수와 벤치들이 있었어. 사진 찍다 벤치에서 바람맞으며 쉬다 다시 걷다가 사진 찍다를 반복했어. 덕분에 복잡해졌던 머리를 쉬게 할 수 있었어.
걷다 보니 건너편 모퉁이에 멀리서 봐도 물결치는 듯한 건물이 보였어. 한눈에 카사 밀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 들었던 대로 카사 밀라 앞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그래서 멀리서 다양한 각도로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걸었어.
이 거리의 골목이 더 재밌는 건 드문드문 중세시대에 만들어졌을 거 같은 건물들도 있어서야. 여기는 고딕지구와 반대로 현대 건물 유리창에 중세 건물이 그대로 비쳐서 그림이 걸려있는 거 같기도 하고 현대 건물 안에 옛 건물이 있는 거 같아 재밌었어.
유럽의 다른 도시도 좋았지만 정말 여기는 살고 싶은 곳이었어. 유럽에서 긴 시간을 살라고 하면 여기를 택하고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편리하며 안락한 곳이었어.
바르셀로나 현대 속에 중세
어느덧 1시간 훌쩍 넘어버렸어. 얼른 카사 바트요로 뛰어갔어. 형에게 카사 바트요 내부를 물어봤어. 듣기에는 바다 같은 파란 내부와 가우디 특유의 굴뚝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일행들과 잠시 걸어 멀리서 카사 밀라를 본 후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어. 다음 장소는 구엘 공원.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가이드께서 스페인에서 겪은 일들과 가이드하면서 만났던 한국인들 이야기를 들으며 갔어. 듣다 보니 정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유럽까지 올 때는 다들 가슴속에 무언가를 담고 오는 거 같았어. 그래서 나도 다시 무엇을 담고, 어떤 목적으로 왔는가를 생각하게 됐어.
바르셀로나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언덕에 왔어. '이래서 버스를 타고 오는구나'라고 느꼈지. 내린 정류장에서 어제 같이 여행한 일행들을 우연히 만났어. 신기하지?
구엘 공원 정문이 정류장과 멀어. 그래서 한참을 걸었어. 그늘이 없어 걷기가 힘들었어. 구엘공원에 사람도 많을 텐데 정문까지 버스 좀 가지......
카사 바트요 내부와 굴뚝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어. 아이들이 본다면 놀이동산이라고 하려나? 그럴 만큼 알록달록한 동화 속 세계 같아. 그런 색감이 아주 마음에 들었지.
그곳에서 잠시 숨 고르며 가이드의 설명을 시작됐어. 구엘의 의뢰로 영국 정원을 모델로 삼아, 중산층을 대상으로 60호의 주택단지를 만들 예정이었어. 하지만 앞서 봤듯이 많은 중산층들은 이미 에이삼플레 지구에 새로 집을 얻어 살고 있기에, 이렇게 멀리까지 오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구엘의 죽음으로 완성하지 못했어. 이후, 시에서 기증받아 공원으로 조성되어 관광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해.
공원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딱 2채만이 지어졌는데 하나는 가우디의 집이고, 하나는 구엘 가문 소유라고 들었어. 가우디의 집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구엘 가문의 소유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들었어.
하지만 이렇게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게 신기해. 뭐, 카사 밀라에도 아직 거주 중인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그리 불편하지 않은 가봐. 가우디의 작품에서 산다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구엘 공원 입구의 경비실과 봉사관
공원의 자세한 설명 뒤, 일정 시간 동안 자유롭게 보고 공원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어. 우선 입구의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나는 과자집부터 사진을 찍고, 중앙 계단으로 가서 도롱뇽과 뱀 머리 분수대를 구경한 후, 중앙광장으로 갔어.
86개의 도리아식 기둥이 있는 광장으로 천장에 동그란 타일 조각이 너무 이뻐. 특히 깨진 타일뿐 아니라 병, 접시, 돌들로 만들었다는데, 본래의 쓰임이 다해 예술로 다시 태어나 더욱 좋았어. 어릴 적 색종이를 손으로 찢어 모자이크 만들었던 기억도 떠올랐어. 양쪽 끝으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어.
공원 1층 천장 장식
올라가면 넓은 공간 끝에 알록달록 비늘을 가진 뱀처럼 생긴 긴 벤치가 있어. 그 뒤로는 멋진 시가지와 지중해 바다가 보여. 내가 당시 이곳의 중산층이었다면 이 경치만으로도 집을 샀을 거야. 거기다 가우디가 설계한 집이라니 무조건 사야지.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서 지중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어. 우리 차례를 기다리다 아까 정류장에서 봤던 어제의 일행을 다시 만났어. 수다 떨며 기다리다 드디어 앉았어. 가이드 설명으로는 벤치가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서 편하다고 했어. 확실히 굴곡이 등에 맞춰져 있긴 했지만 딱딱하다 보니 그렇게 편한 건 아니었어. 내 뾰족 궁뎅이가 한몫했겠지만.
그곳에 한참을 앉아 공원과 바다를 바라봤어. 가장 신기한 건 이렇게 알록달록한 색이 그렇게 튀지 않는다는 거야. 원래 이런 곳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
구엘 공원에서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지중해
약속된 시간이 있기에 일어나 왼쪽 길로 갔어. 아래로는 초등학교가 있어. 요즘 아파트 안에 초등학교가 있듯이 말이야. 초등학교를 끼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어. 야자수처럼 생긴 돌기둥들이 있는데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주위와 조화로워. 걷다 보니 넓은 꽃밭과 멀리 구름다리가 보였어. 정말 동화 세계처럼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었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전체 다 보지 못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어. 천천히 다 보려면 2~3시간 이상은 필요할 거 같아. 다음에 온다면 쉬거나 간식을 먹어가며 하루 종일 있고 싶은 곳이었어.
야자수를 연상시키는 돌기둥
구엘 공원의 꽃밭
다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버스를 타고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어. 1883년부터 40년 동안 가우디 평생을 바친 최고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곳이야. 아직 미완성인 성당 앞에 서 있기만 해도 그 말에 동의할 수 있어. 아니, 가우디의 최고의 명작이 아니라 성당 중 최고의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어.
3개의 파사드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스도의 수단, 그리스도의 영광'에 관한 성경의 내용을 설명 듣고 내부에 관한 설명을 들었어. 그리고 약간의 자유시간을 받고 성당으로 입장했지.
내부는 동화 속 요정들이 사는 듯한 숲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 새 하얀 바탕에 많은 기둥들은 나무 형상을, 천장은 잎과 꽃의 모양을 하고 있었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으로 원색을 강하게 표현하여 빛으로 모자이크를 만들고 있었어.
더욱이 바탕이 하얀색이라 나무 같은 기둥과 바닥은 스탠드 글라스에 따라 다른 색을 띠고 있었어. 들어갔을 때는 해가 서쪽에 있었고, 빨간 창을 통해 빛이 들어와서 성당 안에도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어. 아침에 왔다면 반대로 파란빛이 강해 푸른 바닷속에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지. 시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니 정말이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아.
아직 스테인드 글라스가 다 설치되지 않았고, 스테인드 글라스가 진하지 않았어. 거기다 등도 있어서 다른 성당에 비해 상당히 밝았어. 그래서 다른 성당들은 시원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강했어.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 포근한 느낌은 유럽 어느 성당과 다른 곳이었어. 성스럽기보다는 안식처 같았지. 가우디가 천국에 있는 풍경을 보고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워. 스테인드 글라스가 다 설치된 후에 꼭 보고 싶어. 반드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투어 일행 모두 모여 반대쪽 문으로 나오면 호세 마리다 수비라츠 조각가가 현대 형식으로 조각한 성당을 볼 수 있었어. 이 조각가의 작품 특징은 어디서 보던지 관찰자를 바라본다는 거야. 꽤 인상적인 작품이었지만 난 각진 조각을 좋아하지 않아. 부자연스럽다는 게 가장 나랑 맞지 않는 거 같았어.
하지만 그의 의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 가우디는 이미 없고 가우디 자료도 스페인 내전이나 오랜 시간이 지나 소실된 것들이 많아. 즉 가우디가 만들듯이 만들 수는 없어. 그렇다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가우디의 뜻을 표현한다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현재에도 가우디와 전혀 다른 타입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가우디의 타입 그대로 구현하지 못해도 먹을 욕이니까. 가우디 작품은 따라 하고 싶다고 따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잖아.
호세 마리다 수비라츠의 조각
투어팀은 마무리돼서 헤어지고 성당의 지하는 자유의사에 맡겨졌어. 우리는 지하도 들렸지. 가우디가 거처를 이 지하로 옮겨 성당에 집중했다고 해. 지하에는 가우디의 설계도와 그 과정들이 전시되어 있었어.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실에 추를 달아 성당의 뒤집어진 모습을 측정하여 역학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이야. 가우디에 대한 감탄은 정말 끊이지 않았어.
그리고 투어를 작품 시간 순으로 한 이유가 있었어. 앞서 모든 작품이 이 성당 안에 다 있었어. 곡선, 색감, 빛, 구도, 소재 등. 마치 이 성당을 짓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느껴졌어. 직접 지은 건 1/4 뿐이지만 설계와 뜻이 성당에 남아있으니 그의 성당이라고 해도 되겠지. 그래서 당연히 그의 묘도 이 성당에 있었어. 그는 성당의 일부가 되었어.
그의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2026년에 성당의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올해 코로나로 한참이나 연기되었어. 안타까운 일이야. 하루라도 빨리 완공되는 걸 보고 싶은데.
지하를 나오니 이미 노을이 저물어 가고 있었어. 노을 진 성당은 더 붉게 보였어. 정말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야. 바르셀로나는 이 성당만을 보기 위해 와도 아깝지 않을 거야.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설계도
밤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 싶은 아쉬움을 남기고 게하로 돌아왔어. 잠시 쉬었다 저녁에 몬주익 분수쇼를 보러 갈 예정이야.
가우디 투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길어 하루 내용을 다 마치지 못했어요. 몬주익 이야기는 길지는 않지만 전해드리는 게 좋을 거 같아 다음 편으로 넘길게요. 투어 중 보았던 어르신들의 커다란 쇠 구슬 치기와 영국인들의 상의탈의 라이더 이야기도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빼버렸어.
바르셀로나의 관광 수입은 가우디가 다 벌어준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그의 작품을 보러 온답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고요. 가우디의 작품 중 7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대단한 작품들입니다. 그러니 꼭 가우디의 작품을 보러 바르셀로나를 들려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멍하니 서 있는 한국인이 있다면 아마 저일 겁니다. 반드시 완공된 성당을 보러 가고 싶어요.
오늘은 성당 사진을 다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네요. 마구마구 셔터를 눌렸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아 아쉽네요. 정말 광각렌즈와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어렵겠지만요. 그리고 카사 바트요 내부 사진과 다른 몇 장은 형의 작품입니다. 사진 제공해줘서 고마워~
가우디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기억에, 마음에 남을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