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투어를 마치고 늘 다니던 일행들과 만나 몬주익 지구로 갔어. 걸어가기에는 멀어서 지하철로 갔어. 바르셀로나 지하철은 깔끔하고 현대적이야. 며칠 전만 해도 파리 지하철을 탔기에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보였을 거야.
표는 한국의 예전 종이 티켓과 같아. 다른 건 버스, 지하철, 트램 등 다 같은 승차권을 사용해. 그리고 여기도 파리처럼 zone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부분 관광지가 zone 1에 있기에 딱히 신경 쓸건 없어.
다른 국가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주말에는 막차가 없다는 것. 즉, 24시간 운행돼. 얼마나 좋아! 한국에서 주말 새벽 되면 택시 타는 게 전쟁 같은데. 이곳은 공부는 못해도 되지만 놀지 못하는 건 큰 문제가 된다는 곳이야. 스페인 부모님들은 자녀가 주말에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혼자 집에 있다면 큰 걱정을 한다고 해. 한국과 많이 다른 곳이지. 한국도 노는 데는 지지 않을 거 같지만(난 빼고). 역시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는 스페인.
교통에 관해 한 가지 팁이라면, 2~4일권으로 나누어진 바르셀로나 교통 카드가 있어. 구매하면 기간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관광지나 박물관, 심지어 일반 상가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아! 파리의 뮤지엄 패스와 같은 Articket BCN도 있으니 참고하고.
몬주익 분수
지하철을 타고 PI. Espanya역에서 내려 스페인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어. 내리자마자 6방향으로 나누어진 교차로와 엄청난 인파에 정신이 없었어.
아마 몬주익 마법 분수 때문일 거야. 우리도 이 분수쇼를 보러 왔어. 분수는 스페인 광장에서 언덕을 향해 마리아 크리스티나 거리를 따라가면 볼 수 있어. 광장에서 분수가 보이기에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지.
그 길에는 분수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통제되어 행사장과 놀이기구도 있었고, 인도에는 푸드 트럭이 가득했어. 놀이기구를 가져다 놓다니 스케일이 좀 있더라.
그것보다 더 신기한 건 바이크 라이더의 모임이 있는 건지 비싸다고 불리는 바이크가 수십대가 주차되어 있고, 남녀노소 라이더 복장을 하고 모여있었어. 영화에서만 보던 징 박힌 옷에 두건과 선글라스를 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봐서 신기했어. 우리 날 제대로 잡은 거 같았지.
몬주익 마법 분수 쇼
저녁때가 되어 푸드 트럭에서 음식 냄새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 하지만 줄이 너무너무 길었어. 그래도 고기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줄을 섰지. 각각 역할 분담을 해서 빈자리를 찾고, 음료와 음식을 사고해서 어떻게 어떻게 자리를 잡아 앉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어. 그런데 우연히 같은 게하 손님들을 만나, 합석해서 일행이 더 불었어. 같이 먹고 이야기하고 놀이기구도 타면서 분수쇼까지 기다렸어.
분수쇼는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반복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어. 때맞춰 분수 앞에 가니 레이저에, 음악과 더불어 조명들이 반짝이며 분수쇼가 시작됐어. 물을 이리저리 뿜으며 화려해. 재밌긴 한데 바르셀로나까지 가서 꼭 봐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어. 여름날의 좋은 이벤트 정도는 되겠지만. 다들 '한국에서 이 정도는 본 적 있지 않나?' 하는 감상들이었어.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반을 하는 자주 있는 이벤트에 이 정도면 충분히 멋진 쇼지.
하지만 우리는 멀리 온 만큼 내심 아주 큰 대형 이벤트를 기대했던 거 같아. 단순하게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먹거리와 맥주 한잔하며 분수쇼를 본다는 건 꽤 괜찮은 거 같아. 그러니 우리처럼 '바르셀로나에만 있는 초 빅 이벤트를 기대하지 말고 친구들과 여름날 분수에서 맥주 한잔하러 간다' 생각하고 가면 좋을 거 같아.
몬주익 마법 분수 쇼
다들 분수쇼를 보러 왔는지 쇼가 끝나니 지하철로 가기 시작했어. 토요일이라 지하철 24시간인데도 왜 다들 일찍 가는 거야? 우리야 아침 일찍 다녀 녹초가 되어서 그렇다 쳐도, 현지인들은 직장도 쉬었을 텐데. 이제 클럽 가는 건가? 아무튼 지하철에 우르르 내려가서 사람이 팍 줄었어.
우리도 어서 지하철로 향했어. 그 길에서 본 나트륨 등으로 채워진 스페인 광장도 꽤 운치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밤 산책을 하고 싶어 졌어. 하지만 지금은 피곤해. 나에겐 역시 투어는 힘들어. 게하로 돌아가 내일은 늦게 까지 자고 쉬엄쉬엄 다녀야지 마음먹고 잠들었어.
밤의 스페인 광장
SAP 브랜드
늦잠 자서 게하에 아무도 없었어. 느적느적 일어나 카탈루냐 광장으로 향했어. 오늘은 쇼핑을 할 계획이야. 백화점 뒤로 가니 작은 노점상들이 일렬로 있었어. 대부분 수제품 같았는데 아기자기한 게 예뻤어.
근처에 커다란 ZARA 매장이 있어서 들어갔어. 옷도 많고, 사람도 정말 많았어. 50% 이상 할인하기에 자주 입는 옷을 살려고 했지만 대부분 XL, XXL 이런 옷뿐이었어. 간간히 S이 있어서 '유럽인들이 상대적으로 크니까 S면 한국 M은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한국 사이즈랑 같았어. 결국 맞는 옷이 없었어. 이미 할인을 시작한 지 꽤 되었나 봐. 바로 옆 H&M도 마찬가지로 맞는 옷이 없었어.
스페인에는 스파 브랜드가 엄청 많아. 한두 블록 지나면 또 있어. 그래서 다른 매장도, desiguel, mango 브랜드 샵도 가봤지만 역시나였어. '유럽인들 체구가 있어서 M, L 사이즈가 많이 생산되지 않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나중에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스페인은 라틴계 혼혈이 많아서 체구가 그리 크지 않다'라고 해. 한국인과 비슷해서 큰 사이즈만 남은 거라고 하더라고. 역시 선입견은 여행 가서 없애버려야 해.
그런데 ZARA와 H&M 매장은 정말 많더라. 매장은 거의 3층 이상이고, 거의 한국의 스타벅스보다 많은 거 같았어.
다시 바르셀로나 대성당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중세풍의 거리에 작은 상가들이 많았어.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올리브 오일과 꽃차, 다양한 앤티크 제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
골목을 빠져나오니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으로 오게 됐어.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관광객에다 일요일이라 성당에 미사오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더 많은 거 같았지.
특이한 장면은 대부분 나이 있으신 분들께서 모여 춤을 추고 있었어. 아마 카탈루냐 민속춤인 사르다나가 아닌가 싶었어. 단체로 손을 잡고 천천히 춤을 추는 모습이 편안한 느낌을 줘서 신기하더라.
벼룩시장도 열리고 있었어. 수제 제품을 팔기도 하고 사용하던 중고 제품들도 팔고 있었어. 이런 것을 보니 관광지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곳 냄새가 나서 좋았어.
피카소 미술관 지나가기
다시 골목을 따라 고딕지구로 들어갔어. 스페인 중세풍의 가게 외관은 참 색다른 느낌이 들어 지루하지 않았던 거 같아. 어떤 골목에 줄이 엄청났어. 가까이 가봤더니 피카소 미술관이었어. 온 김에 들리고 싶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줄에 엄두가 나지 않았지. 알고 봤더니 일요일은 무료래. 그러니 더 많을 수밖에.
피카소 미술관 입구
국화 꿀 차
다시 골목을 돌아다니다 형이 꽃차 가게에 들어갔어. 바르셀로나에는 국화 꿀 차가 유명해. 그래서 가게 전체가 노란빛이 나는 느낌이었어. 물론 국화 꿀 차만 파는 건 아니야. 다양한 꽃차가 있고 여러 가지 해서 세트로 팔고 있었어.
와인 시음하듯이 직원이 소량의 차를 건네줬어. 잘 마시니 더 주더라. 맛과 향이 좋긴 했는데, 한국에서 마셨던 차와 크게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던 거 같아. 아! 꿀의 단맛은 한국에서 보다 강했던 거 같아. 내가 단 맛을 좋아해서 기억나. 그래서 차맛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어. 형은 마음에 들었는지 가족 선물로 세트 몇 개를 샀어. 나는 역시나 짐 걱정이라 사지 않았지. 돌아와서 티백 20 pic 정도는 살걸 하고 생각나기도 했어.
소문의 4 Gats
벌써 점심시간이었어. 어쩌다 오래된 향이 나는 가게에 들어갔어. 가게 앞의 메뉴와 달리 커피만 파는 카페라서 나가려고 했어. 그때, 매니저가 말을 걸어와 식사를 할 거라고 답했더니 안쪽으로 안내해줬어. 벽을 두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나누어져 있었어.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 그림들이 잔뜩 걸려있었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소문으로만 듣던 4 gats라는 걸 알았어. 스페인의 유명 예술가들이 자주 들렸다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야. 개인적으로 식당은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유명인이 들렸다는 이유로 가지 않는데, 어쩌다 보니 들어오게 됐어.
4 Gats
일요일이기에 메뉴 델 디아가 없어서 웨이터에게 조언을 듣고 메인 요리 하나씩 주문했어. 유럽 레스토랑답게 한참을 기다리려 조개 요리가 하나 나왔어. 그런데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요리라 당황했지. 당연히 주문하지 않았다고 말하니 요리에 관해 막 쏟아내듯이 설명을 하는 거야. 그래서 가장 중요한 공짜냐고 물으니 또 막 설명을 해. 스페인어인지 영어인지 모를 발음으로 말이야. 내 영어가 짧긴 하지만, 그래도 한 달 유럽에 있어보니 알아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싶었지. 결국 free라는 단어를 들어서 그냥 먹기로 했어.
첫날 라폰타에 갔을 때, 일행들이 식전 빵을 공짜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이런 걸 추가 요금으로 낸 적이 없다고, 심지어 서비스도 받았다고, 먹어도 된다고 했어. 몰론 무료에 리필도 가능했지. 그래서 크게 의심하지 않고 먹었어. 바르셀로나에서 신선한 조개에 약간의 레몬과 향신료를 넣은 요리라고 자랑하길래 메인에 포함되어있나? 아님 서비스인가 하고 먹었어. 물론 다 먹지는 못했지만.
4 Gats 내부
정말 메인 요리 나오는데 오래 걸리더라. 우리만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메인 요리 나온 테이블이 없었어. 맛있는 상그리아만 홀짝홀짝. '이래서 애피타이저를 주는 가보다, 서비스 좋네'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요리가 나왔어.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어.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기에 좋았어. 그리고 계산서를 받는 순간, '당했다'를 실감했지. 조개 요리가 떡하니 가격에 있는 거야. 아~ 애피타이저라 메인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가격이 있는 곳이라 아깝더라.
그래서 이 요리는 형과 내가 나눠서 낼려니 일행도 같이 내겠다고 해서 미안했어. 테이블의 돈을 가지러 올 때 무료가 아니었나 물으니 역시나 스페인어 같은 영어로 줄줄이 설명할 뿐이야. 여행 와서 이런 걸로 큰 소리 내기 싫더라. 기분 좋게 보내고 싶으니까.
내가 한국 가면 이곳 오지 말라고 한다 마음먹었지. 그런데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검색하니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 특히 앱이나 유명한 사이트에 한국인들의 리뷰는 내가 당했던 건 양호한 편이었어.
여행객들이 크게 다투지 않는다는 걸 이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돼서 더 기분 나쁘더라. 스페인 말 같은 영어에 한국말 같은 영어로 쏘아붙일걸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러다 왠지 다른 나라 손님에게 안 좋은 인상이 심어지는 건 아닌지, 그래도 부당함에 강하게 대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건지, 여행 와서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
아무튼 스페인의 예술가의 흔적과 분위기를 느끼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들리는 것도 좋아. 하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가지 않는 걸 추천해. 고딕 지구에 4 Gats보다 가격 싸고, 맛있고, 친절한 곳도 많으니까.
4 Gats 메인 요리 중 하나
가자~ 시체스로
백화점도 잠깐 들렸지만 역시나 시에스타가 필요했어. 결국 잠시 게하에 들렸어. 게하에서 시체스를 간다는 여행객이 있었어. 그래서 급 삘 받아서 우리도 같이 갔지. 형이 오전에 같이 있었던 일행까지 불러서 갔어.
지하철을 타고 산츠 역으로 갔어. 국내선은 다 이곳에서 타면 된다고 보면 돼. 기차는 파리의 RER과 비슷했어. 기차와 지하철 중간 느낌이야.
반드시 해변 쪽으로 좌석을 잡을 것!! 기차가 해안을 따라가기 때문에 스페인 지중해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스페인 여름은 작은 모래사장만 있어도 사람들이 잔뜩이야. 남유럽의 지중해라서 그리스와 터키에서 보던 해안과 비슷한 느낌에 노랗고 북적북적 대는 즐거운 이미지가 있었어.
시체스의 골목과 건물들
30분 정도 지나 시체스 역에 도착했어. 산츠 역에 비하면 간이역 수준이었지. 하지만 내리는 사람은 많았어. 역을 나오자 시골 바다 느낌이 물씬 났지. 바다향이 강했지만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상쾌한 느낌이 좋았어.
골목으로 들어가니 한국과 다른 점은 건물 정도? 노랗고, 하얀 배경에 특정 색의 포인트가 있는 건물로 남유럽은 비슷한 느낌인가 봐. 멀리 있어도 지중해 무역으로 문화가 비슷한가? 간간히 파란 타일로 꾸며진 건물이 보이는데 이는 다음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문화니 아껴두겠어.
그런 풍경 속에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바닥에 분필 같은 걸로 그려진 그림, 문양이야. 그리 공들이지 않은 그림 같지만 휴양지에서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법진 같았어. 더불어 바닥에 양탄자를 깐 거 같기도 하고 동화 속 같기도 해서 재밌었어. 덕분에 바닥을 보고 걷게 됐지만. 사람들이 많아 여러 그림을 찍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 거기다 날씨가 다소 흐린 거 때문에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어.
시체스의 귀여운 마법진(?)
골목을 구경하다 작은 가게에 들어가 물놀이에 필요한 간단한 장비와 아이스크림을 샀어. 여름에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어.
걷다 보니 어느덧 바다가 나왔어. 작은 해변에 사람들이 빼곡. 해운대 비하면 작은 수지만 워낙 작은 해변이니.
아! 바르셀로나 따라가는 지중해 해변은 누드비치로 유명한데 수영복은 챙겨 가. 누드인 분들은 다들 어르신들뿐이니까. 그대들이 누드라면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게하에서 바다에 들어갈 때는 제발 수영복 챙겨가라고, 입던 옷 그대로 바다로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 스페인 사람들은 입던 옷을 입고 들어가면 바다를 더럽게 만든다고 생각한데. 목욕탕 들어갈 때 샤워를 하고 들어가는 거랑 같은 예가 아닐까 싶었어. 수영복도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예전에는 누드로 바다에 들어가는 거 같았어.
다시 말하면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바다 들어가는 사람은 한국인 뿐이라고 해. 심지어 대충 말린 짠내 나는 옷 그대로 대중교통까지 탄다니 싫어할 만도 하지. 그러니 제발 스페인만이라도 수영복(비치웨어) 입고 바다에 들어가자. 여행 가서 현지인들 싫어하는 것 하는 게 똥매너야.
시체스의 골목
백사장을 둘러보다 자리 잡았어. 나는 앉아 바다 구경만 하고 다른 사람들은 옷 갈아입고 입수. 파도가 워터파크 수준이라서 즐거워 보였어. 입수하지 않는 일행과 모래 장난도 치며 수다 떨다가 혼자 사진 찍으러 갔어.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인적이 드물어지고 고급 호텔과 별장들이 잔뜩 있었어. 다른 방향으로는 해안 절벽에 카페들이 즐비했지. 가장 탐나는 건 카페 테라스에 있는 해먹이었어. 시원한 과일주스를 마시며 해먹에 누워 세상 편하게 눈감고 바다 바람, 향 느끼며 잠들면 좋겠다 싶었지.
더 멀리 오래된 건축물들이 보였지만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어. 흐리다 보니 더 어두운 느낌이었지. 그래서 일행들에게 돌아갔어.
마침 다들 정리하고 샤워하러 갔더라고. 샤워부스 사용료가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사용하지 않아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
돌아가는 길에 노을이 반겨줘서 정말 마음 가득히 여유가 찬 거 같았어. 하얀 건물들이 노랗게, 붉게 물드는 것도 좋은 그림이었지. 시체스 역으로 가는 길에 다들 들떠서 희희낙락, 장난치며 가서 어린 시절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어.
시체스 바다
시체스 역에 가니 다들 돌아가는 시간이 같은 가 봐. 반대 플랫폼은 텅텅 비고 이쪽은 가득. 그리고 만원 기차였어. 그래도 운 좋게 중간에 앉아 갈 수 있었어. 다들 피곤한지 앉자마자 쿨쿨. 그래서 노랗게 변한 지중해는 보지 못했어. 어차피 시체스 바다는 동쪽이라 수평선에 해는 없으니까 크게 아쉽지는 않았어.
산츠 역은 밤이 되었어. 지하철을 타고 각자 게하로 돌아갔고, 바르셀로나에서 4일 동안 같이 여행했던 일행들과 작별 인사를 했어.
시체스 역 부근 풍경
플라멩코
게하로 돌아온 우리는 또 다른 곳으로 향했어. 역시 누군가 가자고 해서 따라갔지. 날로 먹는 무계획 여행. 레이알 광장에 있는 플라멩코 클럽으로 갔어.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 마시면서 무대에 있는 플라멩코 공연을 봤어.
캐스터네츠를 치며 추는 춤이라면 다들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처음으로 라이브를 봤는데 너무나 열정적이었어. 서정적이면서 빠른 반주에 깊은 감정을 내는 가수들의 노래와 힘이 넘치는 춤, 그에 맞춰 주는 관중이 하나가 되는 열정으로 가득 찬 공연이었어.
캐스터네츠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바닥에 구두 차는 소리와 박수소리로 청중들을 흥분 속으로 이끌어 가는 게 꽤나 인상적이었어. 스페인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지. 한편으로는 우울하고 힘들었던 것들을 기쁨과 열정으로 표출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있었어. 그래서 어릴 적 긴 일과를 마치고 술 마시며 노래 부르던 어른들이 생각났어. 뭔가 흥을 좋아하는 면에서 한국인과 비슷한 거 같았어.
공연이 다 끝나고 나오니 밖이 너무 어두웠어. 번쩍번쩍하는 한국의 번화가가 너무 밝은 거겠지. 그래서 혼자 다니면 조금 신경 써야 할 거 같았어. 이쪽은 좁은 골목이 많은 데다 소매치기도 많다고 하니까. 람브라스 거리로 나오자 밝아져서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게하로 돌아왔어.
느적, 여유 있는 여행이 목표였는데 뭔가 오늘도 열심히 다닌 거 같은 느낌은 뭐지. 거기다 게하에서 상그리아 마시며 또 놀고. 재밌긴 했지만 내일도 늦잠이다 하며 곯아떨어졌어. 내일은 느적느적 하자.
전날 몬주익 이야기까지 있어서 분량이 또...... 줄이니 흐름이 뚝뚝 끊기는 거 같아 결국 이만큼. 이것도 줄인 거라는 거. 4 gats 이야기를 날릴까 싶었지만 저 같은 이가 또 생길까 봐 넣게 되었어요. 정말 글을 반으로 나눠야 되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