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를 떠나며

여행 3일. 터키 3일.

by 어린왕자

2014년 6월

카파도키아



일어나 늦은 조식을 간단히 먹고, 다시 내 침대가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어. 파티장이 딱히 오늘 일정은 없고 쉬었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했지. 난 이때까지만 해도 친구 학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어.


그리고 대부분 파티원들이 이날 체크 아웃을 했어. 중간 여정은 다르나 터키에서 출국은 같은 날이었기에 며칠 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잠깐 만나기로 했지. 그렇게 약속을 하고 작별인사를 나누었어. 그렇게 우리의 첫 여행 레이드 파티는 해산했어.




한국 대학생이 이스탄불에 있었던 이야기

사람이 가면 사람이 오는 곳이 게하니까 여행자들이 많이 바뀌었어. 외국인이 많이 왔지만 그중에 한국 대학생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


그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관광하고 있었는데,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자신을 도와달라며 다가왔어.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고 했지. 꽤 걷다가 막다른 골목으로 안내했고, 그곳으로 들어가자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어. 그리고는 길을 막고, 할아버지는 돌변하여 마약 같은 것을 권했어. 당연히 대학생은 거부했지만 계속 할아버지는 돈은 받지 않으니 괜찮다고 좋은 거라고 강요했어. 갑자기 돌변한 상황에 대학생은 점점 긴장하게 되었고 더 나쁜 상황이 될까 봐 무서웠지. 그래도 계속해서 완강히 거부하자 할아버지 일당은 길을 내주었어. 그러자 바로 대학생은 그곳을 벗어나서 안심했지. 그리고 대학생은 그곳이 어딘지 몰라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려니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어. 그들은 휴대폰 도둑이었어.


마약 판매상이나 강도처럼 보여서 사람이 물건에 신경 못쓰도록 상황을 만들고 휴대폰을 훔친 거였어. 이걸 그냥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강도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은 대부분 다치지 않았고 휴대폰만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여겨서 쉽게 넘어간 거 같아. 말 그대로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리고 지갑도 가방 깊숙이 넣어서 그런지 훔쳐가지 못했데. 대학생은 지갑까지 없어졌으면 나머지 일정을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생각했어.


그도 한 달 일정 유럽여행에 터키가 첫 여행지라 휴대폰은 급한 대로 근처에서 은하수 한대를 샀지만 구형 모델이라 성능도 별로였지. 유심이 터키 유심이라 인증 같은 것도 안 되고 한국어로 바꾸는데도 정말 고생했다고 했어. 더욱이 원래 휴대폰에 여행 일정과 숙박, 비행기, 투어 예약 사항이랑 그에 관련된 정보들이 다 있었어 낭패였지. 그렇게 이스탄불에서 여행 시작이 엉망이 되고 말았데.



그 대학생은 전역하고 몇 달 알바로 모은 돈으로 온 거라고 했고, 나랑 계획이 다소 비슷한 거 같아 더 안타까웠어. 딱히 도와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더 그랬던 거 같아.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당시 터키에서 관광객 상대로 흔한 일이라는 거야. 심지어 휴대폰 파는 사람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했어. 그러니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고 할지라도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 터키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따라가면 안 돼. 그러고 보니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는 건 아이일 때나 어른일 때나 똑같네.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대학생이 일정이 없어지면서 대략적인 일정만 따르고 즉흥적으로 여행하니, 오히려 더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맘이 든 거야. 그일 후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고 스트레스지만 여행 자체는 즐겁다는 거야. 그래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더 여행하고 싶다고 했어. 완벽히 짜인 일정이 사라지면서 완전히 제멋대로인 여행이 되어버렸는데 그것대로 만족하는 거 같았어. 정말 여행이란, 인생이란 알 수 없어. 정말 모든 건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나름인 거 같아.





동네 구경


그렇게 게하에서 자다, 수다 떨기를 반복하다 배가 고파져 점심 먹으러 나갔어. 그래서 카메라도 안 들고 갔지. 왜냐면 가까워 보이는 게하 뒤쪽의 식당에 가기로 했거든. 친구가 어제 그 식당이 맛있다고 들었데. 그 말을 듣기 전까지 게하 뒤편에 식당이 있는 줄 몰랐어. 항상 맛있는 냄새를 맡긴 했지만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다니. 게하 2층에서 잘 보면 보이는데도 말이야.


게하 뒤쪽은 일반 가정집이 있고 공사 중인 곳이 많아서 식당이 있을 줄 몰랐어. 식당은 게하에서 보이는 곳인데도 길이 이상해서 돌아돌아 들어가야 했어. 길을 가다 보니 참 꽁꽁 숨겨놨다 싶더라. 어렵게 찾아왔지만... 점심 장사를 안 하네. 내 기억으로는 무슨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점심 장사를 안 한다고 했던 거 같아.


그래서 가게가 많은 쪽으로 점심을 찾아 움직였어. 하지만 이때 점심을 머 먹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 기억의 바닥까지 내려가서 보면 이때 맛있는 저녁을 많이 먹자고 간단히 먹거나 먹지 말자고 했던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 그냥 동네 구경했던 기억만......


그래서 동네 구경한 이야기를 하자면 첫날 왔던 반대편으로 갔어. 첫날은 뭐랄까, 정돈된 상가들이라고 해야 하나? 레스토랑 같은 상가가 많았다면 여기는 시장 같았어. 1층 상가 건물이 많고, 노점상 같은 것도 있었어. 그래서 생필품, 먹을거리 파는 곳도 있었지. 하지만 낮이라 그런지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


개울가 근처에서 앉아 쉬기도 하고 그냥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한적함을 즐겼지. 유럽 여행이 끝난 후, 그런 그림의 그런 느낌을 가진 곳이 없었어. 색감 자체가 유럽의 초원하고 달라서 그런가? 이슬람 문화권이라서 유럽과 다른가? 카파도키아만의 특별함은 바위를 파서 생활을 하니 모든 건물들이나 인조물들이 자연색과 같은 점에서 나오는 거 같아. 오히려 다른 색이 있는 건물이 엄청 튀어 보였어.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왔어야 했는데 아쉬웠지. 정말 카파도키아는 독특한 곳이야. 사람 사는 거 거기서 거기라지만 욕구만 비슷할 뿐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렇게나 한참 다른걸.





최고의 숨은 맛집

동네 산책이 끝난 후, 게하에 와서 짐을 정리했어. 뭐, 짐을 풀지 않아서 딱히 정리할 것도 없었어.

저녁 시간이 되어서 아까 먹지 못했던 식당에 갔어. 입구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더라. 안내를 받아 들어갔더니 여기도 반지하 동굴이라 안이 어두웠어. 저녁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몇 팀이 있었어. 다 현지인이라 '여기 터키에서 제일 맛있는 곳인 거 아냐'라며 기대했지. 가게가 작고 분위기가 좋아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셔서 찍을 수가 없었어.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을 찍을 수밖에 없었거든.


주문은 역시 친구가 하고 나는 어제처럼 쿠션에 파묻혔지. 여기는 어제 가게랑 향이 조금 다른 게 먼지 향이 덜 났어. 건조한 섬유에서 나는 향이 덜했어. 아마 여기는 반지하 동굴이라 습도가 높아서 그런 거 같았는데 훨씬 향이 또렷해지고 깔끔해서 더 좋았어. 여기서 맛있는 거 먹고 잠들었으면 좋겠더라.


이내 주문했던 요리들이 나왔어.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어. 보기에도 맛있고 냄새도 맛있었어. 소스들이 특히 토마토소스라고 해야 하나, 터키의 특유의 향이나 맛이 강하지 않고 단맛이 나서 상대적으로 무난했어. 그래서 음식과 잘 어울리고 내 입맛에 더 잘 맞았던 거 같아. 예상대로 카파도키아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고, 생각해봐도 여기보다 맛있는 곳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 유럽 디저트는 맛있지만 요리는 머 '엄청 맛있다' 정도는 아니거든. 아무튼 예상대로 카파도키아, 터키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인 거 같아. 게하 바로 뒤쪽을 두고 괜히 멀리 다니면서 먹었다니 안타까웠어. 친구랑 이 정도 맛이면 매일 올 수 있을 거 같다고 했거든. 마지막 식사에 알게 돼서 아쉬웠지만 그나마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식당을 나오자 푸른빛만 돌정도로 어두워졌어. 게하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하고 남은 한 명의 파티원과 작별인사를 나누었어. 그대의 별명은 No problem. 왜냐면 말끝마다 No problem이라고 했거든. No problem 안녕. 나의 터키 첫 숙소 안녕~





야간 버스

친구가 렌터카점 쪽으로 안내했어. 그 근처에 여행사가 여러 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더니 버스 터미널이었어. 아~ 시골인가. 마치 쪼꼬미일 때 우연히 들린 간이역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여행사가 아니라 다 버스 회사였던 거야. 원하는 버스 회사에 들어가서 표를 예매하는 시스템이었어. 그중 주황색 간판이 있는 곳에 들어가 친구가 표 2매를 예매했어. 난 왠지 모르게 비행기를 타고 학회 장소로 갈 거라고 생각했거든. 예상과 달리 버스였어.


난 버스 못 타는데...... 멀미도 심하지만 화장실을 자주 가서 장거리 버스는 못 타. 그리고 버스 시트 냄새 때문에 잠을 못 자. 그래서 매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만 이번에는 10시간 동안 야간 버스를 타야 돼.


친구에게 버스 못 탄다고 했더니 몰랐데. 어차피 버스 말고는 철도역이든 공항이든 다음 장소로 가기가 더 힘들다는 거야. 아니, 국제 학회가 열린 정도인데 기차나 비행기가 불편하다고? 우리 학회 장소 가는 거 아니었어? 아니래. 다른 곳에 들렀다 갈 거래. '아...... 그렇구나.' 당황했어.


터키는 사전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냥 따라가면 되지'라고 생각해서 이런 당황을 맞이하게 된 거야. 다른 교통수단이 더 불편하다는데, 별 수 있나, 버스 타고 가야지. 친구가 위로하는 건지 아님 걱정이 되어서인지 최근 리무진 버스처럼 편한 새로운 버스가 다닌다는 정보가 있다고 했어. 그래서 그 버스를 '기대해 보자' 하더라고.


그래도 난 몸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하루 쉬어서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체력이 영 말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왜 진작 친구한테 일정을 묻지 않았을까? 아마 일정을 물어봤자 달라질 건 없고 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대체지가 없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그냥 버스 타고 가자'라고 말했을 테니까. 당황을 미리 하나 지금 하나 차이일 뿐이지.



터키에서 버스가 메인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알았어. 왜냐면 터미널은 임시 급이나 그에 비해 버스는 엄청 많았고, 노선도 엄청 많았거든. 나라가 크긴 하니깐 더 많겠지.

나이가 어려 보이는 버스가 보이면 우리가 탈 차였으면 하고 바라보면서 몇 대를 보냈어. 그렇게 버스를 몇 대 보내고 중간쯤 되는 연식을 가진 버스가 우리 앞에 섰어. 정말 우리 바로 앞에. 역시 우리가 탈 차였어. 기사가 내려 승객의 짐을 다 실었어.


아! 여기 버스는 키가 커. 일반 버스랑 2층 버스 사이 정도 되는 거 같아. 아마 짐을 많이 싣기 위해서 밑 부분을 높인 거 같아. 그것 말고는 다른 게 없었어.


캐리어는 짐칸에 싣고 백팩은 가지고 탔어. 왜냐면 기사가 짐을 실을 때 던지듯이 쌓더라고. 백팩에는 카메라 같은 게 있어서 가지고 탔는데 버스에 타고 보니 비좁은 좌석에 백팩 때문에 더 비좁더라. 그래서 앞 좌석 밑에 놔뒀지. 크기가 정말 딱이더라고. 그래도 급정차하면 앞 좌석으로 넘어갈까 봐 내 발로 잡을 수 있게 놔뒀어.


버스가 출발하고 중간중간에 휴게소에 몇 번 정차했지만 내릴 힘도 없고 백팩이 신경 쓰여서 내리지 않았어. 버스 타기 전에 물 한 모금도 안 마셔서 화장실을 안 가도 괜찮았어. 어릴 적부터 습관이지. 버스 안에서 밖을 보니 자정이 넘어서 그런지 화장실 말고는 불이 꺼져 있었어.


그런데 앞 좌석에 있던 중국인 모녀가 뒤를 보면서 자꾸 중국어로 머라고 하는 거야. 왠지 내 백팩 때문인 거 같았어. 그래서 내가 백팩을 들어 무릎 위에 올리니까 그 중국인이 뒤돌아 보면서 영어로 막 머라고 하는 거야.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얼마나 무섭게 말하던지 해명해봤자 내 잘못이고 버스 안만 시끄러워질 거 같아 쏘리만 연발했지. 내 인생에 그렇게 꾸중들은 건 어릴 적 엄마한테 이후로 처음인 거 같아. 그리고 유럽 여행 중에 유일한 민폐였어. 부끄러웠지만 다행히 이후로 이런 일이 없었어.



그럼에도 내 앞자리의 중국인 모녀는 계속 공격적으로 중국어로 대화하는 거 같았어. 이미 백팩은 내 무릎 위에 있는데도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자꾸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더라고. 몇 년이 지나 중국에 잠시 머물었을 때, 중국 사람들 목소리도 크고 억양, 말투가 원래 그렇다는 걸 알았어. 싸우는 줄 알고 오해한 적도 있었어. 터키에서는 몰랐지.


버스 뒤편에서는 늦은 시간임에도 한국인들이 떠들었어. 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크고 또렷하게 들려서 불편했어. 내가 아니라 떠드는 사람을 욕했나? 이래저래 한국인 욕 많이 했을 거 같네. 잠을 제대로 못 잘 테지만 그래도 체력을 위해 백팩에서 귀마개를 꺼내서 귀에 막고 잠을 청했어.


아~ 혼나더라도 백팩을 가지고 타길 잘했어. 감기로 인한 오한인지 새벽에 너무 추웠어. 그래서 백팩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서 입고 덮고 해서 다행이었어. 아니었으면 정말 몸져누웠을지도 몰라. 몸살아 그만 나에게서 떨어져 줄래.





글로 묘사하고 독자분들이 그 장면을 상상하면 사진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재미를 드리고 싶어 사진을 넣었었는데 이번 편은 사진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네요. 많이 아쉬워요. 대신에 앞날과 비슷한 사진이라 몇 개를 포샵으로 바꿔보았어요. 색감이 유화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 같고 제눈에는 그림 같아서 몽환적인 유화로 리터치 해봤어요. (초보라 너무 어려웠어요. 그냥 사진이나 찍어야겠어요.)


큰 에피소드가 없어서 3일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으나 외국 여행하면서 위험한 일, 잘못한 일도 알려드리고 싶었고, 우연히 마주친 소소한 일상적인 풍경과 느낌도 여행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이때 깨달았어요. 그 느낌을, 그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고 여행 가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남겼어요.


그리고 이번 주말 짧은 동네 산책이나 공원 산책은 어떠세요. 꼭 마스크 하시고요. 한적함이라는 것, 일상이라는 것, 익숙하다는 것. 생각보다 행복스러워요.


keyword
이전 03화꿈속 같은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