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 같은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

여행 2일. 터키 2일.

by 어린왕자

2014년 6월

카파도키아


한 여름 게하에 난방을 해줄 리 없지. 그러니 감기 걸린 난 추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어. 그래서 몸이 천근만근 정도가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들어 올리는 느낌이 들더라.


방이 동굴 속이라 빛 하나 없어서 휴대폰 불빛으로 옷을 찾아 입고, 손가락으로 눈곱을 때고 동굴 밖으로 나갔어. 6월인데도 새벽은 역시 추웠어. 그리고 너무 어두워서 어릴 적 시골에서만 보던 많은 별들이 보였어.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지.


당연히 어제 파티원들이 같이 갈 줄 알았는데 그분들은 이미 갔다 왔데. 카파도키아 = 열기구 투어 정도로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이라고 해. 파티장인 친구는 나와 같이 가기 위해 기다린 거야. 그런데 난 힘들어서 해뜨기까지 잘 수 있는 게 더 부럽더라. 이때까지는...




열기구 투어


약속된 시간에 우리를 이동시켜줄 차가 오지 않았어. 파티장이 게하 카운터로 가서 몇 시에 차량이 오는지, 오늘 열기구를 탈 수 있는지 확인했어. 난 아픈 몸에 체온이 점점 떨어져 신경은 더 날카로워졌지.


그렇게 20분 정도 지나 차가 도착했어. 차에 타자 추위가 조금 가셨어. 창 밖을 봐도 너무 어두워서 검은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땅에는 언덕의 실루엣만이 보였어. 좋은 풍경이었지만 반복되니 다소 지루했어. 밤하늘 화면 보호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낯선 이국에서, 낯선 사람 차를 타고 보이지 않는 길을 간다니, 어디 끌려가나 싶은 느낌도 들었어.


그렇게 잠들지 못하고 생각보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 허허벌판에 우리를 안내해줬어. 벌판 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커피와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어. 밖이 너무 어두워서 차 라이트 불빛으로 테이블만 보이고 열기구는 보이지 않았지. 정신없는 상태에, 아무것도 없는 거 같고 '뭐지 나 낚인 건가' 싶더라.


답답해서 밖에 나가서 커피 한 모금과 과자 몇 개를 주워 먹었어. 그때, 바람 빠진 열기구가 누워있는 게 보였어. 저 열기구를 타는가 보다 하며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너무 추워서 다시 차 안에서 기다렸지.


잠시 눈을 붙일까 했지만 열기구 뒤 산 위로 조금씩 빛이 나기 시작했어. 그때 열기구에 열기를 후욱! 후욱~! 불을 처음부터 확 불어넣는 게 아니라 용이 불을 뿜듯이 훅 뿜었다 기다렸다 훅 뿜었다 기다렸다를 반복했어. 불이 생각보다 커서 놀라고 소리도 커서 놀랐어. 그러더니 누워있던 열기구가 점점 일어서더라고. 그래서 차에서 얼른 내려 사진 찍으며 구경했지. 열기구가 커서 그런지 동그래질 때까지 생각보다 한참 걸렸어.



시간이 지나 세상이 점점 밝아져서 어느덧 실루엣만 있던 언덕들이 특유의 줄무늬가 또렷해지며 주위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어. 풍경도 신기했지만 더 신기한 건 마치 여러 개의 해가 떠오르듯 보이지 않던 열기구들이 떠오르는 거였어. 얼마나 많은지 '이거 하늘이 비좁겠는데' 생각됐지.


그리고 내가 탈 열기구도 부풀어 올라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어. 이제 열기구를 타려고 걸어가자 사람들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막 나오는 거야. 당연히 우리만 타는 게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숨을 곳 없는 벌판에서 사람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했어. 다른 차는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마 내 상태가 좋지 않아서겠지.


세계 곳곳에서 왔을 거 같은 사람들이 열기구에 타기 시작했어. 친구랑 나, 열기구 운전자를 포함해서 10명 내외로 탔던 거 같아. 열기구 안이 4등분 되어 있었고, 딱 맞게 4팀이 탔어. 보통 더 많은 인원들이 탄다고 하던데 그러면 위험할 거 같았어. 다행히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라 안심하고 넓게 탈 수 있어서 편안하고 좋았지.


열기구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내 마음도 떠오르기 시작했어. 하늘에 해는 아직 보이지 않았고 해처럼 둥근 열기구들이 가득했어. 열기구가 하늘로 올라갈수록 해도 같이 올라오면서 더 멀리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어. 외국을 넘어 정말 마치 외계 같은 느낌이었어. 하지만 의외로 더 장관인 건 셀 수 없이 많은 열기구였지. 가지각색의 열기구들이 광고판 같기도 하고 풍선 같기도 해서 외계 같은 풍경과 해 뜰 무렵 붉은빛, 노란빛이 합쳐져 꿈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어.


카파도키아에 가면 반드시 열기구를 타는 이유를 알겠더라. 정말 살면서 한 번쯤은 보아야, 느껴봐야 하는 장면이었어. 노란빛의 해, 줄무늬 언덕들이 겹쳐진 모습, 반복되는 황토색 언덕과 골짜기, 아주 작아진 집들, 수영장 딸린 호텔, 바위에 파 놓은 동굴이 지표면의 풍경을 만들어 지구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한쪽은 안개로 신비한 느낌을 주고 반대쪽은 아주 멀리 있는 수평선까지 보일만큼 맑았어.



열기구 운전사가 문득문득 설명을 해줬지만 귀에 들어 올리가 있나. 다만 사진 찍을 때 휴대폰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건 제대로 들었어. 이미 밑에 아이폰 사체가 즐비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웃었지. 그 말을 들으니 카메라 줄을 잡은 손에 힘이 꽈악. 그리고 '저 밑에 아이폰 많겠다' 하며 밑을 보자 엄청 높아서 조금 무서웠어.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풍경에 무서움은 저 뒤로 밀려나 버렸지.


그리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당연히 추웠어. 더운 여름이라고 얇게 입고 갔다가는 얼어버릴 거야. 난 두툼히 입고 갔는데도 감기 때문인지 추웠지. 다행히 해가 멀리 보일쯤에는 따뜻해져서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괜찮았어.


종종 열기구들이 가까워지면 사람들과 인사하니 하늘에서 파티하는 거 같았어. 그러던 비행 중간에 옆 기구랑 부딪치기도 했는데, 부딪쳐서 놀라기보다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에 놀랐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아마 운전사들의 숙련도에 따라 투어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


집이 손톱만 해지는 곳까지 올라가 카파도키아 곳곳을 구경하고 사진으로 남겼어. 그렇게 한참을 날다 서서히 고도가 낮아져 갔어. 아래에 비슷한 차가 많은 걸 봐서 곧 착륙할 거라는 걸 알았지. 넓은 벌판에 사뿐히 착륙하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어. 그렇게 1시간가량의 꿈같은 비행은 끝이 났어.



도착지에 샴페인이 준비되어 있어서 모두 한잔씩 마시고 수료증 같은걸 받았어. 당연히 이상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눈치껏 알아듣고 받았어.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나고 해산.


차가 좀 멀리 있어서 걸어가며 친구와 하늘에서의 감회를 나누며 걸어갔지.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파티원들과 잠깐 동안 열기구 탄 소감을 말하고, 컴컴한 동굴의 침대에 누워서 진짜 꿈나라로 떠났어.





오리엔탈 향


일어나니 정오가 지났어. 꿈같은 비행을 해서 그런지 꿈을 꾸지 않고 숙면을 취한 거 같았지. 밥때가 되었으니 점심 먹으러 가야겠지? 10분 정도 걸으면 시골의 읍내라고 할까? 파티장이 먹는 것에 관한 촉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그 촉에 따라 들어갔어.


그곳은 한국의 좌식과 비슷하게 바닥에 앉아서 먹을 수 있었어. 물론 한국과 다른 풍경이지. 그림이나 영화에서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듯이 카펫이 깔려있고, 쿠션이 많이 쌓여 있었어. 그리고 테이블 밑에는 다리를 놓을 곳이 깊지 않게 파여 있었어.


쿠션이 많으니 몸을 파묻어 봐야겠지. 엄청 푹신하고 좋았지. 거기서 아랍 문화권의 특이한 향이 났어. 아마 카펫이나 쿠션의 섬유 향과 음식의 향신료들이 섞여서 나는 향이었어. 아마 오리엔탈 향수 향이라고 하면 알 수 있으려나, 아무튼 설명하기 어렵지만 중동, 아랍 문화권에서 날 것 같은 향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아마 내가 말하고 싶은 향일 거야. 나도 '정말 이런 향이 나는구나' 하고 신기했어.


메뉴는 모두 나눠 먹을 거라서 다른 메뉴 한 가지씩 주문했어. 당연히 항아리 케밥을 포함해서 말이야. 기다리는 동안 쿠션에 몸을 맡겼어. 향이 진하게 났지만 어차피 여기서 식사를 하면 몸과 옷에 베일 거 같아서 그냥 누워버렸지. 어제는 야외에서 점심을 먹어서 못 맡았지만 실내에 들어오니 현지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괜찮은 경험이었어. 향은 기억을 강하게 남기고 그곳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거 같아 여행에서 반드시 느껴봐야 할 부분인 거 같아.


음식 맛은 어제보다 괜찮은 거 같았어. 항아리 케밥은 집집마다 요리하는 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더니 확실히 맛이 다른 거 같았지. 파티원들에게 열기구 투어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투어도 많이 있다는 것과 로즈 투어에서 보는 노을이 아름답다는 걸 들었어. 노을은 나도 무지 좋아하는데.




나머지 여행


그렇게 다소 긴 점심을 끝내고 어제 빌려둔 차로 드라이브를 시작했어. 정말 아무 곳이나 달렸어. 나 말고는 다들 유명한 곳에 이미 다녀와서 그냥 아무 곳을 향해 달렸어. 파란 하늘, 노란 땅, 줄무늬 언덕, 키 작은 나무들과 풀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의 풍경을 감상하며 정처 없이 간다는 것이 참 좋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지.


그러다 어느 줄무늬 언덕에 올랐어. 차가 중간까지 올라가더라고. 관광객들이 있는 걸로 봐서 관광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지명은 모르겠어. 그때도 이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던 거 같아. 아프기도 하고, 그냥 완전 다른 풍경을 보면서 좋다는 감정과 외국에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지. 그곳 그늘에서 쉬었다가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향했어.





TURASAN 투어


차를 타고 가는데 이번에는 목적지가 있는 거 같았어. 도착한 곳은 TURASAN. 터키에 유명한 와인으로 그 와이너리에 왔어. 와이너리 맞은편은 포도밭으로 엄청 넓었어. 포도밭은 물 잘 빠지는 언덕에서 재배한다더니 딱 그런 곳이었지.


파티장이 와인 동호회를 다녀서 그 때문에 온 거야. 터키는 유럽과 달리 좋은 물이 많아서 큰 와이너리가 있는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일조량이 많고 강우량이 적은 곳에서 포도가 맛이 좋잖아. 맞아, 여기가 딱 그런 곳이야. 그런 곳의 와인이라니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어.


들어가자 남자 한분이 TURASAN과 와이너리 투어에 관한 설명을 해줬어.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고 와인너리 투어를 시작했지.


여기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우선 재배한 포도를 마구 뭉개. 그리곤 뭉개진 포도를 발효. 효모가 당분을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로 치환시키는 1차 발효과정을 거쳐, 이것을 압착한 후, 사과산을 젖산과 이산화탄소로 치환시키는 2차 발효를 거치게 돼. 2차 발효까지 끝나면 해적들의 상징으로 많이 쓰이는 오크통에 넣어서 숙성해. 숙성이 끝나면 부유물을 걸러내는 여과과정을 거치면 와인이 짜잔.

투어는 와인 숙성고에서 시작했어. 카파도키아의 특징대로 지하에 개미집처럼 굴을 파서 하나하나 방을 만들어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하고 있었어. 그래서 일반적인 숙성 환경과 달라 TURASAN의 특유의 맛이 된다고 들었어. 그리고 벽에 특별한 곰팡이가 산다고 눈으로 확인하라고 특히 강조했지.


다음은 커다란 통 같은 기계들이 있는 곳으로 갔어. 그 통들은 발효 장치, 여과 장치였어. 생각보다 커서 놀랐지. 그리고 그곳에 와인 메이커들이 계셨는데 한 분이 슈퍼 마리오 같은 외모였어. 배 나오고 멜빵바지에 빵모자를 쓰고 계셨거든. 그리고 포인트로 빨간 코! 와인을 많이 드셔서 그런 거 같아. 그래서 당연히 와인 장인들의 대장으로 눈치채고 있었지. 역시나 이곳의 최고 장인이라고 하셨어. 그래서 우리들끼리 '역시나' 하며 웃었어. 자유롭게 구경하고 사진 찍은 후, 로비로 다시 돌아갔어.


로비에서 화이트 한잔, 로제 한잔, 레드 한잔씩 시음할 수 있었어. 와인을 많이 마셔본 건 아니지만 셋 다 모두 마셨던 와인보다 단 맛이 강했던 거 같아. 와인에 대해 잘 아는 파티장도 단 맛이 강하다고 했어. 특히 화이트는 일반적인 무스카토보다 더 달아서 인상에 강하게 남았어. 하지만 가장 취향에 맞았던 건 로제였지. 로제가 어중간해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블랜딩을 어떻게 했는지 맛과 향이 너무 좋았어.


파티장이 동호회에 들고 갈 거라고 3병을 구매했고, 파티원들도 1병씩 구매했어. 나도 구매하고 싶었지만 여기가 첫 여행지라 구매할 수 없었어. 공항마다 검사당할 순 없잖아. 유리병을 들고 다니기도 어렵고. TURASAN 이후로 기회가 된다면 그 나라의 유명한 와인을 느껴봐야겠다고 다짐했어.


아~ 그리고 노하우라고 해야 하나? 와인에는 노트북 가방이 맞춤이야. 정말 딱 세병이 들어가던데 얼마나 딱 맞는지. 와인 넣으라고 만든 것 처럼 말야. 노트북 대신 와인에 양보하세요.^^


TURASAN을 나와 차를 타고 게하로 돌어갔어. 저녁은 먹을 것을 사서 게하에서 요리해서 먹기로 했어.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다 나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

자다가 동굴이 추웠는지 오한이 심해졌고, 잠에서 깨버렸어. 그래서 잠시 밖으로 나왔어. 늦은 새벽이었는데도 아직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 다들 체력이 정말 대단해! 난 풀지 않은 캐리어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어 입고 다시 잠들었어. 몸살이 그만 나에게서 떠나기를 바라면서.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무조건, 반드시, 꼭 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해 보세요.


와인 만드는 과정을 쓰다 또 효모에 꽂혔어요. 화학도의 직업병 같은 거랄까. 정말 효모와 효소는 마법 같다고 할까. 마치 넣으면 원하는 생성물을 얻는 현자의 돌 같아요.


3일째는 카파도키아에서 마지막 날로 쉬어가는 날이라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로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지 않았어요. 대신해 미쳐 보여드리지 못했던 B컷(?) 같은 사진들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마음에 안 드실까 봐 걱정이네요.


이번 주는 저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열기구 투어처럼 어릴 적 행복한 꿈같은 일주일이 되길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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