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출발 전 준비.

by 어린왕자

2020년 5월

대한민국



2014년에 약 2달간의 유렵 여행을 다녀왔으니 어느덧 6년이 지났어요. 여름에 찍은 유럽 사진을 미루다 그해 겨울이 되어서야 사진 앨범을 만들어 남겨놓았지요. 글도 남겨야지 하다가 미룬 일정을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고, 시간이 지나니 글로 남기는 게 뭔가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리고 평범한 경험은 아니니 잘 잊혀지지도 않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말로 전하게 되어 머릿속에 되뇌어져 충분하기도 했어요.




방 안에서 유럽 여행을


그런데 지금 다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외출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해외여행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먹는 것도 배달시켜 먹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인터넷으로 들어야 하지요. 그러다 보니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들었어요.


그래서 방구석에 앉아 재밌는 나의 기억을 글로 남길 겸 '사람들에게 사소한 이야기라도 들려주면 정말 유럽 여행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미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같이 회상하며 재밌어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람이란 미래가 좋을 거라는 희망과 과거 좋았던 추억을 양식으로 현재를 살아가기에 지금 같은 답답한 상황에 자그만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의 기억은 좋은 기억만이 남고 다소 힘들거나 짜증 났던 기억도 씩 하면 웃을 수 있는 기억으로 변신하기 때문에 6년이 지난 지금 글을 쓰면 다른 색을 띠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망설이다 막상 글을 쓰니 생각보다 재밌고 기억이 자세히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러한 추억을 책으로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글을 쓰고 들려드리기로 마음먹었어요.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의 출발은 계획했을 때부터 혹은 캐리어에 짐을 채우는 것부터라고 하지요. 왜냐면 그때부터 설레니까요.


그럼 여러분께서 TMI에 적응할 겸 몸풀기로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드릴게요. 제가 유럽 여행을 떠날 때가 30살, 30대의 시작. 보통 1달 넘는 유럽여행을 가는 건 20대가 많으니 다소 늦은 편이지요. 내성적인 성격에 집에서 노는 걸 선호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릴 적부터 유럽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제가 어릴 적에는 학교 교육에서나 미디어에서 서양을, 특히 유럽을 동경하는 내용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가끔씩 나오는 모험심이 DNA에 새겨져 있어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되었어요. 그리고 20대에 여행이나 워킹으로 해외에 다녀오는 이가 생각보다 많았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재밌었어요. 그럴 때마다 '나도 꼭 가야겠다'라고 다짐했지요.


그런데 저는 여행 경비가 없었고, 국방의 의무 때문에 해외에 장기간 여행하기 어려워 당장 갈 수 없었어요. 제 나이 30살이 되어서 그 문제들이 해결되자마자 유럽 여행 갈 준비를 했지요.



여행 계획


왕복 비행기표와 가벼운 중고 카메라를 구매했어요. 그 이상의 준비는 하지 않고 떠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형과 같이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형이 합류하는 시점부터 1달간 같이 여행하기로 정한 후, 형은 일정을 짜는 게 좋겠다며 일정을 짜게 되었어요. 사실 형에게 거의 맡기고 약간의 의견만 추가했지요.


그래서 나머지 일정은 자유롭게 하고 싶었는데 주위에서 유럽에 혼자 있을 왜소한 동양 남자를 걱정하는 이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6월 법정 공휴일에 출발하여 7월 말에 도착하는 성수기 왕복 티켓을 끊은 덕분에 비용과 노숙을 염려하는 여행 경험자들의 걱정까지 더해졌지요. 그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일정을 대충이라도 짜야했어요. 그래서 이동하는 교통수단과 숙소 일부를 일주일 안에 갑자기 예약했지요.


'무계획이 진정한 여행이지'하는 생각이었지만 여행 도중에 '예약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비행기며, 기차며 예매하면 몇 배는 싸고, 7월에 숙소를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유럽 가서 무계획으로 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것도 재밌는 여행이 되겠지만 비용에서든 마음에서든 저에게 상당한 여유를 주었어요. 이 여유는 새로운 환경에서 주어지는 외부 정보들이 스트레스가 아닌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되었고, 다가오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걸어 다니며 풍경을 즐기며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제가 예매 안 하고 떠나면 한국으로 안 돌아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덕분에 정말 그럴 마음도 들었어요.




짐 싸기와 감기


짐은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동생이 압축팩으로 옷을 압축해서 넣고, 들고 다닐 작은 가방 그리고 나의 최애품인 컵라면을 면 따로, 컵 따로, 수프 따로 비닐에 넣어 짐을 싸주었고 카메라, 여분의 배터리, 메모리카드, 자물쇠 등을 넣어서 기내 캐리어 하나와 크기가 같은 백팩 하나를 완성했어요.

그런데 출발 일주일 전에 급하게 정보를 찾아보고 알아볼수록 더 좋은 가성비를 알아가는 재미에 잠을 줄인 결과, 돈은 아낄 수 있었지만 몸살을 얻었지요. 출발 이틀 전에는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팠어요. 예약해놓은 게 아깝지도 않을 만큼 심각히 고민했어요. 첫 여행지인 터키에는 학회 일정상 먼저 출발한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고 중간에 합류할 형이 있었기에 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번 아니면 언제 가겠어,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누워서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일정을 짜고, 짐을 싸면서 '유럽 여행이란 것이 만만치 않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때 깨달음으로 마음에 준비를 해서 그런지 유럽에서의 돌발상황이 힘들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해요. 아무튼 그렇게 몸살과 함께 유럽 갈 준비를 마쳤지요.



하루 이야기를 한 편씩


글에 최대한 등장인물의 이야기는 줄이고 제 이야기로만 쓸 생각이에요. 만약 제가 다른 이의 이야기에 자세히 나온다면 다소 부끄러울 거 같아요. 그리고 생각도, 느낌도 저와 다를 것이니 그분들의 이야기는 그분들 몫으로 남기려고 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말하듯이 제 이야기를 전할 생각이에요. 일상에서 벗어나 그냥 친구들끼리 앉아 아무 이야기나 하는 재밌는 수다로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사진도 같이 보여드릴 텐데, 이때 여행으로 DSLR을 처음 다루게 되었어요. 같이 여행하기로 한 형이 카메라 고수라 배웠지요. 중고 카메라 구매도 '처음부터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전 과정을 형이 해주었어요. '사진은 찍을수록 늘어'라는 형의 말처럼 처음에는 사진이 그다지지만 점점 좋아질 거예요.


그리고 후처리는 사람 얼굴 가리는 정도만 할 거예요. 제가 본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물론 제 눈에 필터가 끼어진 풍경은 필터로 후처리 할 생각이에요. 초보중에 초보라 못 할지도 몰라요. 앨범 만들 때 잠시 해봤는데 오히려 마음에 안 들어서 원본으로 인쇄했어요. 그래도 사진 편집은 이번 기회에 배우고 싶네요.


그리고 하루 이야기를 한주에 하나씩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물론 하루 종일 이동만 하는 상황도 있고 동네 산책과 같이 쉬는 날도 있어서 반드시 하루는 아니에요. 이렇게 전해 드리는 게 일상에서의 작은 재미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치 일주일마다 만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요.


그럼 2014년 6월쯤에 시작하여 7월 마지막 날에 끝나는 약 두 달간의 저의 재미있는 유럽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게. 부디 재밌게 들어줘.


그리고 이번 일주일도 꿈같은 행복한 유럽여행 같기를.




이렇게 쓰고 보니 출발부터 도와준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물론 여행지에서도 현지인들에게 도움받았어요. 그 대신 저보다 늦게 온 여행자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지요. 그래서 재밌고 좋았던 여행이 되었던 거 같아요.


도와준 모든 이들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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