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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리스본은 쨍쨍

여행 33일. 포르투갈 3일.

by 어린왕자

2014년 7월

리스본 (리즈보아)


*앞편의 파스테이스 에그타르트를 먹고 나서 이후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멀리서도 엄청 커 보일만큼 큰 건물이야. 전부가 미술관이 아니라 CCB (centro cultural de Belém) 벨렝 문화 센터(?), 즉 다양한 문화공간이 같이 있었어. 그중 베라르도라는 포르투갈의 대 부호가 수집한 작품을 전시한 곳이 베라르도 미술관이야.


포르투갈에서 듣기로는 베라르도와 시가 함께 설립하여, 리스본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무료 관람이라고 했어. 그래서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었어.


외관은 하얀 네모네모한 큐브들을 크고 작게 구성해놓아서, 리스본의 하얗고 오래된 건물을 단순화나 상징화한 현대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어. 센터 가운데에는 광장 같은 넓은 곳이 있고, 바닥에서 분수처럼 물이 나왔어. 아이들과 어른들이 시원함을 맞고 서 있는 모습은 나도 덩달아 시원해지더라. 그래서 우리도 그곳에 서 있으니, 흩날리는 물방울이 정말 강한 햇볕에 단비 같았어. 피부에 시원함과 아이의 웃음소리에 귀도 시원해져서 몸과 마음이 상쾌해졌어.


CCB (centro cultural de Belém)




베라르도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자 시원하고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었어. 더 좋은 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나 현대 미술이라는 건 어려워. 피카소, 앤디 워홀, 뒤샹, 몬드리안 등 유명한 현대 작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도 딱히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어. '아! 피카소다' 이 정도일 뿐이었지.


그러다 평소에 작품은 모르고 이름만 지나가며 들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어. 호아킨 토레스 가르시아 (Joaquín Torres-García)의 Constructivo en Gris y Negro con Centro Rojo, 막스 에른스트 (Max Ernst)의 Paysage Noir,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에서 들었던 호안 미로 (Joan Miró) 작품까지. 현대 미술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현대 미술관에 오면 초현실주의 회화만은 눈길과 마음이 가는 거 같아.


Joaquín Torres-García 의 Constructivo en Gris y Negro con Centro Rojo(좌), Max Ernst의 Paysage Noir (우)


아는 것 없는 이로서 작품을 본 느낌은 가르시아 작품은 빨간 중심이 있는 회색과 검은색의 구성이라는 제목 그대로 회색과 검은색의 다양한 크기로 그려진 사각형과 가운데 붉은 사각형안에 물건들을 도형화하여 그렸어.


마치 무채색 스테인글라스를 회화 버전으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야. 그것을 어린아이의 힘을 빌려서 말이지. 한 사람을 이루는 사회적 구성 또는 필요한 것, 거쳐가야 할 것 같은 걸 표현한 것 같은데, 그림 안의 물건들은 화가가 사용하는 상징 같아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 사람은 복잡한 것보다 본질직적인 것을 중요시하고 올바름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좋게 말하면 곧은 사람. 다르게 말하면 고집쟁이 같은 느낌을 주었어.


에른스트 작품은 멀리 봤을 때 동양화로 착각했어. 검정 풍경 제목대로 검은 바탕에 밝은 색으로 그림을 그려 보통의 하얀 캔버스의 반대였어. 마치 동양화에서나 볼 법한 구도에 부드러운 느낌 그리고 내가 꼬꼬마적 풍경 그리라면 꼭 이런 구도와 구성으로 그려서 더 눈이 갈 수밖에 없었어. 사진에 반전 효과처럼 보이지만 검은 바탕이라 밤에 달이 뜬 풍경처럼 보이기도 했어. 거기 더 나아가 깊은 바닷속처럼 보이는 건 나만 그렇겠지?


미술관을 나와 보이는 타구스 강과 건너편


미술관에는 가족들과 단체 견학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 다른 유럽 국가와 같이 작품 앞에 학생들을 앉혀 놓고 선생님들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몇 번 봤어. 다들 지루한지 작품은 안 보고 우리를 쳐다봐. 그래, 의미 모를 작품보다 내가 더 신기하겠지. 그래도 선생님의 설명은 들어둬라. 난 듣고 싶어도 그런 거 없었어. TT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지만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 중간중간 사람이 서 있었어. 감시하는 게 아니라 리스본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작품에 대해 물으면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나중에 들었어. 전공생들을 위해 관련된 일자리도 제공하면서 지원금을 주고 관람객은 전문가에게 작품에 대해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정말 좋지? 하지만 배경지식이 있어야 그것도 묻지. 영어도 부족한데. 화학 전공어는 영어라기보다 외계어로 들린다고 하던데... 미술도 그렇겠지? 나중에 들리게 된다면 작품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냐고 확인해 봐. 내 기억은 6년 전에 들었던 어떤 이의 말이니까.


잠깐 보고 나오려고 했던 미술관이 생각보다 크고 작품도 많아 시간이 좀 걸렸어. 형이 '다음에는 좀 공부하고 오면 더 좋겠다.'라고 했어. 현대 미술관을 갔다 오면 항상 생각하는 건데 희한하게 딱히 그러고 싶지가 않아. 그래서 현대 미술과의 거리는 늘 이만큼. 좁혀지지 않는 거 같아. 아! 백남준 작가의 작품도 있었어. 의외로 신기하게 반가워.




발견 기념비와 로즈 캠퍼스

미술관을 나오자 바다 같은 타구스 강이 보였어. 당연히 강을 보러 걸어갔지. 멀리 범선 형태를 한 발견 기념비가 보였어. 미지의 영역에 탐험을 지원했던 엔리케 왕자 사후 500주년을 기념으로 세워진 배 모양의 비로서, 마젤란과 같은 탐험가를 비롯하여 대항해시대에 큰 역할을 했던 이들이 조각되어 있다고 해. 그 앞 바닥에는 rose compass라고 거대한 나침반 위에 포르투갈에서 발견한 지역과 일시가 표기되어있어. 미지의 영역으로의 모험이란 아무나 할 수 없고 가슴 뛰는 일이지만, 원래 존재했던 것에 대한 그들 입장에서의 발견이고 그 후에 열강들의 착취를 생각하니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움을 발견해 나간 이들과 그 마음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도로 건너편 보이는 범선 형태의 발견 기념비




벨렝 탑


가운데 철길 사이로 4차선 도로가 양쪽으로 있어서 건널 곳을 찾다 보니 멀리 육교가 보였어. 100m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햇볕은 쨍쨍하지, 바닥에 아지랑이처럼 열기 올라오는 거 알지? 바닥에서 오는 사우나 열기에 몸이 녹아 바닥에 흐르는 거 같았어. 빨리 길 건너 공원으로 들어가고 싶었어.


육교를 넘어가 잠시 나무 밑에서 쉬었어. 조금 쉬다 보니 멀리 벨렝 탑이 보여서 일어나 걸어갔지. 가까이 가다 많은 사람들을 보자 지쳐버렸어. 왜 도대체 리스본에는 그늘이 없는 거니!! 그냥 다시 돌아와 큰 나무 밑에 앉아 쉬었어. 역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늘. 습도가 높지 않아 땀은 나지 않지만 햇볕이 너무 따가워.


멀리서 보는 벨렝 탑은 딱 방어 요새처럼 생겼어. 성의 망루 하나를 때어놨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요새의 일부 역할을 했다고 해.


그러기에는 조각들이 화려하지. 알고 보니 수호성인 성 빈센트를 기리기 위해서 지어졌다고 해서 Torre de São Vicente (성 빈센트 탑)이라는 이명도 있다고 해.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벨렝 탑




타구스 강


잔디밭에서 열을 식힌 후에 바람 부는 강변을 따라 걸어갔어. 타구스강은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넓어. 그리고 구글맵으로 확인하면 하류 지역이 마치 호수 같아. 삼각주가 형성되었다가 없어진 건지 엄청 큰 크기야.


그런 타구스 강 위에 있는 골든 게이트 브릿지 같이 생긴 빨간 긴 현수교 (4월 25일 다리)는 강과 잘 어울려 한 몸 같았어. 과거에는 요새들이 강변의 풍경을 만들었다면 현대에는 이런 긴 다리들이 자연과 어울리는 풍경을 만드는 거 같아.


건너편 언덕에 보이는 하얀 상은 예수상이었어. 강변이 정말 넓어서 강 건너편은 리스본이 아닌 다른 도시 느낌이야. 건너편은 신도심 같아 시간이 된다면 내일 가보고 싶었어. 전혀 다른 풍경일 거 같아.


타구스 강과 보트 그리고 비행기
붉은 현수교인 4월 25일 다리




도심으로 돌아가기 길에

다시 철길을 건너가는 육교에서 도로를 봤더니 좀 이상해. 철길이 중앙선을 대신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철길을 중심으로 각각 2차선씩 양방향으로 다닐 수 있는 도로였어. 빈틈없이 딱 맞는 느낌이 들어서 편해지는 느낌 알지? 왠지 그럼 느낌이 들었어.


아! 유럽에는 중앙선이 하얀 실선이야. 한국에는 노란색 두줄인데도 막 넘어 다니지만 이곳은 실선만 해도 되나 봐.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신기했는데도 자꾸 잊어버려. 포르투갈에서 렌트했다면 까먹지 말도록!! (렌트했다면 리스본에서 가까운 신트라를 추천)



트램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안내 전광판에 표기된 대기 시간이 한참 남았어. 목도 마르고 너무 더워서 슈퍼를 찾아 마을 안 쪽으로 들어갔어. 조금 고급 주택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으로 현지인 아이들이 학교를 마쳤는지 많이 보였어.


그러다 큰 마트를 발견해서 들어갔어. 정말 시원하더라. 특히 야채 파는 곳은 특히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계산대로 갔어. 빨리 먹고 싶지만 줄이 길어서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 형이 먼저 계산하는데 계산원 아주머니께서 나보고 먼저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 정말 먹고 싶은 표정이었나 봐. 그래도 계산하고 먹어야지. 웃으며 몇 마디 나누다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너무~ 맛있어. 정말 꿀맛이야. 웃음이 저절로 나와. 더운 여름에는 어떤 맛집 보다도 아이스크림이 최고지. 지나가던 아이들의 부러운 눈빛은 잊을 수가 없어. ^^




트램에서의 주의


다시 트램 정거장으로 돌아가 타고 왔던 대로 노란 신식 트램을 타고 돌아가고 있었어. 창 밖을 보다 '더워, 잠 온다'를 연발하고 있는 도중에 앞쪽에서 큰소리가 났어.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검표원으로 보이고 흰 턱수염을 기른 어르신 부부는 외국 관광객으로 보였어. 들리는 대화로는 요금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해서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 벌금이 어마어마 해. 큰 소리가 났던 이유는 잘 몰라서 한 행동에 벌금이 너무 과하다는 내용이었어.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안 나는데, 비바 카드나 승차권을 소지하고 있으나 개찰기에 안 찍었을 경우 요금의 10배, 승차권이 아예 없으면 100배까지 내야 해. 깜~짝 놀라만 하지. 그러니 어제도 말했지만 한국에서 처럼 반드시 승차권 사고 개찰기에 찍어야 돼!! 어르신들은 끝내 거부하다 다음 정거장에서 검표원이랑 같이 내렸어.


와~ 어르신 부부가 대단해 보이는 거 같아도 이와 같이 행동한 건 일부 가짜 검표원이 있어서라고 들었어. 내가 보기엔 유니폼이나 커다란 이동식 검표기가 있는 걸로 봐서는 진짜 같던데. 이후 상황은 모르겠지만 '잊지 말고 잘 알아보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자'라는 교훈을 깊게 새겼어. 모른다고 해도 불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리스본의 트램 정거장


참고로 버스는 기사에게 표를 살 수 있어. 대신 조금 비싼 걸로 알고 있어. 그리고 비바 카드를 설명하면 정식명은 비바 비아젬 카드. 카드에는 일회용, 충전식, 1 일용이 있어. 디자인은 같지만 다른 카드라 당연히 혼용할 수 없어. 일회용을 사면 충전이 안되고, 1 일용을 사면 다음날 충전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지. 초록색의 디자인이 같아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 그리고 하얀색의 리즈보아 카드는 정해진 기간만큼 교통수단 무료와 관광지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할인이 가능해. 자신의 여행 계획에 맞게 구매해서 사용하면 될 거 같아.




피게이라 광장


트램을 타고 도착한 곳은 피게이라 광장. 약간 붉은색의 타일로 정사각형으로 나눠져 있고 존 1세 왕의 동상이 있는 곳이야. 주위 건물도 비슷한 형태에 같은 높이로 구성되어 간결한 모습이지.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지만 포르투갈의 특유의 빛바랜 색은 어쩔 수 없나 봐. 이것도 햇볕이 강해서 그런가 봐.


그보다 눈에 띄는 건 리스본의 버스는 다 이곳으로 모으는지, 광장을 한 바퀴 돌면서 여러 번호의 버스가 여러 정거장으로 나뉘어 정차하거나 아예 시동을 끄고 기다리고 있었어. 가까이 지하철역도 있어서 여의도 환승센터 같은 교통 허브 역할을 하나 봐. 코메르시우 광장에도 많은 트램과 버스가 다니고 관공서가 집중된 곳이라 그곳에 가장 교통이 집중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


더 의외인 건 스케이드 보드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아. 평지밖에 없어서 특별한 묘기 연습을 하지 않는데 정말 덥지도 않나? 그러고 보니 곳곳에 보드나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


이곳에 온 이유는 반대편 언덕 위에 가볼까 싶어서야. 그런데 이 많은 버스 중에 상 조르즈 성으로 가는 버스는 왜 이렇게 적니. 더워서 엄청 기다린 거 같아. 더욱이 광장이라 그늘이라곤 정류장 부스의 가느다란 기둥뿐이야. 이런 곳은 천장도 유리로 하지 말고 햇볕 막아주면 안 되냐!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가는 데 이미 녹아버렸어. 어찌 갔는지 기억이 안 나고 덥다는 기억만 강렬해.


우연히 버스에서 한국인 일행을 만나 같이 내렸어. 성 앞에는 세계 각지 사람들로 붐볐어.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놀랐어. 하지만 내 눈길을 끄는 건 성이 아니라 오래된 골목들이었어.


피게이라 광장




상 조르즈 성은 패스


상 조르즈 성으로 들어가려고 매표소로 갔어. 그런데 생각보다 비쌌어. 그것보다 무료라고 생각했어. 왜 그랬을까? 유럽의 유적지에 무료는 극히 드문데. 베라르도 미술관을 무료로 다녀와서 그런가. 역시 무료에 익숙해지면 이런 문제점이......


버스에서 만난 한국인 일행과 우리 모두 들어가지 말자라는 의견이 모아졌어. 왜냐면 성이라 그늘이 너무 적어. 이미 안쪽 광장에도 햇볕이 쨍쨍 인걸. 반쯤 녹아내린 나에게 더 이상 무리였어.


그래서 골목을 구경하기로 변경했어. 버스 타고 올 땐 몰랐는데 좁은 골목들이 어제와 오늘 봤던 리스본이 아니라 포르투 같았어. 대지진 때 살아남은 일부 지역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어. 그리고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오랜 된 차가 많았어. 골목이라 건물들 때문에 햇볕도 가려지고, 가끔씩 건물 사이로 보이는 강과 바람은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주었어.


상 조르즈 성 입구에서 본 타구스 강
산 조르즈 성에서 내려가는 길




리스본 대성당


어느덧 골목을 나와 버스로 올라온 도로가 나오더니 차가 많아졌어. 이곳은 산길이라 길도 좁아. 거기다 트램과 버스가 같이 다니고 인도도 너무 좁아서 위험해. 그래서 한 줄로 서서 걸어갔어. 부산 산복도로 같이 멀리 바다 같은 강이 보이고, 좁고 고불고불한 길에 오래된 트램과 특이한 상점들이 눈길을 끌었어. 그래도 좁은 인도 때문에 차와 일행들에게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어. 조금 예민해져 가더니 갈증도 나고 어지러워 쉬고 싶었어.


그러던 중에 길이 조금 넓어지고 다른 건물보다 조금 큰 건물이 보여 돌아보니 작은 성당이었어. 노틀담 성당과 비슷하게 종탑이 양쪽으로 있지만 규모는 한참 작았어. 우리는 성당 구경을 할 겸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어.


리스본 대성당 내부


들어서는 순간, 너무 시원해. 성당을 들어갈 때마다 말하지만 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람과 같아. 우리 밖에 없었기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은 고요한 내부는 내 마음도 잔잔하게 안정시켜주었지. 정말 한숨 놓았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숨을 크게 천천히 쉬어가며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진정시켰어.


그러자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던 성당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어. 내부도 노틀담 성당과 비슷한 형태인데, 더 안쪽과 벽면은 조금씩 달랐어. 특히 석재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벽면 쪽은 훨씬 오래되어 보여도 기둥은 그만큼은 되어 보이지 않았어. 대지진 때문인지 단순히 증축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몇 번의 증축과 보수가 있었던 거 같아. 오랜 시간 이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었기에, 이 공간에 사람들의 마음으로 채워져 나 같은 이에게도 안식을 주는 거겠지.


이곳에도 장미 스테인글라스가 있어. 딱 마침 해가 그쪽을 향해 있어서, 나를 강하게 비추던 햇빛도 색색깔의 스테인 글라스를 지나쳐 장미가 되고 벽에는 아름다운 색의 빛이 되어 살짝 미소 짓게 해 주었어.


나중에 알고 봤더니 주교좌 성당, 대성당이었어. 유럽을 다니면서 엄청 큰 성당만 봐서 그런 가 봐. 꼭 크기에 따라 대성당이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은 크니까. 그러나 나에겐 준 안식과 안정으로는 확실히 대성당이었어.




산치니


리스본에 유명한 젤라또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를 일행들에게 들었어. 위치는 어제 들렸던 베르뜨랑 서점과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근처라는 것. 그래서 그곳으로 바로 갔지.


도착하니 줄이 가게 밖까지 나와 있었어. 이탈리아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라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들어갔지만 깜짝 놀랐어. 이탈리아 젤라또 가게들은 내부가 그리 크지 않아. 그러나 이곳은 예상외로 제법 큰 크기였어. 그런 내부를 감고 있을 정도로 줄이 길어 놀랄 수밖에. 그냥 먹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엄청 유명하다고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젤라또니까, 이탈리아랑 비교해 볼 겸 기다리기로 했어.


산치니 아이스크림


로마 때처럼 우선 계산을 한 다음 영수증을 들고 줄에 섰어. 찍은 사진을 보며 기다리다 보니 생각보다는 빨리 젤라또를 받을 수 있었어. 직원들이 다소 어려 보이던데 친절해.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걸 미소 지으면서 직원이 다시 되묻고 나의 대답으로 확인하고 줄 때도 항상 미소 짓고, 땡큐 하면 같이 미소 지으면서 땡큐 하고. 당연한 것 같아도 친절하다는 느낌을 주었어.


젤라또를 받고 돌아서 긴 줄 옆을 지나가는데 줄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거야. 고개가 착착착 돌아가는 게 아무리 봐도 나를 보는 거 같았지. 미술관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한국인이 젤라또 들고 있는 건 처음 보는 건가?'라고 잠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마 나를 본 것이 아니라 젤라또를 본 걸 거야. 지루한 긴 줄 속에 젤라또를 기다리니 부럽겠지. 타구스강 근처에서 아이스크림 먹던 나를 부러워하던 아이들처럼 말이야.


아무튼 오늘은 너무 주목받는 거 같아 더 힘들었어. 결국 젤라또 가게를 조금 벗어나서 먹어 봤어. 맛있긴 한데 엄청 맛있어 정도는 아니었어. 당연히 공산품보다는 훨씬 맛있지. 그래도 이탈리아 젤라또가 더 맛난던 거 같아. 그런 쫀득쫀득하면서 부드러운 특유의 젤라또가 아니라 부드러운 과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라고 해야 하나? 젤라또라기 보다는 리스본 수제 아이스크림이 맞는 거 같아. 로마의 쌀맛처럼 인기 스타가 있을 텐데 그걸 못 골라서 아쉬워......


오늘도 리스본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이미 둘 다 지쳤어. 성당에서 조금 충전된 것도 이미 다 써버려서 방전돼버렸어. 결국 게하로 돌아갔지.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리스본 풍경에 아쉬움이 커서 내일 리스본을 떠나기 전에 오전에 다니기로 하고 이른 휴식을 취했어.




더위 때문에 뭔가 가다 말았네요. 그래서 다소 처지는 글이 아닌가 걱정이 돼요. 그래도 포르투와 다른 풍경과 사람들이 재밌었답니다. 포르투는 오래된 도시라면 리스본은 밀집된 대도시 같았어요. 유흥거리가 많긴 한데 제 취향은 아니라서요. 포르투갈은 리스본에서 놀아야 된다는 말이 정말 적절합니다.


그리고 동양인 관광객이 확실히 적어서 제가 시선을 받은 거 같아요. 그나마 한국인이 있지만 단체관광 오는 중국인이 없어서 더 그런 거 같았어요. 매일 홍대에서 금발에 푸른 눈을 봐도 내 옆을 지나가게 되면 쳐다보게 되는 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특히 아이들이 빤히 쳐다보긴 해도 다들 저에게 친절했어요. 여기서 주목받아서 다른 곳에 가도 큰 부담 없이 여행을 다녔던 거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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