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푹 자고 나니 어제 더위 먹었던 게 괜찮아졌어. 역시나 게하에서 마지막으로 나갔지. 괜찮아졌다고 해도 조금 겁이 났어.
마드리드의 여름 더위는 정말 장난 아니야. 잠시 나갔는데도 낮에는 버로우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야. 포르투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의 위도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 이 정도라니. 심지어 리스본보다는 위인데 말이야. 초딩 때 배웠던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의 차이를 절실히 실감할 수 있었지.
날도 덥기도 하고 늘 그렇듯 첫날은 산책하면서 길 익히기. 구글맵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눈으로 익히는 거야. 이제 익숙해. 그러나 무리하지 않기. 나도 그렇지만 형도 한 달이 되어가는 여행과 더위에 지쳐 있었어. 마드리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수도라 구경할 것이 많지 않다고 해. 그래서 천천히 다니면 될 거 같았어.
거리를 다니다 보니 확실히 포르투갈과 달라. 그리고 사람 수와 건물 크기로 대도시라는 걸 실감했지. 또한 스페인의 활발함은 있지만 미묘하게 바르셀로나랑 조금 달라. 바르셀로나는 불규칙한 도형 같다면 마드리드는 약간 묵직하면서 일정 비율을 가진 정각형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어쨌든 스페인이라 신나는 분위기야.
마드리드 한 카페 앞
산미구엘 시장 (Mercado de San Miguel)
길을 걷다 유리로 된 건물을 발견했어. 가까이 가보니 간판에는 Mercado de San Miguel, 산미구엘 시장 (산 미겔 시장)이라고 적혀 있었어. 들었을 때는 시장이라고 해서 뻥 뚫린 야외인 줄 알았는데, 유리로 된 큰 건물이어서 당황스러웠어. 하나의 큰 마트라고 해야 하나.
들어가면 갑자기 스피커에 전원이 on 된 듯 데시벨이 올라갔어. 전부 사람 소리야. 밖에는 사람이 없지만 안에는 가득해. 이곳에는 일반적인 시장처럼 가게에서 물건들을 파는데 전부 먹거리야. 빵부터 과일, 수산물, 조리된 음식까지 팔고 있었어. 그리고 곳곳에 의자가 있고, 큰 공간에 테이블이 모여 있었어. 그래서 음식을 사서 이곳에서 먹고 가는 시스템이었어. 마치 마트나 백화점의 식당 코너 같이 말이지. 대부분 안주 삼아 맥주를 먹는 거 같았어. 너무 더우니까.
다행히 이곳은 실내라 에어컨이 빠방하지. 유럽에서 에어컨이 이렇게 쌘 곳은 없었어. 아니, 에어컨 자체를 켠 곳이 있었나 싶어. 그래서 나가기 싫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큰 목소리에 정신이 없을 정도야. 그래서 우리도 간단히 먹을 것을 사서 먹고, 오래 있지 않고 나왔어.
마요르 광장 (Plaza Mayor)
조금 지나가다 4층 건물 골목 사이에 커다란 아치가 보였어. 유럽에서 건물을 뚫어 놓은 듯한 아치를 볼 때마다 신기해. 이런 곳은 꼭 통과해보고 싶잖아. 그래서 그곳을 통과하니 넓은 광장이 등장. 우리가 찾던 곳인 마요르 광장이었어.
아니, 왜 광장을 꽁꽁 숨겨놓았데. 보통 광장의 한 면 정도는 뚫려 있지만 이곳은 4면 모두 4층 건물로 막혀 있어. 마드리드의 중심이라고 불리기에 정말 마드리드 가운데 탁 트인 광장인 줄 알았는데 완전 오판이었지. 그래서 광장 안에 서 있으면 이곳이 21세기가 아니라 중세와 근대 유럽에 있는 거 같았어.
바닥에는 검은색 직사각형과 하얀색 직사각형이 일정 비율로 교차해 있고 그 사이에 붉은색으로 채워 놓은 거 같았어. 그리고 정확히 꼭짓점에 놓여 있는 가로등 그리고 가장 중심에 있는 펠리세 3세 동상. 심지어 광장 자체가 직사각형이야. 딱 각 잡힌 광장이었어. 마치 체스판 같은 인상이었어.
더욱이 4면을 감싸고 있는 건물이 정면의 옛 시청사 말고는 모두 붉은색의 같은 높이의 건물이라 그런 인상을 강하게 했어. 광장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 곳은 많았아도, 직사각형의 광장을 프렉탈 구조처럼 반복적으로 구성한 곳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서 신기했지. 이과생이라 그런가. 자유로운 걸 좋아하긴 하지만 리스본에서도 말했든 이런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딱 들어맞는 광장이라 재밌었어. 마드리드의 모든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고 하니, 백성들에게 이런 '룰을 지키고 정확한 왕가라는 인상을 줄려고 했던 목적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봤어.
광장을 감싸고 있는 건물은 1층은 상가고 나머지 층은 주택이라고 들었어. 사람 많은 곳에 어찌 사나 싶었는데 대부분 B&B라고 해. 여행 왔으니 이런 곳에서 자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다음 기회를 노려 봐야겠어.
마요르 광장
푸에르타 델 솔 광장 (Puerta del Sol)
마요르 광장을 나와, 걷던 거리를 걸으면 마드리드의 상징 같은 솔 광장이 나와. 스페인에 며칠 있었다고 솔이라는 단어는 느낌상 썬이라는 걸 알았어. 태양의 문이라는 이름 그대로 광장이 마치 해수면에서 떠오르는 태양같이 반원으로 생겼어. 그리고 햇살처럼 길이 쭉쭉 뻗어 있지. 가운데에는 카를로스 3세의 동상으로 마드리드 중심이 솔 광장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10개의 길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엄청 많았지.
이곳의 상징은 마드리드라는 명칭의 유래에 관련된 곰과 마드로뇨 동상보다도 Tio pepe 광고판이야. '마드리드와 큰 관련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적인 셰리 브랜드 광고야.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게 광장에서 이 광고판이 가장 눈에 띄고 기억에 남아. 더욱이 유일한 대형 네온사인인 데다 이곳에 70년간 있었다고 하니 상징이 되겠지. 한때 자본주의의 원리에 의해 사라졌지만 시민들의 요청에 의해 다시 돌아왔다고 해.
21세기에 자본주의를 이겨냈다니 대단하지. 회사 생활 후, 자본주의를 이길 만한 논리나 시스템은 없을 줄 알았는데, 추억이란 대단해. 마드리드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쌓은 추억에 Tio pepe가 자리 잡고 있는 거겠지? '우리 몇 시에 Tio pepe 밑에서 만나.', ' Tio pepe에서 했던 말 기억나?' 이런 사소한 것들 말이야. 추억이란 것은 자본주의만으로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솔 광장과 Tio pepe 광고판
Congreso de los Diputados
계속 나아가던 방향대로 걸어 나가다 보면 특이한 건물이 보여. 정면에 Congreso de los Diputados라고 적혀 있어. 의회 같은 곳인가 봐. 정면은 그리스식으로, 왼쪽 편 건물은 현대식으로 건설되어있어. 하얀 게 오묘하게 잘 어울려.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이어받어 현대에 맞게 정치한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Congreso de los Diputados
포세이돈 분수와 공원
앞쪽에 회전 교차로가 있고 중심에 포세이돈이 마차를 타고 있는 분수가 있어. 가까이 가서 사진 찍고 싶었지만 도로를 넘어가는 건 오버겠지.
오른편으로 공원이 보여서 그곳에서 더위를 식히기로 했어. 그런데 가는 길에 '횡단보도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하고 건너편을 보니 프라도 미술관이 있었어.
공원을 통해 걸어가다 더위에 지친 상태로는 감상이 어려울 거 같아 공원의 벤치에 누워버렸어. 큰 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서 햇볕이 드문드문 들어올 뿐이었어. 우리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쉬고 있었어. 하지만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있었지. 역시 아이들은 지치지 않아. 부럽다~ 더위 따윈 상대도 되지 않는 너희들의 체력.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만 간간히 햇볕이 들어오고 조용하니 좋았어. 양쪽으로 2차선 도로가 있고 교통량도 제법 있었는데도 말이지.
프라도 미술관 앞 공원
도둑 잡는 제빵사
덕분에 잘 쉬고 있는데 멀리서 엄청 큰 소리가 나서 일어났어. 도로가로 가 그쪽을 쳐다보니 횡단보도 가운데서 남자 두 명이 싸우는 거 같았어.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도 천천히 다가갔어. 다가갈수록 보기엔 나이 많으신 관광객과 소매치기로 보였어. 그런데 다들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지 쳐다만 보고 있었어. 이상하다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요리사? 제빵사? 한분이 뛰어가 소매치기로 보이는 사람을 잡고는 인도로 끌고 갔어. 와~! 멋있더라. 횡단보도 건너편까지 다가가니까 이미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었어. 그리고 이내 제복 입은 경찰이 와서 포박했어. 경찰이 늦게 온다고 들었는데, 바로 오드라고. 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신고를 했나 봐.
아마 쫓아오지 못하게 빨간불에 가방을 채고 도망간 소매치기가 달리는 차 때문에 횡단보도 가운데에 멈추게 되었고, 그 사이 가방 주인인 할아버지가 뛰어가서 잡으신 거 같아. 그래서 횡단보도 가운데서 실랑이를 하고 있었던 거 같아. 보통 가방만 찾으면 놔주던데 엄청 대단하시더라. 그 후에는 하얀 제빵사복 같은 옷을 입은 아저씨가 소매치기를 같이 잡은 거겠지.
더 멋있는 건 경찰이 아니라 그 제빵사분이 그 노부부에게 계속 상냥하게 말을 걸더라고. 놀랐던걸 진정시켜드리듯이 말이야.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 유럽에서 소매치기를 몇 번 봤어도 현지인이 잡는 건 처음 봤어. 그때마다 근처 있는 사람들이 좀 도와주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지.
이번에는 별 탈 없는 노부부와 멋진 분을 봐서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덩달아 안심이 되었어. 사건이 종결돼서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다시 원래 누웠던 곳으로 돌아갔어.
놀란 가슴이 진정되면 잠 오는 느낌 알지? 누워서 자고 싶더라고. 혼자 여행했으면 그러지 못했을 텐데, 형이 있으니 벤치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있을 수 있었어.
누워서 본 나무와 하늘
그란 비아 (Gran Via)
잠시 있었는 줄 알았는데 1시간이 넘어버렸어.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프라도 미술관 앞으로 가 봤어. 역시나 사람이 엄청 많았어. 이래저래 역시 아닌 거 같아.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갔어.
이번에는 사람 없는 골목으로 다니다 비싸 보이는 동네를 걸었어. 그러다 멀리 아주 크고 하얀 건물이 보였어. 유럽에서 이 정도 높은 건물은 흔치 않았기에 저절로 가까이 걸어가게 되더라고. 그러자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영화관, 공연 극장, 대형 상점, 백화점 등이 눈에 들어왔어. 이곳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핫하다는 그란 비아.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나 광장에서 본 건물들과 비슷한 거 같기는 한데 뭔가 뉴욕 느낌이 났어. 반짝반짝 화려한 거 말고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현대식 건축물이라고 하면 느낌이 올려나? 할리우드 영화 보면 뉴욕의 백 년 전 영화관이나 호텔 같은 건물들 말이야. 조금 비슷하게 생겼어.
그런데 이상한 건 한 빌딩에 빈 상가가 꼭 하나씩은 있었어. 심한 곳은 층이 통째로 비어 있었지.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가장 큰 거리에 빈 상가가 이렇게 많다는 게 이상할 수밖에.
가판대에 로또 복권을 팔고 있었어. 유럽에서 의외로 복권 파는 곳을 본 적이 없었어. 여행 다니며 나라 별로 복권을 모아 볼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지. 하지만 외국인에게 팔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걸 깨닫고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형과 대화를 나누다 '당첨되면 이민 가는 건가?'라는 농담을 했어.
그란 비아와 끝에 위치한 바르셀로 토레 데 마드리드
바르셀로 토레 데 마드리드 (Barceló Torre de Madrid)와 스페인
결국 그란 비아 끝까지 걸어 스페인 광장과 길 끝에서 부터 보고 걸어온 바르셀로 토레 데 마드리드 근처까지 왔어. 광장에는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그 건물 앞에는 크기에 비해 사람이 별로 없었어.
바르셀로 토레 데 마드리드는 1950대에 지어진 건물로 많은 회사와 호텔, 레스토랑, 상가 등이 있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큰 건물이야. 어디서 봐도 우뚝 혼자 높이 서 있어. 그런데 사람이 그다지 없다니 이상했지.
스페인 광장
나중에 게하 사장님 말을 통해 전해 듣기로는 스페인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들었어. 그래서 건물에 빈 곳이 많은 거라고 해. 마드리드에서 가장 큰 건물도 마찬가지였지. 심지어 바르셀로 토레 데 마드리드인지 다른 호텔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빈 호텔에 노숙자들이 살고 있다고 했어. 다행인 것은 시에서 일부러 전기와 수도를 끊지 않고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어. 그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고 해.
건물주의 지침인지 시의 지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다는 것이 참 놀랍고 좋았어. 시의 지침이라면 시민들의 세금도 포함되어있을 텐데 말이야. 한국이었다면 과연 그들을 놔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마드리드의 행동이 더 이득인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보다 앞서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 그 정도는 나눠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전혀 그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 사람들의 흥은 쉽게 볼 수 있고 다들 밝은 표정인 걸. 힘든 상황에 마냥 낙관한다는 것은 좋지 않지만 거리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때 심각한 표정 지으며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 정말 쓸모없는 에너지 소비 같아. 그런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나도 힘든 상황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지며 걸어 나가더라도, 다른 이들에게는 불만스러운 자세나 고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밝은 미소로 대하며 그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자세를 가지자고 생각하게 됐어. 물론 넋두리는 하겠지만 그것으로 표정 찡그리며 살고 싶지는 않아. 열심히 진지하게 살더라도 잠깐잠깐이라도 즐기며, 짧은 순간이라도 웃으며 살고 싶어.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 왕궁
그대로 길을 따라 걸어가 걷다 보면 마드리드 왕궁이 나타나. 생각보다는 작아. 여행을 다니다 보면 왕궁을 많이 보게 되는데 딱히 왕궁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 한국인이라 그런가. 경복궁 같은 넓은 공간이어야 왕궁 같아. 그리고 집 같지가 않고 놀러 가는 별장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왕궁 뒤쪽으로 궁보다 훨씬 큰 정원이 있어. 누가 봐도 딱 프랑스식 왕궁이야. 여기에 특이한 점은 궁전과 정원의 높이가 달라. 궁전이 정원보다 높은 지형에 있어서 궁전 왼쪽 끝으로 가면 정원을 멀리까지 볼 수 있어.
하지만 이곳에도 그늘 한점 없어서 빠르게 지나쳐 왔어. 바로 앞에는 알무데나 대성당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입구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 이곳은 다음에 내부로 들어갈 때 이야기해줄게.
너무 더워서 게하로 돌아가기로 했어. 한여름 유럽 여행을 다니며 배운 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외부에 있지 않기! 반드시 실내에 있기'라는 것. 장기간 여행객에는 아주 반드시 중요해. 더워서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 사람들이 카페에 빼곡히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지.
마드리드 왕궁 정면
알무데나 대성당
강제 관광
게하로 돌아왔더니 문이 잠겨 있었어. 너무 당황스러웠어. 게하에 이런 경우는 없으니까. 기다리면 사장님이 오시겠지 하고 기다렸어. 기다린 지 30분이 넘어서 연락을 드렸더니 오늘 월드컵 결승전이라 저녁에 먹을 것을 사러 시장에 갔다고 하셨어. 어쩔 수 없이 다시 나갔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간이 걸린다고 하셨거든.
로비에서 쉬는 동안 더위도 조금 가신 거 같고 햇볕도 조금 약해진 거 같았어. 그래도 멀리 가지 않으니 결국 아까 갔던 곳들을 재방문할 뿐이었어. 걸어가다 그늘 나오면 쉬고 공원 큰 나무 밑에서 쉬다 보니 해가 어느 정도 넘어가고 구름도 많아졌어. 그래서 구름과 건물에 가려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러니 구경하기 훨씬 편해졌고, 덕분에 마드리드의 풍경이 보였어. 그렇게 보이는 황금빛 마드리드는 꽤 멋있었어.
구름이 걸려 있는 마드리드 건물
그늘을 따라 걷다 보니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라. 역시 나만 더운 게 아니야. 조금 시원해진 거리를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어. 그러다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솔 광장 길마다 사람을 비집고 다녀야 해서 한국인 줄 알았지. 사진 찍으면 사람이 수십 명씩 찍히는 거 같고, 축구할 시간도 다 되어가서 게하로 돌아갔어.
다행히 게하 문이 열려있었고 사람들도 이미 다 돌아와 있었어. 게하 식구들과 사장님의 음식을 먹으며 재미나게 결승전을 봤어. 그러다 경기가 끝나고도 놀다가 늦게 자버렸지. 더울 땐 시원한 곳에서 TV 보며 웃고 떠는 게 최고인가 봐.
황금빛 마드리드
더위 때문에 마드리드 훑어보기가 되었어요. 여행이라 관광지도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소매치기와 스페인의 경제에 따른 변화 같은 에피소드를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제 글에서만 전해드릴 수 있는 실제 여행기 같은 내용 같아서요. 독자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