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6일. 스페인 9일.
*톨레도 관광명소의 내부 출입은 없습니다. 대략적인 정보만 있으니 톨레도의 자세한 정보를 찾아오셨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세요.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어제 게하에서 놀다 약속을 하나 해버렸어. 그건 오늘 톨레도 가는 것. 군대 제대한 지 몇 달 안 된 남학생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말았어. 상상만 해도 무지 더울 거 같은데 어쩌다 그런 약속을 한 건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공존한 곳이자 스페인의 옛 수도인 톨레도는 가 보는 것도 좋겠지? 아무튼 사전 조사는 그에게 맞기고, 이번에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여행을 시작했어.
우선 지하철 5호선을 타고 6호선으로 환승하여 마드리드 플라사 엘립티가(Plaza Elíptica) 버스터미널로 갔어. 여기까지도 멀어. 버스터미널이 제법 커. 안을 걷다 보니 꼬꼬마적 가 보았던 버스터미널이 기억났어. 그때는 왜 그렇게 크고 길이 미로 같았는지, 길이 전부 빙빙 돌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기억의 그곳과 달리 긴 에스컬레이터에 색이 알록달록 칠해져 있어 밝고, 엄청 깔끔했어.
톨레도로 가는 버스 배차 시간이 10~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좌석도 여유롭고, 얼마 기다리지 않고 금방 탈 수 있었어. 터미널이 마드리드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버스가 금방 도시를 빠져나왔어. 그리고는 계속 일자로 곧장 달리는 거 같아 지루해지더니 스르르 잠들었어.
1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깨어났어. 창밖에는 나무가 안 보이고 전부 논, 밭이야. 유럽의 논, 밭 스케일은 산, 언덕과 같이 사는 한국인에게는 늘 새로울 따름이야. 이내 황토색으로 된 성이 보였어. 멀리서 봐도 중세 그대로 있기에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었지. 톨레도 버스 터미널도 외면이 성처럼 디자인되어있어. 그런데 내리자마자 '와~! 덥다!'. 그래서 그런지 내리는 사람도 몇 없었어. 그리고 상가도 편의점 하나 열었을 뿐 나머지는 전부 닫혀 있었어. 이런 여름에 톨레도 오는 건 아닌가 봐.
톨레도 성은 정말 산 위에 지어놨더라. 아무도 못 쳐들어오게 말이야. 멀리 정문 같이 보이는 게 있는데, 저기까지 그늘 한점 없는 오르막 길을 어찌 가나 걱정이 가득했어. 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중세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느낌은 좋았어.
걸어가다 보면 비사그라의 문(Puerta Nueva de Bisagra)이 보여. 커다란 문에 큰 문장이 그려져 있는 비사그라 문을 지나면 카를로스 5세 황제 석상이 있고, 또 문을 지나가면 마을이 나와. 정말 완전 중세 그대로야. 다니는 사람들 옷만 현대일 뿐이지. 역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야. 이렇게 옛 시간을 그대로 남긴 곳은 피렌체 이후로 처음인 거 같아. 하지만 피렌체는 성이 아니잖아. 여기는 어릴 적 레고로 만들고 놀던 그런 성이야. 그러니 남자들에게는 두근두근. 반면 몸은 녹아내리고 있지만. ^^;;
너무 힘든데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 알아? 성문을 지나왔지만 계속 오르막이었어. 왼편으로 멀리 걸어왔던 길과 버스 터미널이 보였어. 그늘 한점 없는 곳에서 오르막이라니......
이곳에도 마드리드의 솔 광장과 같은 이름을 가진 문이 있었어. 그 문을 지나 기념품 상점이 눈에 들어왔어. 여기에 왔으니 당연히 핀을 사야겠지. 들어가니 중세 물건들이 잔뜩 있어서 어릴 적 문방구에 있는 느낌이었어. 핀을 사고 다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니, 드디어 오르막이 끝이 났어.
진이 빠진 채 햇볕을 피해 대피할 곳을 찾았어. 가까운 식당을 찾았는데 영업 전인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준비도 안 되어있어서 주인장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지. 예상대로 영업 전이였으나 앉아도 된다고 했어. 들어가서 콜라랑 음료를 벌컥벌컥 마셨어. 콜라 맛은 나라별로 정말 다르구나를 느끼긴 했지만, 그건 둘째치고 살 것 같더라. 이미 여행을 오자고 한 자는 반쯤 포기상태였어. 그래도 이왕 왔으니 한 바퀴 돌기는 해야겠지?
마냥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는데 사람 한 명 없더라. 길을 잘 못 들었나 싶을 때쯤 큰 건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을 봤어. 그 건물은 톨레도 대성당(Santa Iglesia Catedral Primada de Toledo)이었어. 나는 밖에서 사진을 찍고 일행들이 성당으로 서둘러 갔어. 그러나 앞서 가던 일행들이 다시 나왔어. 이곳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야. 파사드가 있는 곳이 입구 아냐? 입장은 다른 곳으로 해야 하나 봐. 그래서 성당 외부만 바라보고 나왔어. 우린 들어가려고 했던 것도 까먹고 지나쳤지만, 이곳에 3대 성화중 하나가 있다고 하니 다녀온 여행객들은 나에게 좀 알려줘.
다시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니 톨레도에서 유일하게 넓을 거 같은 소코도베르 광장(Zocodover)에 도착했어. 광장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어. 쨍쨍한 햇볕이 그대로 비치는 광장에 있을 리가 없지. 그곳에 꼬마 기차(소코트렌)가 서 있어서 걷기 힘드니 이걸 타고 구경하기로 했어. 작은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출발 시간을 기다렸어. 30분 간격으로 있어서 광장 구석으로 가 잠깐 앉아 있다가 5분 전쯤에 자리를 잡았지. 이걸 타도 덥긴 마찬가지야. 에어컨이 있을 리 없으니까.
이어폰을 하나씩 받아서 좌석 옆에 연결하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어. 하지만 한국어가 없었지. 10개가 넘는 다양한 언어가 가능하지만 왜 한국어가 없는 거야!! 검은 머리 동양인은 한국인밖에 없는 거 같았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설정했으나 거의 영어 듣기 시험이야. 출발 전이라 대충은 배경지식으로 알아듣지만 기차가 출발한 후에는 빠르게 변하는 풍경에 구경하기 바빠서 귀에 들리지 않아. 들려도 '이곳이 어디구나' 하는 정도일 뿐. 역사와 건물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아. 대신 자연 에어컨이 불어오니 살 것 같았어. 기차가 빠르게 성 내부를 한 바퀴 돌며 구경했어.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중세 판타지는 이런 곳을 보고 만드는구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어.
그리고 성을 빠져나와 강을 건너 외곽을 돌고 있었어. 알카사르(Alcázar de Toledo), 알칸타라 다리 (Alcantara Bridge)를 지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톨레도가 다 보였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정차해 포토타임을 가졌지. 영화나 만화에서만 보던 중세 성을 그대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신기해. 높은 곳에 삼면이 타구스 강으로 둘러 싸여 있으니 요새로서 아주 적절한 곳이었어. 맞아, 그 리스본에서 본 타구스 강. 리스본은 하류 끝이고 이곳은 상류지역이야. 어마어마하게 길지. 난 강을 거슬러 온건가? 아무튼 못 들어가 본 대성당과 알카사르는 멀리서 보니 더 커 보였어. 성 내부에서는 건물들에 가려서 전체가 보이지 않았거든.
포토 타임 이후로는 이어폰을 빼버렸어. 기차가 멈춰 자연 에어컨이 꺼지니 너무 덥더라고. 출발 후 그냥 카메라도 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중세 스페인 수도를 그대로 느꼈어. 다양한 민족이 이곳을 지배함에 따라 다양한 문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거쳐가서 독특한 건축과 분위기를 풍기지만, 마지막은 기독교 국가라 그런지 확실히 기독교 색채가 가장 강했어. 이때까지 다녀온 국가들과는 달라. 이슬람교가 혼합되더라도 발칸 반도의 혼합된 느낌과는 전혀 달랐어. 그곳은 확실히 동로마의 독특함이 그대로 전해졌다면, 이곳은 그곳과 다르게 혼합된 느낌이었어. 당연히 시기가 다르니까 그렇겠지. 확실히 이 황토색의 기독교 도시 느낌은 스페인의 고유 느낌인 거 같아. 더 남부로 간다면 이슬람의 색을 더 느낄 수 있을 거 같았어.
왔던 길로 다시 돌아 광장으로 갔어. 1시간 정도 운행했던 거 같아. 광장에 내리니 이런 날은 걸어 다니지 말고 꼬마기차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 내부 좀 돌아볼까 싶었지만 몇 달 전까지 군인이었던 가장 어린 학생께서 지쳐 녹아버릴 거 같았어.
결국 광장에 있던 레스토랑으로 갔어. 그런데 내부는 만석이더라. 어쩐지 광장에 사람이 안 보인다 했어. 어제의 깨달았던 교훈 '오후 1~3시에는 밖에 다니지 않기'를 다시 깨달을 수 있었지. 야외라도 앉자고 해서 광장이 보이는 그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요기거리와 시원한 맥주를 주문했어. 실내보다는 덥지만 그래도 맥주를 마시니 시원했어. 음식 맛은 음...... 유명 관광지의 가장 세가 비싼 자리가 그렇지 뭐.
그곳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체력도 조금 충전되고, 광장에 다니는 사람도 많아지는 거 같아 일어났어. 계산서를 받으니 예상대로 가격이 많이 붙었어. 유럽에는 테이블 차지 (table charge)이라는 게 있어. 테이블 위치별로 가격이 있어. 음식값이 아니라 자리값 말이야. 물론 없는 나라나 가게도 있지. 유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의외로 이야기를 안 했네.
유럽 가기 전에는 당연히 가게 안 창가가 가장 비싼 줄 알았는데 아니야. 야외 테이블이 가장 비싸. 큰 가게일 경우에는 야외에 가까울수록, 가게와 멀수록 테이블 가격이 비싸. 왜냐면 야외 안쪽에 있는 테이블은 다른 테이블에 가려서 야외라는 게 별 의미가 없지. 덥기만 할 뿐. 가게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야. 아주 멋진 풍경에 몇 센트만 받는 곳도 있고, 많은 사람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덥기만 한 자리에 몇십 유로보다 더 받는 곳도 있으니까. 아마 여름이 크게 덥지 않고 집 밖에서 음식과 차를 마시기 위해서 나왔는데, 가게 안이면 실내라 그 느낌이 반감돼서 그럴지 않을까? 나에겐 크게 공감되지 않는 점이라 처음에 당황스러웠어. 음... 한강같이 야외에서 먹고 싶은 기분,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그건 소풍인가?
아무튼. 거기다 광장에 있는 가게는 다른 가게들보다 가격이 좀 더 비싸. 테이블 가격은 당연하고 음식값까지. 유동성이 가장 높고, 탁 트인 야외니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그래서 광장에 있는 야외테이블에서 외식을 즐긴 우리는 스페인 물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했지. 메뉴판을 받았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테이블 가격에 와우, 맥주 가격에 와우. 한국에서 맥주 마신 줄...... 유럽에서 맥주는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데 말이야. 물보다도 싼 동네도 많고.
선호도 차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도 있지만 야외 테이블에 추가 요금이 있는 건 세금을 더 받는 경우도 있어서라고 해. 가게 앞이나 광장은 공공재니까 이용료가 있는 나라나 도시가 있다고 들었어. 그리고 그다음으로 비싼 자리는 당연히 창가, 그리고 안쪽, 공연 무대가 있는 곳은 당연히 무대 가까운 쪽. 작은 가게 같은 경우는 야외 말고는 테이블 차지가 없었어. 큰 곳에 갔을 때는 창가는 예약석이거나 이미 손님이 있어서 이용해 본 적이 없고 테이블 차지가 있다고만 들었어.
그러니 유럽 레스토랑을 이용할 때 테이블 차지가 있다는 거, 그리고 위치마다 다르다는 거, 한국과 같이 광장이나 유명한 관광지는 더 비싸다는 거 참고해서 이용하면 돼. 분위기 값으로 지불하기에 충분한 곳이라면 아깝기는커녕 추가 돈을 지불하고 싶을 정도니 이용해 보는 걸 추천해. 하지만 오직 맛집을 찾는다면 한국처럼 작은 골목을 찾는 것이 좋을지도. 어디서나 작은 맛집은 늘 숨어있는 거 같아.
이렇게 유럽인들은 아무리 더워도, 추워도 굳이 야외를 더 선호한다는데, 내부 만석에 야외 테이블이 비어있는 걸 보면 얼마나 더운 줄 알겠지?
다시 좁은 길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어. 다들 어디 있었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가 곤란할 정도였어. 그래서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하거나 소품들을 찍었어. 중세풍의 가게들이 많아서 가게 때문에 더 중세 같았지. 심지어 중세 갑옷이랑 검도 팔아.
계속 걸어가니 사람이 점점 줄기 시작했어. 그리고 건물도 조금씩 달라졌어. 유대교 성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유대 지구에 들어온 걸 알았어. 그런데 뭔가 섞인 듯한 느낌이라 묘했어.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이제 몸이 점점 더 녹아내리고 있었어. 우리의 말수도 점점 줄어들어갔지.
그래도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어. 산후안 데 로스 레예스 수도원 (Monasterio de San Juan de los Reyes).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라 여왕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바르셀로나 여행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 말했으니 익숙할 거야. 그들의 아들 존 1세의 탄생과 토로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 원래 계획으로는 부부가 이곳을 무덤으로 사용하기로 했으나 그라나다를 정복하고 그곳에 묻혔다고 해. 이사벨라 여왕만 쫓아다녀도 스페인 구경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겉모습은 서유럽의 성당과 조금 다른 모습이야. 널찍한 사각형 형태로 가운데 정원이 있는 형태지. 구글맵을 보면 가운데 비어있어서 알 수 있었어. 역시나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형식과 비슷한 것 같지만 이슬람 문화가 조금 녹아 있는 거 같아.
톨레도는 세 종교를 모두 품고 있었어. 그래서 문득 짜증이 났어. 과거 이렇게 같이 잘 살아놓고는 현재에는 왜 이렇게 싸우는 거야. 같은 신을 모시는 거 아니었어? 물론 중간이 다르긴 하지만, 싸우더라도 피 터지게 싸울 필요는 없잖아. 실제로 톨레도에는 모두가 어울려 잘 살았어. 그래서 그들을 내보내기 전까지 많은 지식과 기술발전이 있었어. 그리고 스페인은 그것을 기초로 유럽 최고가 되었지. 이후에는 끊임없이 하나의 종교로 만들기 위해 종교재판과 개종이 이루어지고 나중에는 개신교도 축출하게 돼. 이걸로 스페인의 인적 인프라가 무너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해. 역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겠다.
그런데 이곳도 어디로 들어가는 건지. 문이 있지만 굳게 닫혀 있었어. 뭔가 복잡한 마음에 수도원 앞에 서서 한참을 보다 손으로 한번 만져보고는 그늘을 찾으러 갔어. 입구를 찾기 귀찮은 것도 있고, 그보다 이곳이 성 끝쪽으로 앞에 탁 트인 풍경에 더 눈이 갔어. 여기도 그늘이 너무 없어. 성 아래 풍경을 쫓다 보니 바깥쪽으로 걸어서 더 그런가 봐.
그러다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보였어. 엄청나게 긴 에스컬레이터. 이게 왜 여기 있지? 이렇게 긴데 아무도 없어서 잠시 망설였어. 그래도 '작동하니 타도 되겠지?' 하며 몸을 맡겼어. 천천히 내려가며 성 밖의 풍경을 보는 것도 꽤 괜찮더라. 현대 물건이지만 성안과 잘 어울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도 더위에 지쳤나 봐. 작동하는 구간보다 하지 않는 구간이 더 많아. 공사 중인지 투명 비밀로 덮어놓은 구간도 있었어. 그래서 이 긴 구간을 걸어가는데 '이래서 사람이 없구나' 싶었지. 그러니 풍경 볼 여유도 없어져 버렸어. 그렇게 가다 끝까지 오니 성 밖으로 나와 있었어. '아~ 우리처럼 인력으로 성을 걸어 올라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전기를 이용해 올라가는 거구나'하며 깨달았지. 사전 조사 없이 온다는 게 이렇게 몸을 힘들게 해. 톨레도에 어떤 건물이 있는 줄만 알았지. 이런 게 있을 줄이야.
앞에 자그마한 풀밭이 있어서 나무 그늘에 들어가 주저앉았어. 햇볕의 절정이 지났기에 쉬었다가 다른 쪽으로 가보거나 실내로 들어가 볼까 싶었어. 그때, 오늘 가이드하실 분이 '형님들, 너무 힘들어요'라며 20대 제일 팔팔할 거 같은 청년의 GG 선언에 형이랑 나는 웃어버렸어. 어제, 오늘 그의 허세와 리스본에서 나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말이야. '많이 힘들어?'라는 물음과 '돌아가면 안 될까요'라는 대답에, 장난기 섞인 구박을 하는 형들과 죄송하다고 연신 말하는 막내 때문에 한참 웃었지. 죄송할 거 없어. 덕분에 스페인 중세 성도 봤고, 더울 줄 예상했고, 배경지식만 믿고 사전조사 없이 따라온 건 나니까. 그건 그대의 잘못이 아니니까.
다시 버스터미널로 가면서 '조금만 더 시원했더라면 조금 더 둘러볼 여유와 마음이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조금 남겨두고 왔어. 특히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녹아있는 점들을 비교해 보며, 또 과거 그런 사람들이 공존했던 삶을 느껴보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워.
올 때는 모두 버스에서 꿀잠. 와서도 쪽잠을 자서 밤에 잠이 안 와, 또 늦게 까지 놀고 말았어.
톨레도 기억을 돌이켜 보니 아쉬운 점이 많네요. 그때는 입구 찾을 생각도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어요. 그늘에 앉아 있고 싶은 마음만 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알맹이 없는 말들만 길었던 거 같아 조금 불안하네요. 그래도 TMI같이 상세하게 전하는 게 켄셉이라 그대로 남겨봤어요. 테이블 차지는 왜 전해드리지 않았나 싶네요. 이참에 잘 됐지요. 유명 관광지 광장 야외 테이블은 와~ 정말 손해 보는 느낌이랍니다. 한낮에는 정말 볼 것도 분위기도 없거든요. 전에 아말피 카페는 풍경이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