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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Jun 11. 2024

남아도는 시간은 건강한 습관을 들일 절호의 기회

건강이 최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면 직장 주변에 맛집이 정말 많다.

지금 직장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에 집이 가까운 것이 가장 컸지만 점심시간에 근처 맛집을 순회할 생각을 하면서 혼자 짜릿하기도 했다. 


아침부터 점심에 뭘 먹을지 생각하고 점심 먹고 산책을 하면서 다음번 식당을 마음에 담았다. 그렇게 식탐을 부리는 사이 야금야금 몸무게도 늘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행복했던 맛집 투어도 몇 달하다 보니까 시들해졌다. 식당을 다 정복한 것도 아니고 아직도 안 가본 식당은 수두룩한데, 짜릿한 강도가 덜하다는 거다. 


예전에 독서모임 할 때 선생님 하시다 명퇴하신 분이 전 세계여행을 몇 년 하다 보니 지금은 시들해져서 시간이 남아도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그 슬픈 눈을 보면서도 공감이 될 듯 말 듯 했는데 이런 비슷한 감정일 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 느꼈던 즐거움의 강도는 약해지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식탐을 부리다 몸무게를 얻은 것처럼...


몇 년 간 세계여행을 하면 과연 어떤 것을 얻고 어떤 것을 잃는 걸까? 무지 궁금하다.

'점신'앱에서 60대가 내 인생의 전성기라는데 혹시 그때쯤 세계여행을 해볼 수 있으려나~ ㅎㅎ


어쩌면 이렇게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고 언젠가는 해보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인생을 살아나 갈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다 할 수 있고 이미 모든 것을 이루었으면 바로 무기력증으로 가는 직행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 아닐까?


요가 가는 날엔 점심을 포기하고 대신 일하면서 바나나, 고구마 등을 주섬주섬 먹는다.

요가 안 가는 날엔 샐러드 집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한다.

강한 맛의 자극을 포기하고 건강하고 덜 살찌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절실함이 있다. 

건강한 음식도 순한 맛있음이 있으니까 말이다.

입맛을 개선해야 한다.


2~3일만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단으로 과식만 피해도 1~2킬로가 금방 빠졌다. 

예전에 상사분들이 식당에서 밥공기의 밥을 반이나 덜어내고 먹는 모습을 보며 뚱뚱하지도 않는데 왜 1인분의 양을 무시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적어져서 절제를 하지 않고 살던 데로 살면 저절로 살이 찐다는 것을 깨달았다.  


헐렁한 옷을 입고 요가원 맨 뒤에서 허우적대는 요가 열등생인 나는 딱 붙는 요가복에 고난도 동작을 쭉쭉 하는 앞자리 사람들이 부러운 마음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늘씬하게 요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추상적 욕망도 있지만 가장 구체적인 두려움은 지금 입고 입는 옷들 작아져서 못 입는 상황이 오는 거다. 

지금은 50킬로 대니 마음에 드는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지만 60킬로 대로 가면 무슨 옷을 입어도 우울할 것만 같았다. 

고로 운동을 하고 건강식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 불변의 진리가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면서 노력을 안 해온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지금까지 운동도 안 하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살았는 이 정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도 천운일 정도다.


하지만 몸무게가 드디어 60킬로를 넘어갔을 때, 몸이 천근만근 피곤할 때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직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간 여유가 생겼다. 뭘 해야 하지 모르게 시간이 남아돌 때도 많다.  


누군가는 아이 대학입시를 알아보고 서포트하라고 하고, 누군가는 주식 부동산 등 돈 공부를 하여 노년을 풍요롭게 보내라고 한다. 


남들의 조언을 하나도 실천하고 있지 않은 나는 빈둥거리면서도 이게 누려도 되는 한가함인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는 회피성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허송세월 보내도 되는 거가 싶으면서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한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시간, 공간, 마음의 여유 덕분에 건강식을 하며 자극적인 맛을 자제하고,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시계를 수십 번 보면서도 힘든 요가를 지속하고, 이렇게 글도 쓴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나의 그릇된 습관은 나를 짓누르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고 어떻게든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  빨리 스트레스를 덜어내려는 시도였다.  잘못된 방법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의지가 약했다기보다는 환경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근무하고 오늘 쉬는 날이다. 어제는 계란 프라이와 함께 상추와 쑥갓으로 밥 반 공기를 싸먹고 저녁에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지만 빈둥거리면서 잘 참아냈다. 오늘 아침에도 밥 반 공기에 멸치볶음, 상추쌈을 먹고  빈둥거리다가 오전 9시 30분에 요가 갔다가 11시쯤 그릭 요구르트, 수박, 삶은 달걀을 먹었다. 


빨래를 하고 누어서 조금 자고 다시 빈둥거리다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누가 보면 생산적인 일을 1도 안 하는 배짱이 같다. 하지만 어제 직장 나가서 기 빨릴 대로 빨리지 않았나! 쉬는 날까지 나 왜 이리 불안한 거지? 문제네...


이 빈둥거림은 게으름이라기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공백 아닐까? 

성격상 빈둥거리는 게 양심에 가책을 받고 오히려 우울해지기 때문에 뭐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목표를 세웠다.  

첫째,  건강한 식습관을 들여  올해 말까지 한 달에 1킬로씩 5킬로 정도 빼기

둘째, 요가를 다니면서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기

셋째, 매일 글쓰기


위의 세 가지를 실행하기 위한 빈둥거림은 절대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여건이  좋은 습관을 들일 하늘이 주신 너무나 소중한 기회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여유를  '찐'으로 잘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남들이 하라는 것들을 안 하는 불안감은 집어치워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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