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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Jun 14. 2024

딸과의 관계를 위해 입을 꼬매야 한다.

잔소리 중지!

나는 '욱'하는 성격이 있다. 

나의 MBTI는 ESFJ 다. 사람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여럿이 있을 때 기가 빨리는 경우가 많아 ISFJ로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ESFJ 성격을 검색해 보면 '욱하는 기질 이 있다.', '걱정이 많다.'가 나오는데 뜨끔하여 MBTI의 신뢰성이 한층 올라간다.


아이를 키우면서 '욱'하는 성격을 고쳐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우리 딸은 고집이 세다. 

중학교 때는 아이가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좌충우돌하면서 나와 충돌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가서는 말은 안 듣지만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잘 하기에 별 트러블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요즘 크게 부딪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잠'이다.

아이가 잠을 일찍 안 잔다. 

하루에 6시간은 잤으면 좋겠는데 5시간이나 그 이하로 자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감기가 걸렸는데도 계속 잠을 늦게 자고 어제는 2시 30분에 자고 몸살이  심해져서 오늘 아침에 학교도 못 갔다. 

내가 열받아서 뭐라고 하면 아아는 지지 않고 자기주장을 펼치니 아주 피곤하다. 

공부하면서 잤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잠은 잘 자야 한다고 말해도 잘 안 먹힌다. 


아마도 자신도 그러고 싶은데 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럴 의지가 약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어제는 친구랑 구글 미트로 함께 공부하면서 같이 늦게 잤다고 하니... 


아이는 "엄마는 나한테 좋게 권유하는 정도만 할 수 있지. 강요할 수 없다"라고 소리 지르는데 그 말이 맞긴 하지만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고 매일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급기야는 오늘 학교도 못 가는 모습을 보고 최소 6시간 잤으면 하는 마음은 포기가 어렵다.   


신경을 내려놓을 수 없어서 요즘 나까지 밤에 잠을 잘 못 잔다. 어제도 자다가 1시에 깨어서 불 켜진 딸에게 '잠을 자라고'문밖에서 한마디 하게 된다. 더 나아가면 아이가 '지랄'할 것임을 알기에 문밖에서 한마디만 하고 참는다.


비효율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아이를 보면 안타깝고 왜 이리 말을 안 듣나 가끔은 열도 받지만 생각해 보면 공부를 잘하고자 하는 열망과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것들, 늦게 자도 끄떡없는 체력 좋은 친구의 영향 등 여러 요인이 혼합된 것이 아닐까?


나도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식 먹고 술도 안 마시는 게 좋다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조금만 멀찍이 보면 너무나 사소한 일인데 이런 것 때문에 가장 중요한 아이와의 관계까지 훼손 시킬 순 없다.

큰 시각에서 보고 넓은 마음을 가지자. 

오늘은 아이의 장점들 보고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겠다.


그리고 욱할 때 나오는 ESFJ의 특징인 TMI 잔소리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것을 자제하자. 아침에는 나도 졸리고 컨디션이 안 좋기에 정신줄이 놔지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정 화날 때는 그냥 한 번만 단순하게 한마디만 하고 입을 꿰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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