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의 주체이면서 고용인, 교사의 딜레마

돈 많은 귀족 어린이집? 공동육아의 빛과 그림자

by 문슬아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교사가 보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애쓴다. 일반 어린이집 교사들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안식월’ 제도가 있다. 3년 만근 시 한 달을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들 역시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근무시간이 적지는 않다. 조합 특성상 참여해야하는 행사도 많고, 평가인증 서류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작성해야하는 보고서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대부분 6시까지 남아 있고 상·하반기 부모 면담을 하는데 그때는 거의 매일 야근이다. 방모임, 조합 행사 등 준비하고 참여해야 하는 일들도 많다. 게다가 근무시간 외에 연락도 부지기수. 주로 자녀에 관한 이야기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낄 수 있다.


공동육아 초등방과후 교사였던 A씨는 공동육아 교사로서의 고충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마을에 완전 들어와서 살았기 때문에 공동육아가 일이면서 제 삶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사실상 공동체로부터 받는 게 많았기에 견딜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교사들은 멀리서 출퇴근을 하거나 자기가 속한 공동체는 따로 있고 이 곳은 그저 직장으로 열심히 일하는 곳인 경우도 있어요. 조합원들은 관계 안에서 부대끼면서 서로 성장하는 게 참 중요한데,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직장에서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으니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KakaoTalk_20220523_121114613.jpg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교사가 보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애쓴다. 사진=개구리 어린이집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교사회’라는 독자적인 기구가 있다. 교사회에서 논의한 이야기를 원장 교사가 이사회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매년 임금 관련 협상도 원장이 교사회 대표로 이사회와 직접 한다. 일반 회사에 비해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서 좋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도 딜레마가 있다.


교사는 조합에서 고용한 고용인이기도 하지만 조합 운영의 주체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훤히 안다. 조합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자신들의 필요를 마냥 편하게 요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편,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교사 근속 연수가 긴 편이다. 조합원들은 아이가 크면 조합을 떠나게 되고 터전에는 새로운 신입 조합원들이 들어온다. 오래 일한 교사들은 세대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조합원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목격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오롯이 떠안게 되는 일도 많다.


개구리 어린이집 원장 봄바람(장희재)은 “결국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는 오랫동안 공동육아 교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끝까지 지켜야 할 것, 융통성 있게 변화에 발맞추어 갈 것 등을 카테고리화 해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조합원들을 새로이 만나게 되면서 이런 것들이 흔들릴 때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이면서 공동육아의 가치도 잘 전수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이죠.”


공동육아 교사라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여전히 걸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봄바람은 “아이와 교사, 아마가 서로를 존중하려고 애쓰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과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에너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여기는 아이, 아마, 교사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니까, 서로 계속 부딪히고 소통하면서 늘 그래왔듯 길을 찾아갈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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