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일시적인 사업이 될 수 없다
다양한 출산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어려운 현실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저출산 문제가 고용, 교육, 주택, 돌봄,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 등 사회 전반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출산 장려 지원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B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면 상황이 더욱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 하교를 하기 때문이다. 하교 이후의 긴 시간 동안에 아이들은 학원을 돌다가 귀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교육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은 돌봄 공백에 홀로 방치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B씨는 출산 후 일을 그만두었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다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위해 방과 후 돌봄을 이용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마저도 포기했다.
“아이들을 그냥 앉혀 두고 소란 피우지 말라고 유튜브를 틀어 주더라구요. 돈을 들여서 방과 후 유료수업을 신청한다 해도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았어요.”
윤석열 정부는 초등학생 돌봄을 확대해 돌봄 공백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방과 후 학교 운영시간은 오후 5시까지, 초등 돌봄교실은 저녁 8시까지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돌봄 확대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와 희망 섞인 반응이 엇갈린다. 정규수업 자체가 일찍 끝나는 저학년의 경우 전일제 교실이 운영되면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이들만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붙잡아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정부의 초등 전일제 학교에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학교와 지역사회 내 공공시설에 오후 7시까지 초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종일 돌봄’을 시행했다. 당시 장기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탓에 여성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온종일돌봄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종일 돌봄이 포함된 공적 초등 돌봄 서비스는 사교육이나 부모가 직접 돌보는 경우, 가족·친지 활용 등 다른 돌봄 방식에 비해 선호도가 낮았다. 여성 취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구원은 “온종일돌봄 정책은 돌봄의 양적·질적 확대 없이 현재 상태로는 초등 자녀를 둔 여성이 일에 집중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돌봄 대안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제도적 지원이 물론 중요하지만 ‘돌봄’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이나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많이 깔려있는 한국 사회에서 육아가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 부부 공동, 그것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지 않는 이상 제도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로, 또 남성의 육아휴직 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회사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