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한 위축감의 실체를 보다
외모에 관한 한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고 사는 사람과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거나 늦추려고 노력하는 사람. 전자는 나이가 들어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거나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일이고 노력해봐야 숨길 수도 없다며 포기한 사람들이고, 후자는 노력한 만큼 상대적으로 젊어 보일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우거나 그나마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완전히 망가져 버릴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외모보다는 내적인 성장에 더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평온과 성장을 가져다 줄 거라고 믿고 싶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안의 소리는 다른 말을 했다. "왜 이래? 눈에 뻔히 보이는 데 신경 쓰이잖아. 안 그래?"라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타인의 꾸밈없는 모습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나 자신의 꾸미지 않는 모습은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도 이런데 더 나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자 되돌릴 수 없는 젊음에 대한 미련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나마 지금이 나은 것일 수도 있겠네'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나보다 가장 젊은 내가 될 것은 분명했다. 비록 거울에 비친 내가 전보다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먼 훗날의 나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때만 해도 한창이었는데 왜 그때는 몰랐나 싶어'라고. 그래서 마음먹었다. 지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겠다고. 그저 달랑 몇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연예인 지망생이나 찍을 법한 프로필을 만들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서 찾아낸 사진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촬영을 할 날짜를 잡고 그 날이 오기 전에 나에게 어울릴만한 옷과 헤어 그리고 메이크업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에는 마치 화보를 촬영하듯 파격적인 스타일을 연출해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표하는 방향은 '최대한 단조롭게, 얼굴과 표정 그리고 몸짓을 옷이 가리지 않는 쪽'으로 굳어졌다. 인위적으로 만든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내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어 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먼 훗날 '이때만 해도'라는 전제에서 보는 내 사진이 이질적이지 않을 테니까.
당일에 남편과 함께 스튜디오를 찾았고 메이크업을 받은 후 옷을 갈아입고 촬영에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비추는 조명과 메이크업 및 의상을 챙기는 스태프분들 그리고 정면에서 커다란 카메라로 나를 응시하는 포토그래퍼로 둘러 쌓이다 보니 낯선 분위기에 잔뜩 얼어 버렸다. 나의 표정과 자세가 지극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몸으로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건 평소의 내가 타인의 시선을 얼마나 예민하게 느끼는지를 극명하게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젊어 보이려고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이기도 했다.
굳어진 나를 보던 남편이 우스개 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웃음이 터졌다. 순간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이후부터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남편을 응시하며 표정과 몸짓을 바꿨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나를 꾸미든 꾸미지 않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 그런 대상이 있을 때 나의 외모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사실 보통의 타인은 상대를 보이는 대로 본다. 꾸미는 것이 지속되면 그게 그 사람의 자연스러움이 될 것이고 꾸미지 않는 것이 지속되면 그 또한 그 사람의 자연스러움이 될 것이다.
몸의 긴장이 풀리고 나니까 표정이나 포즈에서 평소의 내 패턴이 드러났다. 무심함이나 자신만만함 그리고 다소 사색적이거나 철딱서니 없어지는 다양한 모습의 내가 담기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이 촬영된 결과물을 보니 어떤 것은 나라고 느껴지고 어떤 것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라고 느껴지는 사진이 편했다. 예쁘고 젊어 보이는지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이 담긴 나를 본능적으로 찾게 되었다.
촬영이 끝난 후 이메일로 사진을 받았고 그중에 내가 선택한 일정 수량의 사진은 포토샵을 이용해 보정을 해 주기로 계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20장 정도의 보정 컷을 요청했다. 인화를 위한 사진을 선택하기 위해 '보정 전 나이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진'과 '보정 후 매끈하게 나이가 지워진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최종적으로 가장 나의 평소의 모습과 닮은, 편안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주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보정되지 않은 사진을 선택해 인화했다. '이때만 해도 한창이었는데 왜 그때는 몰랐나 싶어' 먼 훗날의 시선이 머물다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을 고스란히 품은 아름다운 타인을 보듯 나를 바라보는 현재의 내 시선만이 남았다.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