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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윽 Apr 29. 2022

집 II - 서울살이의 장점

 수원 출신의 아내와 영, 호남, 경기에서 자란 나에게 서울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며 신혼집도 같은 서울에 구했고 서울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서울? 정신 못 차리면 코 베어가는 무서운 곳이라는 시골 출신다운 편협한 생각과 달리 신혼부부에게 서울은 재미있는 것 투성이었다. 서울살이의 장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서울 거주의 장점

1. 자차가 필요 없다. 지하철부터 동네 버스까지 대중교통이 너무 잘 되어있다. 결혼 준비, 신혼여행 비용, 전세금 마련 등으로 돈이 없던 우리는 차도 한 대 없이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은 차 없는 우리 같은 뚜벅이도 반겨주는 듯했다. 어딜 가나 30분 이내면 다 갈 수 있었다. 집 앞에 있는 9호선 증미역에서 홍대, 강남, 잠실까지 어디든 거침없이 다닐 수 있었다. 오히려 차는 지방에 있을 때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했다. 지방에서 돌아다니는 시내버스의 배차간격, 노선을 생각하면 지방에선 아무래도 차가 있어야 한다.


2. 다양한 먹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쉬는 날이 되면 힙하다고 하는, 핫플레이스,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은 여의도 IFC몰이나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같은 쇼핑이 쉽고 깔끔한 곳만 찾아다녔다. 그런데 그런 곳도 너무 자주 다녀 질리다 보니 서울 곳곳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곳들을 찾기 시작했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서울 사람들이 좋아하는 갬성을 찾아다녔다. 이때가 아마 가장 서울 뽕에 심하게 취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3. 한강에서 산책과 운동하기가 좋다.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한강에 갈 수 있었다.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한강은 운치가 있었다. 여름엔 저녁에도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도 많아 무섭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둘이 걸으며 지난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미래를 설계하기도 했다. 집 앞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큰 장점 중 하나였다. 


4. 이건 서울의 장점이 아니라 살던 집 위치의 장점이었다. 맥도널드가 바로 집 앞에 있었다. 아내와 나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참 좋아한다. 평일에 밥하기 싫거나 먹을 게 없으면 언제나 우리는 맥도널드를 향했다. 맥도널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매장 점포 수도 줄여간다는데 우리 집 앞에는 맥도널드가 있었다. 토요일 아침 소시지 머핀과 콜라는 힘든 업무로 지친 나에게 주는 일용한 선물이었다. 


요약하면 대중교통, 놀거리, 한강, 맥도널드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게 뭔 장점인가 싶겠지만  인천으로 이사 온 지금 출, 퇴근은 1시간 이상이 걸리며, 나가면 맥도널드나 큰 마트는 찾아볼 수 없고, 산책이나 조깅을 할 수 있는 공원 또한 집에서 멀어졌다. 8시까지 출근하는 나는 6시에 기상해야 하고 16시 30분 퇴근을 하면 저녁 6시가 되어야 들어올 수 있다. 아파트로 이사오며 평수는 넓어졌지만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글을 마치며 나는 기필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 다시 서울로 입성하리라 다짐한다. 그때는 강남이나 잠실로 가야지.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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