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전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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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족(배우자, 자녀, 형제자매)이나 애인, 친구가 하루가 멀다하고 우울한 표정과 무기력한 모습, 더 심하게는 "나 우울해, 죽고 싶어", "사는 게 왜 이 모양이냐. 희망이 없다. 사는 게 거지 같다."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고 자주 내뱉을 때, 그 말을 듣고 정신적 데미지가 전혀 없는 사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 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듣는데 어느 누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 부정적인 말을 뱉어도 안 좋은 영향을 받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나와 삶을 같이 나누고 있는 배우자, 애인, 가족이라면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는 경험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역시 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참 마음 고생 많으셨어요.
먼저 저도 그런 감정을 경험해봤기에 얼마나 마음이 괴로운 지 공감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내보고자 이 글을 찾아 읽고 계신다는 점에서 희망과 용기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나 너무 우울해"
1.가까운 주변 사람이 매일 이런 말을 할 때, 그 말을 들으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
1) 무력감 : 배우자나 가족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와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히 알지 못하거나 도와주더라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매우 큰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계속해서 우울한 감정에 잠겨있다면, 당신은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의 상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깊은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나 우울해", "죽고 싶다"를 입 밖으로 잘 꺼내는 사람일수록 그 상대에게 의존성이 높은 반면 또 자신의 우울을 상대의 책임이나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내가 그의 우울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과 걱정, 자책 등으로 정신건강에 상당히 악역향을 주게 됩니다.
2) 스트레스 및 우울 : 가까운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당신 자신도 우울증 증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공감성 스트레스'라고 부릅니다. 이 '공감 고통'이 오랜기간 계속 쌓일수록, 무뎌지기보다 더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나 우울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고 우울하고 불행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3) 책임감 : 배우자나 가족의 정서적인 안정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부담감과 긴장감이 커집니다.
"이러다 우리 둘 다 우울해지면 어쩌지?"
"우울은 왜 전염되는가?"
2.주변 사람의 우울은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많은 연구에서 우울증은 전염된다고 보고합니다.
특히 이런 정서적 전염은 주로 유대관계가 강하고 접촉이 잦은 가족, 파트너(애인), 룸메이트, 친한 친구, 직장 동료 사이에서 잘 벌어지는 일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가 우울증을 겪고 있을 경우, 3주 후에는 그 룸메이트보다 자기 자신이 더 우울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덴마크의 한 연구에서는 파트너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자기 자신도 항우울제를 사용할 확률이 62%나 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우울 전염에 취약한 그룹은 노인 그룹으로 우울증이 있는 배우자와 함께 사는 노인들은 따라서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우울증에 걸린 나이 많은 배우자와 사는 것은 마치 치매에 걸린 배우자와 사는 것과 같은 정신적인 고통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우울 뿐 아니라 불안, 외로움과 같은 감정, 불만이 많은 상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가까운 주변사람에게 전염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인지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감정이 전파되는 이유로 "우리가 가까운 사람들을 자동으로 모방하는 경향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공유하게 되는데, 이런 '공감성 스트레스'로 인하여 배우자나 친구가 우울할 때 그 상황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인해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부부 관계에서 한쪽이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부정적인 말이나 비난의 말을 하는 것은 우울한 사람 뿐 아니라 그 상대방에게서 나올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파괴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관계 파탄에서 오는 우울증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같이 죽는 것을 선택할텐가, 다같이 사는 것을 선택할텐가. 아님 나 혼자라도 사는 것을 선택할텐가."
3.주변 사람의 우울에 함께 빠지지 않는 법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가족으로 살기 위해 가져야할 마인드셋
1)그(그녀)가 우울한 것은 그의 문제이며, 내 문제/내 책임이 아니다.
관계와 정신건강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그녀)의 우울증이 당신의 잘못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정신건강 문제를 회복하는데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지원의 중요함은 더할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다만 당신의 노력에 따라 100% 달라질 수 있고,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파트너가 우울증에서 회복하기 위해 어떤 문제들은 혼자서 해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건강 여정이란, 마라톤과 같은 긴 장기전이며 회복은 밀물과 썰물처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계속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당장 내가 누군가의 우울을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망감과 좌절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울과 회복의 반복에 대해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인내심을 갖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2)그(그녀)의 긍정적인 점을 찾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좋아질 거라는 일말의 기대와 희망으로 오랜 시간 기다려보아도 전혀 나아짐이 보이지 않고 침대에만 누워있는 모습을 볼 때 가족들은 절망감과 분노, 좌절, 우울 등 복합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힘든 하루를 보낸 후에 집에 갔을 때,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산 뒤 집에 갔을 때 그런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한순간 힘이 쫙 빠지고 우울해집니다. 모든 것이 짜증나고 절망스럽습니다. 아무 것도 하기 싫습니다. 다 포기해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실망스럽고 내 기준에 부족한 면도 많겠지만, 최선을 다해 긍정적인 점을 찾고 나머지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긍정적이 면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구요?
그래도 하나라도 한 번 찾아보세요. 나를 위해서요.
만약 그 사람이 한 분야에서 진전을 이룬 것이 있다면 그것에 집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울한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 수 있으므로 너무 빨리,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3)내 기준이 아닌 그들의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 그들과 대화하자.
우울한 사람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기준과 관점에서 상대를 보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기준에서 그를 바라볼 때면 상대의 무책임함에 화가 치밀거나, 기분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갑자기 삶을 살기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시간을 가지고 쉼호흡을 하며, 그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해보세요.
"나 너무 우울해."란 말에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가
4.우울하다고 말하는 가족, 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말
"나 너무 우울해"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은 대체로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큽니다. 그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어하며, 이를 통해 공감이나 위로를 받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
경청하기 :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입니다.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며, 그저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 인정하기 :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와 같이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말을 해줍니다.
지지하기 : "네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내가 함께 고민할게", "난 네가 우울해해도 항상 네 곁에 있어서 지지해 줄 거야" 등과 같이 지지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전문적인 도움 제안하거나 함께 가주기 : 현재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를 구체적으로 찾아 소개해줄 수 있으며, 함께 가보자는 제안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우울감을 당신 혼자 감당하지 마십시요. 전문가가 담당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상적인 관심과 사랑 보여주기 : "사는 게 지옥같다", "사는 게 거지같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자주 말한다면, 그럴수록 더더욱 기본적인 '의식주'에 신경써주세요. 깔끔하게 집 청소해주기, 맛있고 기분 좋아지는 음식 준비해주기, 좋은 향이 나고 드라이된 옷 등 기본적인 것이 잘 갖춰지도록 우선 신경써주세요. 그런 후 소소한 일상생활에서도 관심과 배려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영화 함께 보기, 산책하자 제안하기 등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큰 위로가 됩니다.
"당신, 그동안 정말 마음 고생 많았어요."
5.가족, 애인, 친구의 우울증에 힘들었던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 자신도 많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을 거고, 상대방을 원망하고 비난하기도 했을 거에요.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당신 때문에 겨우 삶을 지탱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당신의 노력과 애정, 그리고 인내심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지금 당장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좌절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두운 밤 뒤에는 반드시 해가 뜬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또 다시 급우울해질 때가 오더라도, 매일 조금씩 내가 행복한 시간을 늘려나가보아요.
여러분은 어떤 걸 할 때 가장 좋고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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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헬스코리아 장은하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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