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입국하시길
짧은 머리카락 위로 흰 눈을 이고 오신 부부는
비행기 안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나 보다.
노신사분은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날까지
다리 통증과 감기로 많이 아프셨다.
물리치료를 여섯 번이나 받았지만
별효과가 없었으나 인도의사가 놓아준
두 번의 주사와 약은 효과가 있었다.
그리곤 비 온 뒤 맑은 하늘 아래에서
활짝 웃으며 공항으로 떠났다.
17년을 나이로비에 살았던 부부는
7년을 미국에서 사시다가
지난 5월에 횡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추억이 많은 케냐에 여행겸
꼭 마무리를 해야 할 일을 위해서
조용히 방문을 하신 것이다.
팔순이 넘은 부부는 방을 각각 사용하고
식성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친구처럼 지내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병이 나서 입맛을 잃은 신사분을 위해서
나의 지인들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젓갈과 장아찌를 보내주었고
우리 부부는 그가 좋아하는 인도 레스토랑을
모시고 가기도 하고 이요리 저 요리를 만들어 보았다.
때마침 시즌 막바지인 애플망고가
두 분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아침상에 내놓은 아보카도와 팥이 듬뿍 들어간 찐빵과 가래떡으로 다행히도 행복 해하셨다.
원래는 40일 일정으로 케냐에 방문했으나
출국 날짜를 20일이나 앞당기셨다.
노부부의 머리카락은 강원도 횡성에
소복이 쌓인 흰 눈 보다
더 예쁘게 반짝반짝 빛이 났다.
비 온 뒤 유난히도 찬란한 햇살이
그네들의 어깨에 포근히 내려앉을 때
그동안 고생했다며 나를 안아주신
그 품이, 울 아버지와 울 엄마 같아서
참으로 따스하고 정겨웠다.
두 분이 편안히 고국에 입국하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