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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Apr 18. 2021

고사리 아저씨

고마운 분


우기철만 되면 니므로에 사는 마이나 아저씨가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걸어온다
한국 사람들이 소도 안 먹는 고사리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부터이다
어느새 나도 사고 친구들에게
고사리 소식을 전한다.


고무 대야에 고사리를 쏟으니 한가득 찬다

물을 끓여서 차례씩 나누어서 삶아내니

양은 냄비에 먹물을 풀어놓은 듯

검은 색깔이 가득하다

삶아 낸 고사리에 찬물에 담가서  

밤새 쓰디쓴 독을 우려낸다


늘 술에 취한 듯한 말투로

전화를 걸어오는 마이나 아저씨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한국말은 고사리뿐이다.

비쩍 마른 몸으로 숲 속 이곳저곳을 헤치며

고사리를 꺾었을 아저씨의 거친 .

다음에 그를 만나면  먼저 악수를 청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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