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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Nov 18. 2024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열꽃이 피었습니다

배앓이와 몸살이 끝나갈 때쯤에

새로운 약을 꿀꺽 삼켜버렸다.

원래는 감기초기에 먹으면 효과가 좋은

약인데 일상을 빨리 되찾고 싶어서 먹은 것이다.

기분이 나쁠 만큼 아랫배가 찌릿했던

 아픔이 신기하게도 멈추는 듯했다.


한국으로 출국할 지인을 만났다.

그네들은 새벽에 시골에서 출발해

조모 케냐타 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우리 부부와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이다.

배앓이가 채끝 나기 전이라서 외출하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1년에 많이 만나면

 2번밖에 안보는 사이라서 남편을 따라나섰다.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한참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손바닥이 간질간질하기 시작했다.

손안이 팽팽해지면서 손바닥이 투명해지는 것이 아닌가.

집에 오자마자 바지를 들추어 보니 분명히

몸에 작은 반점이 보였지만

혹시나 싶어서 밤에 약을 한 알 더 먹었다.


밤에 간지러움이 올라오면 비상으로

두드러기 약을 먹으려고 챙겨 놓고 잤다.

새벽 1시쯤에 손바닥과 발바닥이 심하게

간지럽기 시작했다.

얼른 일어나서 두드러기 약을 먹었지만

새벽 내내 간지러움과 사투를 벌였다.


다음 날 아침엔 약은 먹지 않았지만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면서

동전만 한 붉은 반점들이 온몸으로 번져가더니

머릿속까지 부어올랐다.

 눈두덩이가 부어오른 것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결국엔 야간에 문이 열린다는 병원으로

 달려가고야 말았다.

손등에 주사기가 꽂혔다.

주사를 한방맞고 집에 오니 밤 11시다.

이날밤은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지만

 24시간 지나자 주사 효능이 끝났는지

온몸에 열꽃이 다시 올랐다.


징그러울 정도록 흉한 모습을 보니 참으로 불편하다.

성경에 나오는 욥이라는 인물이 생각이 난다.

온몸에 피부병이 생겨서 미치도록 괴로웠던 그.

그보다는 훨씬 미약한 괴로움이었지만

이 또한 속히 지나갈 것이기에 견디는 중이다.


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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