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다는 말은 꽃을 꺾다. 나뭇가지를 꺾다. 그리고 더위나 추위 또는 성격이 한풀 꺾이다.라는 말에 사용된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배앓이가 시작되더니 월요일
아침부터 오한이 왔다. 두 아이의 도시락을 간신히 싸고
쓰러질 듯 소파에 드러눕고 말았다. 손발이 차고 배를 쥐어뜯는 듯한 통증으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간신히 일어나서 소화제와 타이레롤을 먹고 전기장판을 킨 상태로 긴 아침잠에 빠져들었다.
자다가도 천둥 치듯 배안이 요동치면 벌떡 일어나서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장염인지 체기인지 몸살감기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지사제까지 입안으로 꾸역꾸역 쑤셔 넣는다.
병원비가 비싸고 의사를 만나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케냐에서 나는, 집안에 비축해 놓은 비상약으로 아픈 몸을 버텨낸다.
꼬박 삼일을 침대와 소파 신세를 지내면서 '몸이 한풀 꺾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압도적으로 지배한다.
힘이 빠져서 걸을 수조차 없는 상태라니.
남들이 말하는 그 무시무시한 갱년기가 나에겐 그리 문제없이 살짝 스쳐 간다고 만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나 보다. 식음땀이 나고 뼈마디마디가 아프다.
몸이 아파도 입맛을 잃은 적이 없고 잠만 잘 자고 나면 금세 회복이 되었는데 이번엔 혹독하게 아프다.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