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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울 Apr 29. 2020

익스트림 시골 라이프

part 1. 낯선 존재들


시골 하면 느릿느릿 흘러가는 하루, 자연과 함께 하는 여유로운 생활, 정겨운 사람들, 맑은 하늘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어느 정도 느린 삶을 살고 있지만

시골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익스트림 하다.




첫 번째, 집안에서 마주치는 낯선 존재들

시골에서 벌레, 동물과 공존하며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름이 되면 개미에게 잔뜩 물려 잠에서 깨고 잠자리가 집안을 날아다닌다.

봄이 되면 창문 틈에 낀 벌들을 구해주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초보 레벨 급의 아주 귀여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중간 레벨로 올라가면 개구리, 지네, 거미 등을 만날 수 있기에.

거미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가끔 안 보이면 소식이 궁금해질 정도이고,

개구리는 특히 화장실에서, 지네는 새벽에 발견되곤 하는데

새벽에 화장실 가다가 마주치면 공포영화 속 하이라이트라도 본 기분이지만

가족들이 깰까 봐 속으로 한번 기절하고

조용히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곤 한다.


보스급 레벨로 올라가면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 기다리고 있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자면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누군가 혼비백산하며 달려오면 우리 가족은 익숙한 듯 장비들을 챙겨 범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보통은 뱀이 당황한 모습으로 꾸물거리고 있다.


예외로 거실에서 조용히 티비를 보고 있는데 부엌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다면

머리 끝부터 척추를 타고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운이 나쁜 경우 70%의 확률로 쥐가 있기 때문이다.

요놈들은 꽤나 재빨라서 잡으려면 보통 고생이 아니다.


하지만 쥐의 입장에서 자신보다 백배는 족히 큰 괴물들이 난리를 치니 얼마나 무서울까 싶다.


도저히 어떤 방식으로 침입을 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이 친구들은 죄가 없기에 최대한 조심히 자연으로 방생해준다.

만나서 짜릿했고 다신 보지 말자는 인사와 함께.





두 번째, 가끔 만나는 거대한 존재들


한창 에너지가 넘치던 어린 시절, 집 옆 골목에서 홀로 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갈색의 무언가가 시야를 가득히  방해했고,

그것과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전혀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


내 앞에는 거대한 소가 덩그러니 골목을 막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초인적인 힘으로 담을 넘어 집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사실 소는 위협적인 동물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린 나에게 그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목장에서 소가 풀려 돌아다니던 상태였고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목장에서 집 앞까지 유유자적하게 걸어오는 동안 아무도 눈치를 못 챘던 것이었다.


잠깐의 자유를 맛봤던 소인데 내가 너무 모질게 굴었던 것일까.




소는 양호한 편이고 동네에 사나운 개가 풀릴 때면 난리가 나곤 한다.


이상하리만큼 집에 오는 낯선 사람에게 경계를 하는 개들이 있는데,

집 안에서는 손님만이 경계의 대상이었지만 집 밖에선 모두가 경계의 대상이다.


이들 눈에 잘못 걸린 날에는 역시 초인적인 힘으로 도망쳐야 무사할 수 있다.

교감을 시도했다가 패딩이 다 뜯기고 피를 볼 뻔한 적도 있으니

몸을 열심히 사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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