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울 May 02. 2020

#2 익스트림 시골 라이프

part 2. 고라니 울음소리를 아세요?





익스트림한 시골 라이프 하면 고라니를 빼놓기는 정말 섭하다.


늘씬한 풍채, 빛나는 눈으로 항상 어딘가에 숨어 있는 고라니.


고라니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동물이고 거의 모든 개체수가 우리나라에 서식 중이라고 한다.

길을 걷는 중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밭을 헤집어 놓아 꽤나 골치 아픈 존재로 악명이 높지만,

가끔 산을 오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볼 때면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니 하며 구경하기 바쁘고 아기 고라니는 그야말로 천사 같다.

나에게 고라니는 숲 속의 밤비 같은 존재였다.

 

고라니 울음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고라니 울음소리를 처음 들어 본 날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어느 날 엄마와 여유롭게 노닥거리는 도중

 창문 밖으로 기괴한 비명이 들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비명소리에 온몸이 굳었고 1분간 정적이 흐르며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울음소리..ㅜㅜ)


정신을 차리고 둘은 꼭 붙어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벌벌 떠는 와중에

때마침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고 사색이 된 둘은 비명소리가 들린다며 확인 좀 해보라고 다그쳤다.


"어떤 여자가 비명을 질렀어 빨리 확인해봐!"

그때 마침 들리는 소리.

"갸악 아악 갸아악"

아빠는 한참을 웃더니 말했다.

"이거 고라니 소리야 바보야."

"고라니가 밭을 다 헤집어 놓으니 원, 쯧쯧.."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고라니 울음소리는 밤에만 들린다.

찾아보니 밤과 새벽에 활동하는 친구들이라고..

아직도 고라니가 우는 밤이면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별일이 아니라니 다행이지만 그 이후로 고라니를 더 이상 숲 속의 밤비 같은 존재로 볼 수는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익스트림 시골 라이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