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돈이 되는 영화만 좋은 시간대에 배치할까
그리고 왜 많은 상영 횟수(회차)를 가져갈까.
또, 그렇지 않은 영화는 접근하기 힘든 시간대(12,14,17시)에 배치되고 개봉 일임에도 1개 관 개봉을 못해 하루 2~3회만 상영할까.
나는 항상 이런 의구심과 못마땅함이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점장이 됐을 때 다양한 영화를 제공하자는 마음이 컸었다. 뭐, 대의는 훌륭하나 결국 외압에 시달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임기 초기엔 이런 마음을 꽤 반영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갓 헬프 더 걸>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아트관을 운영하는 곳에서만 개봉하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지방 상업 영화관은 언감생 꿈도 못 꾸는 영화랄까.
물론 극장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개봉 라인업에 넣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개봉을 밀어 부쳤고 시간 배정도 프라임 시간대(19~22시)로 넣었다.
결과는 참패. 그리고 프라임 시간대 매출 저조로 경위서도 작성했다.
* 당시 <갓 헬프 더 걸>은 우리 지역(그러니까 '도' 단위 행정구역) 우리 극장만 개봉했다. 영화 최종 관객 수 5,724명, 우리 극장 50여 명. 환장할 결과인 거다.
배급사 측에선 고맙다고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
그와 반대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나를 상영 스케줄 개념을 모른다 판단하고 계속해서 괴롭혔다.
예년에 비해 회차 수가 감소했다느니
(실 조사 결과 오히려 증가)
심야를 매일 운영하지 않아 생기는 손해가 크다느니
(지역 주민 생활 패턴과 산출되는 인건비를 비교하면 매일 심야가 오히려 손해)
내가 점장직에서 내려올 때까지 지속해서 압박을 가했다.
*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회사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정식 항의를 하려고 공문을 준비해도 굳이 이런 걸로 잡음 낼 필요 없다며 묵살 시켰다.
이게 현실이다.
오로지 매출로만 정리되는 상황.
다양성은 이 시장에 허용되는 분야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있던 그 시절의 극장 업계는
영화의 발전을 바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