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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삼 May 30. 2024

여름이었다

여름 3대장 애니메이션



더위를 피해 영화관으로 피신 오는 계절, 여름은 어느 때보다 관객이 많고 활기가 가득 차다.

홀은 아무리 냉방을 틀어도 후덥지근하고 상영관은 이따금 춥다며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누구는 덥고, 누구는 추운. 가늠하기 힘든 입맛에 더워서 또는 추워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물론 영화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진짜다).

나는 벌레가 무지무지 싫다.

20년을 농촌에서 살았지만 나는 벌레 한 마리에 호들갑 백 마리를 소환하는 사람이다.

20년을 봤지만 단 1초도 적응되지 않는 이놈의 벌레.

그리고 이 '벌레'들이 가장 성하게 활동하는 '여름'은 나에게 있어 이음동의어나 다름없었다.

아, 이러다 '벌레 포비아'에 대한 내용으로 글이 가득 찰 거 같으니 다시 쓰던 글로 마저 돌아가겠다.



여름의 영화관은 블록버스터의 계절이지만 의외로 애니메이션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들은 높은 확률로 시리즈물이다.


시리즈로 제작된 영화들은 개봉을 선호하는 달이 있다.

예를 들면 <미션 임파서블>은 7월, <분노의 질주>는 4-5월, 마블의 <어벤져스>는 4월 말.

<어벤져스>가 처음 개봉할 때만 하더라도 개봉 일이 애매하다는 평이 많았다.

소위 매출을 많이 내기 위한 방법으로 어린이날에 맞춰 개봉을 하는데 마블은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며 4말 5중(4월 말~5월 중순)의 영화관을 지배했다.


좀 더 이야길 하자면 마블은 1년 중 개봉 비주류의 달을 선택해 오히려 ‘마블 영화가 개봉하는 달’이라는 상징적인 모습을 만들었다.



여름 영화관엔 애니메이션 3대장이 있다.


<명탐정 코난>, <포켓몬스터>, <짱구는 못말려>.


이 영화들은 오랜 기간 동안 어린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매번 흥행에 성공했다.

내가 일했던 시절에도 이 영화들은 여름의 아침을 여는 강력한 시발점이었다.

오픈 전부터 대기 홀엔 뛰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로 가득했고, 매점 앞은 '카라멜 팝콘'을 사려는 사람들로 즐비했다.


팝콘을 기다리는 자, 바닥에 쏟은 자, 치우는 자...

아차 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보통 영화관은 저녁이 더 바쁘다.

하지만 여름의 영화관은 오전이 더 바쁘다.

같은 인원이라도 가족 단위 관객들의 파괴력이 상당하기에 모두가 인정한다.


그리고 매년 여름 우리는 이것을 반복된다.


3대장은 매년 우리 곁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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