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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삼 May 15. 2024

본격 쿠키 전쟁

극장 변화의 순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말고 특별한 활약이 없었던 마블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두 의문인 가운데 <아이언맨>은 보란 듯이 흥행에 성공한다. 한국에서만 무려 430만 관객이 들고 7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라는 성적을 냈다.


그리고 약 2년 뒤 <아이언맨>의 속편이 개봉하면서 또다시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그런데 2년 전과 다른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쿠키를 즐기는 것이다.



처음 마블의 <아이언맨>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쿠키 영상은 봐도 되고 안 봐도 되는 선택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마블이 '세계관'을 도입하면서 이제 '쿠키'는 다음에 나올 마블 영화의 중요한 단서가 되었고 팬들의 놀이가 되었다.

더 이상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퇴장하지 않았다.

이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쿠키 영상을 기다린다(또는 쿠키가 있는지 검색한다).

이러한 문화가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는 낯설었다.


우리에겐 혼란의 시기가 있었다.



처음에 관객들은 '이래도 되나?'라는 의문을 품었다.

실제로 스텝들에게 많이 물어볼 만큼 (이거 보고 가도 돼요?) 관객들도 적응하지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을 다 보면 쿠키 영상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때까지 앉아있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꽤 오래갔다. 그래서 출구 쪽에서 보는 관객도 많았다.

보긴 봐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으니 나가려다 보는 거다.


혼란은 스텝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다 빠져나가고 없을 상영관에 관객들이 있으니, 청소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헷갈리는 거다. 물론 관객이 1명이라도 있으면 청소를 하지 않는 게 룰이지만 스텝 입장에서는 다음 영화 입장까지 남은 시간이 부족하니 전전긍긍하는 거다.


예를 들어 10시에 시작한 영화의 종료시간이 12시 30분이고, 다음 영화가 12시 50분 시작이라면 '20분'의 여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10분 전' 입장이 원칙이기에 실제론 12시 30분부터 40분 사이에 청소가 끝나야 한다(관객 퇴장 시간까지 합하면 그 이하다)

소형 관이 아니고서야 10분 안에 청소를 끝내는 건 쉽지 않다(뭔가를 쏟거나 부서진 이슈가 없어야 또 가능).


이전엔 본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이 바로 일어나 퇴장했기에 자막이 나오는 시간에 청소가 가능했다.

즉 10분+α의 시간 활용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그게 안 통하는 거다.


비상이 걸렸다.


이걸 해결하려면 한 번에 많은 인력이 들어가 청소하거나 영화 사이의 간격을 늘려야 하는데, 인력을 늘리자니 그 외 시간에 잉여가 생기고 간격을 늘리자니 상영 회차가 줄어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러한 변화에 대해 각 영화관은 저마다의 대응을 했다.


위처럼 인력과 회차 간격으로 해결하는 곳도 있었고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청소하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마블 영화가 개봉하면 쿠키 관련 고객의 소리가 많았다.


+ 청소를 진행해서 눈치를 주었다. 나가라고 했다 등

읽다 보면 이렇게까지 하는 극장이 있다고?! 하는 포인트가 있었다.



지금은 관객과 직원 모두에게 이런 혼란은 없다.

그렇게 마블이 의도했던 쿠키 영상은, 얼떨결에 우리의 극장 매너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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