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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삼 May 08. 2024

비수기도 박살낸 그 영화




모든 것이 그렇듯,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도 있다.

영화관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에야 코로나로 인해 계속 부진하고 있지만 그 이전엔 대표적인 비, 성수기가 존재했다.


성수기는 5,7,8,12,1,2월로 볼 수 있는데

성수기 중에서도 특히 7월 말 8월 초, 12월 말 2월 초는 '극'성수기라 부른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여름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 시즌이 겹쳐 극장에 관객 유입이 가장 많아서다(미어터진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그래서 배급사들은 해당 월에 그 해 가장 잘 될 거 같은 영화를 정해 개봉하는데 업계에서는 그것을 '텐트폴'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흥행 천만 영화들은 거의 이 시기에 나왔다(명량, 극한직업, 신과함께 등등)



그다음으로 바쁜 달이 가정의 달 5월이다.

이때는 애니메이션의 개봉이 주를 이뤄 아이가 있는 집들은 대다수 영화관을 찾는다. 그리고 한 가지 특징이라면 오픈도 하기 전부터 극장이 극장은 시끌벅적하다는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영화 시작 시간은 아직 한참인데) 일찍 오는지에 대해 당시엔 의아했지만, 자녀가 생긴 지금은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이해 가능하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으면 매점 러시가 상당히 빠르고 치열하다. 온 김에 아무것도 사주지 않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기에 부모들은 아무리 줄이 길어도 기다린다. 팝콘 재고가 모자라면 튀겨질 때까지 기다리고 음료 재고가 없다면 아이를 설득하기 바쁘다.

카라멜 팝콘을 겨우 손에 쥐어주고 나면 드디어 상영관에 보낼 수 있단 생각에 부모의 얼굴엔 희망이 비친다. 하지만 그러다 팝콘이나 음료를 쏟아버리는 아이 때문에 부모에 얼굴엔 그림자가 깊게 생기기도 한다.




비수기는 3,4,6,11월 정도로 볼 수 있다.

3월은 학생들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라,

4월은 꽃이 본격적으로 피는 봄의 시작이라 극장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6월은 사실 비수기라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왜냐하면 호국보훈의 달로 군인 단체가 좀 있는 편이다

가끔 전쟁과 관련된 영화가 6월에 개봉하면 관객이 더 들기도 한다(연평 해전 640만, 포화속으로 333만)


보통 영화는 간부들이 선택하는데 장병들은 문화생활 자체가 좋아서 그런지 영화 타이틀과는 상관없이 표정들이 밝다.

그리고 꽤 높은 확률로 그들은 매점을 거의 털어가다시피 한다.


그리고 11월이라고 적긴 했지만 사실 추석 이후부터 11월 말까지는 학교 시험, 수능 등등의 이유로 극장이 몹시 한가롭다. 그래서 배급사들은 이 시기에 개봉을 꺼려 하는 경향이 보인다(일부는 2차 시장을 염두에 두고 비수기 개봉을 반기기도 함).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비수기에 개봉하여 무려 1천만 관객이 넘은 영화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과 막연히 즐기는 영화가 아님에도 흥행은 예사롭지 않았다.


블록버스터라 그런가?

아니면 정말 '놀란' 감독의 파워인가?


고민하던 끝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인터스텔라>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용 영화'라는 인식이 생겨서였다.

그래서 무려 11월에(당시 대충격이었음) 가족을 동반한 관객이 몰려왔다. 실로 대단한 상황이었다.


+ 실제로 11월 초 개봉한 영화 중에 성공한 영화는(박스오피스 기준 관객 순위 100위)

10월 31일에 개봉한 <늑대 소년> - 660만 과 11월 6일에 개봉한 <인터스텔라> 1천만뿐이다.



그리고 그 해 우리 영화관은 역대 최고의 관객 스코어를 기록했고 나는 퇴사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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