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폴의 세계는 치열하다.
관객이 가장 많은 여름 극성수기(7말 8초)엔 각 배급사들이 사활을 걸고 영화를 전략적으로 개봉한다.
영화 팬들 사이에선 이런 텐트폴 영화가 하나 둘 공개될 때마다 무한한 관심을 보인다.
올해 여름 시장의 승자는 누구일지 점쳐보기도 하고 아이맥스 필수 관람 영화를 뽑아 보기도 한다.
특히나 이 시기에 천만 영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에 기자들과 극장 관계자들의 관심도 높다.
* 극성수기에 개봉해 천만을 달성한 영화는 무려 9편이다(31편 중).
우리나라 최다 관객이 든 영화는 모두가 알다시피 <명량>이다. <명량> 역시 여름 극 성수기에 개봉했다.
당시 극장 시장이 성장세에 있었고 50대 이상의 관객이 몰리면서 1천7백만이라는 난공불락의 스코어를 달성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기록이 깨지지 않는다는 게 대단하다.(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과거로 잠시 가보자.
2014년 각 배급사가 내놓은 여름 텐트폴 영화는,
CJ의 <명량>, 쇼박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 롯데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디즈니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였다.
당신은 혹시 <가오갤>을 영화관에서 보았는가?
그렇다면 아주 희귀한 경험을 한 것이다.
마블 영화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디즈니가 자신에 가득 차 내놓았던 <가오갤>은 당시 낮은 인지도로 인해 좋은 결과가 나지 못했다(디즈니 마블이라는 브랜드로 밀어 부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명량>에게 예매율이 압도적으로 밀리면서 스크린 확보 역시 어려웠다.
* 개봉 첫 주 스크린 수는 <명량> 1,159개, <가오갤> 497개로 2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그뿐만 아니라 개봉일 7월 30일부터 8월 5일(1주간)까지 모객 수를 보면 <명량> 660만, <가오갤> 77만이란 결과가 나왔다.
압도적 패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규 영화 개봉에 밀려 <가오갤>의 스크린 수는 더 줄어 354개가 되었다.
마블의 여름 극성수기 도전엔 <가오갤> 이전 <퍼스트 어벤져>가 있었다. 2011년 혹평과 함께 51만이란 관객 수를 기록했다.(그 당시 우리나라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가 생소했고 '미국 패권주의'라는 이미지도 강해서 관객들이 꺼려 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두 작품 이후로 현재까지 마블이 여름 극 성수기에 개봉한 영화는 없다.
(7월 초는 노려봤지만 극성수기엔 들어오지 않았다.)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명량>과 <가오갤>은 이렇게 만나 각각 두 편의 속편을 더 제작해 3부작으로 마무릴 짓는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각 분야에서 레전드를 만들었다.
* 김한민 감독은 <명량> 이후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트릴로지를 완성 시켰고 현재는 임진왜란 8부작 시리즈물을 준비하고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은 <가오갤> 시리즈를 마블에서 마무리 지은 후 DC의 영화 유니버스 총책임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