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 때 어떤 스타일인가요?
첫째, 아무 말도 안 하고 팔짱 끼고 본다.
둘째, 배우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셋째, 맛있게 먹고 또 먹는다.
넷째, 울고 웃고 화내고 리액션 하며 본다.
사실 사람 수만큼 관람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첫째'를 말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내가 극장을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자유로운 관람(심지어 좌석마저 자유로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웃기면 크게 웃고, 슬프면 울고, 화나면 욕도 하고,
이처럼 리액션의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단관 시절의 극장이 멀티플렉스화 되자 다중이용시설 매너가 대두되었다.
소위 '관크'라는 단어가 생기며 우리는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 하나를 지워버렸는지 모른다.
물론 관 내에서 매너를 지키지 않는 관객은 아직도 많다.
상영 중에 말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는 나 역시 싫다.
하지만 영화는 다른 관객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즐거움을 느끼는 콘텐츠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닌 영화와 내가 대화할 때 영화는 우리에게 더 큰 행복감을 준다.
<1987>에 강동원 배우가 처음 등장할 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어셈블을 외칠 때,
<할로윈>에서 로리와 마이어스의 역할이 바뀔 때,
우리는 감탄과 전율, 환호로 답해야 했지만 '관크'라는 단어 속에 갇혀 표현할 수 없었다.
2018년 한 영화가 개봉했다.
한 가수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1천 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극장 관람에 새 지평을 열었다(정확히는 주류에 가까운 장르로 끌어올렸다).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한 이야기다.
밴드 '퀸'에 대한 일대기와 음악, 그리고 뉴트로의 열풍.
이 삼박자에 사람들은 N차 관람하며 퀸치광이가 되어갔다. 또 스크린 속 퀸의 노래를 같이 부르고 싶었던 관객들의 열망이 담겨 싱어롱 버전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아이돌 콘서트도, 어린이 영화도 아닌 이 영화의 싱어롱 버전은 당시 신선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공식적인 '관크' 허용 영화.
이 영화 덕에 이후 싱어롱 영화에 대한 관객 접근성이 좋아졌다. 그리고 관객들은 좀 더 영화와 가깝게, 즐겁게 보는 법을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