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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남편과 젖은 낙엽

2박 3일 젠지 독서캠프에서 만난 자유, 그리고 집에서 울던 한 남자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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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간 경기도의 ‘젠지 독서캠프’에 다녀왔다.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평생 독서 프로젝트 ‘1000권으로’의 일환이라 했다.

내향적인 나에게 낯선 사람들과의 합숙은 부담스러웠지만,

남편 없이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이라니, 어딘가 모를 해방감도 있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충주의 깊은 산속, '고도원의 숲'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독서캠프’라 해서 조용히 책만 읽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아침엔 함께 운동하고, 점심엔 유기농 밥상 앞에서 수다를 떨고, 오후엔 싱잉볼 명상으로 마음의 울림을 듣고, 저녁엔 숲길을 걸으며 초록 숨결을 느꼈다. 심지어 스파까지!


몸도 마음도 몽글몽글, 행복 그 자체였다.

2박3일이 아니라 한달이라도 있으라면 기꺼이 머물고 싶을 만큼.


그런데 어느 날 밤, 숙소의 고요를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마누라~ 마누라~ 언제 와? 나도 같이 가~~~ 혼자 놀아서 좋아? 마누라~~~”

낯익은 목소리. 남편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묘한 고라니 울음소리.

“마누라아아아~~~~~~”

고라니 흉내를 내는 남편의 울음소리는 내 방 벽을 타고 숙소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숲길을 걷다 젖은 낙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괜히 남편 얼굴이 겹쳐 보였다.


나는 그 낙엽을 하나 주워 내 옆자리에 찰싹 붙이고 내려왔다.

“남편, 다음엔 같이 가자. 혼자 울지 말고~”


2박 3일의 젠지 독서캠프, 몸도 마음도 충전 완료. 내년에도 꼭 다시 가고 싶다.


고라니 남편은… 다음엔 동반 참가로!

경기도, 화이팅~!



젠지캠프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는데

사는이야기에 올라갔네요.

독서캠프에서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보았습니다.

읽고 좋아요 부탁드려요~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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