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는 여름방학같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늦잠을 자고 느지막히 아점을 먹고, 집을 나섰어요.
폭염주의보 속에 북촌을 걸어 처음 뵙는 작가님의 전시를 보았고, 조금 더 걸어서 예전에 함께 아카이빙 팀이었던 작가님의 전시를 보았습니다. 두 군데 모두 작가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간단한 저녁밥을 사먹고, 조금 더 이동해서 서울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에 동료 그림책 작가님의 북토크를 신청해둔 날이었어요. 20대 지망생 시절부터 같이 공부하던 오랜 사이이지만, 막상 북토크 자리는 또 새롭더군요. 작업 과정을 중간에 봤던 책이어도 또 새롭고요. 평론가 선생님과 대담처럼 주고받는 이야기도, 북토크 시작 전의 미니 공연도 좋았습니다.
이 날 들은 여러 이야기중에 마음에 남는 말이 몇가지 있어요. ‘인생그림책이 무엇이냐’ 는 질문과, ‘무엇이 나를 흔들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는 덧붙임이 가장 크게 남았는데요. 그동안 좋아하는 책이 자주 바뀐다고만 생각했는데, 기준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다른 세미나에서 ‘나의 추구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던 것과도 통하는 이야기네요. 연속해서 이런 질문이 머리 속을 때리는 걸 보니, 한번 정리해볼 때가 온 것인가봅니다.
처음 그림책에 빠졌을때는 내 취향의 그림만 좋았어요. 예쁜 그림, 정교한 그림, 아름다운 그림들. 몇 년이 흐르니 그림 속의 내용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감정, 메세지, 이런 것들요. 지금은,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고…’ 하는 때가 많아요. 그림의 측면, 이야기의 측면, 연출의 측면, 많은 걸 고려하며 봅니다.
그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내 취향의 책은, 그림은, 무엇일까요? 주말 내내 책장 앞을 서성이며 고민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