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동동 Jul 09. 2024

도수 치료와 체외충격파 권하지 않는 정형외과 찾습니다

나의 정형외과 방랑기

  장마철은 괴롭다. 날씨가 궂으면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비가 올 것 같으면 신경통이 도진다고 했는데 내가 딱 그 짝이다. 왼쪽 어깨는 칼로 찌르는 것 같고, 오른쪽 골반은 뒤틀린 느낌이며, 오른쪽 발뒤꿈치는 저릿저릿하다. 허리도 끊어질 것 같고 어깨는 귀신이 밟고 서기라도 한 건지 돌덩어리를 얹어 놓은 것 같다. 총체적 난국이다. 어쩌다가 내 몸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그건 상식이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갈 생각이 없다. 남편은 어깨가 아파 죽겠다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내가 이해 안 되는 눈치다. 솔직히 말하면 나라고 무조건 병원에 가기 싫은 건 아니다. 아니, 사실은 정말 가고 싶다. 하지만 갈 수가 없다. 도무지 믿을 만한 병원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사실 몇 년 전에 정형외과 순례를 했더랬다. 

 시작은 어깨였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점점 잦아지고 심해지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병원을 한번 가 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내가 찾아간 병원은 전철역 앞에 있고 의사가 여럿인 제법 큰 곳이었다. 나를 진료한 의사는 젊고 상냥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큰 모니터 화면에 띄우고 하나하나 짚으며 내 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의사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어깨에 염증 같은 것이 보이긴 하지만 아주 초기 단계이다’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다. 치료 방법을 설명하며 의사는 염증 완화를 위해 어깨에 주사를 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도수 치료와 체외충격파를 받을 것을 권했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두 가지 모두 통증이 심각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나 사용하는 비싼 치료였다. 그래서 내가 “초기인데 굳이 도수 치료나 체외충격파를 받을 필요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의사는 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초기라고 해도 제대로 치료해야 합니다. 사실 초기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심각한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아니, 5분 전만 해도 초기 중의 초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나는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두 치료 모두 오늘은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고집을 부리자 의사는 그럼 오늘은 그냥 주사만 놓을 테니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사 후 따로 처치실에 가서 치료를 좀 받고 가라고 했다. 나는 의사가 말하는 게 물리치료라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주사를 맞고 진료실을 나와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크림동동님, 오늘 진료비 총 14만 원입니다.” 하길래 엑스레이 검사가 포함되어 비싼가 보다 생각하며, “예~”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진료비 내역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사비가 포함되어 14만 원인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검사도 있고요, 도수 치료가 포함되어 그렇습니다.”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도수 치료요? 전 오늘 도수 치료 안 받는 걸로 아는데요?” 했더니, 간호사가 “도수 치료가 처방되어 있는데요?”라고 했다. 나는 거듭, “전 도수 치료받겠다 한 적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완강하게 나오니 그제야 간호사는 꼬리를 내리며, “그럼 도수 치료는 빼 드릴까요?” 했다. 나는 단호하게, “예” 했다. 그랬더니 간호사는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그럼 총 9만 원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도수 치료비는 5만 원이었던 셈이다. 



  이 일로 나는 이 병원과 의사에게 엄청 실망했다. 처음에는 치료도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치 않은 상태라고 하더니, 처방에는 고가의 도수 치료를 내 동의도 없이 집어넣었다는 사실이 괘씸했다. 그런데 저녁에 여동생과 통화를 하고 나서는 더 화가 났다. 의사인 여동생에게 오늘 일을 이야기하며 “그래도 주사는 맞고 왔다 “고 했더니, 여동생이 말하길, 주사액이 실제 약일 수도 있고, 그냥 식염수일 수도 있다는 거였다. 내가 ”뭐어어어? 식염수? “라며 비명을 질렀더니 여동생은 통증 완화를 위해 식염수를 주사하기도 한다면서 허둥지둥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내 기분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제는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서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가 무언가 제대로 된 주사액을 사용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식염수라 하니 단단히 속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날로 이 병원에는 발길을 끊었다.




  얼마 후 손목 통증이 심해졌다. 나는 첫 번째 병원 옆에 새로 개원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이 병원은 의사 한 명이 진료하는 곳이었는데 맘카페에서 평이 괜찮았다. 이 의사 역시 친절했다. 그런데 손목 치료로 또 도수 치료를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번에도 도수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물리치료를 처방해 주었다. 물리치료는 건강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본 진료비만 내면 되었다. 첫 번째 물리치료가 끝난 후 간호사는 치료비를 받으며 다음 예약을 잡아주었다. 2회 차 물리치료부터는 의사를 만날 필요도 없이 바로 물리 치료실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2회 차 치료 후, 나는 간호사에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오면 되나고 물었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말하길, “그런 건 정해져 있지 않고요, 환자분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실 때 치료를 끝내시면 돼요.”라고 했다. 이번에도 뭔가 실망스러웠다. 환자 상태가 괜찮아질 때까지 체크하면서 책임지고 진료해 주는 게 아니라, 환자가 '알아서' 치료를 그만해도 된다고? 설마 그렇진 않겠지만 비싼 치료를 받지 않겠다 해서 성의가 없는 건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총 3회 물리치료를 받은 후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비록 도수 치료를 받지 않았지만 손목은 지금 멀쩡하다. 단지 일을 많이 하면 아프긴 한데, 그건 병원 가기 전에도 똑같았다.




  다시 한 달 정도 후, 오른쪽 발뒤꿈치 통증이 심해졌다. 족저근막염이 아닐까 싶었지만 제대로 진단을 받고 치료하고 싶은 욕심에 다시 병원을 뒤졌다. 이번에는 발 전문이라는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지하철 광고도 하고 방송에도 나간 적이 있는 꽤 규모가 있는 전문 병원이었다. 의사가 내 발을 보더니 발뒤꿈치 패드가 원래 얇은 편인데 그게 많이 닳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체외충격파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속으로 실소가 나왔지만 말했다. 

  “도수 치료나 체외충격파는 받고 싶지 않아요.” 

  그랬더니 의사는 읏음기라고는 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 달라는 겁니까?” 

  기가 막혔다. 도대체 정형외과에는 도수 치료와 체외충격파 말고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 것인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게 의사의 일 아닌가? 의사는 딱딱하기 짝이 없는 어조로 그럼 평소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해 줄 수 있는 발바닥 패드를 처방해 주겠다며 구두나 샌들, 슬리퍼는 신지 말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나왔지만 결국 그 패드조차 사지 않았다. 대신 족저근막염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신는다는 발 뒤꿈치를 잘 잡아준다는 운동화를 샀다.







  그 이후 나는 정형외과에 가지 않는다. 날이 궂거나 추워서 몸이 너무 좋지 않으면 차라리 사우나를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밖에 나가서 허리와 어깨를 펴고 걷는다. 현재까지는 이 방법으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나이가 들수록 몸이 불편한 건 더할 텐데 걱정은 된다. 나도 병원에 가서 속 시원히 치료받고 싶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받고 싶다. 도수 치료와 체외충격파 처방만 남발하는 병원은 사절이다. 어디 제대로 된 정형외과 없나요?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메인에서 올랐는데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