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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an 28. 2023

야속하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글을 쓰느라 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저녁에 먹었던 커피 탓인지 아니면 글쓰기에 너무 집중했던 탓인지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잘 준비하고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으나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눈은 하나도 피곤치 않고 말똥말똥했다. 옆에서는 남편이 곤히 잠들었다는 것을 알리는 숨소리와 코를 고는 소리가 번갈아 가며 들렸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너무 잘 자는 남편이 그 순간 야속했다.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고 하다가 결국에는 거실로 나왔다. 


그 시간 아들은 깨어있었다. 아들의 일상은 요즈음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한 생활 방식 때문에 아들과 얼굴을 대하고 얘기를 나눈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그 아이가 어렸을 때는 평생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다정한 아들로 있어 줄 것만 같았었다. 하지만, 커가면서 자신의 방에서 시간 대부분을 보내고 친구들과만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척이나 섭섭해하곤 했다. 그러한 섭섭했던 감정이 잠을 청하느라 지쳐있는 내 마음 한쪽에서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냈다.     


결국에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을 꼴딱 새웠다.


오늘은 아침 일찍 운전해서 멀리 가야 할 일이 계획되어 있었다. 겨우 커피만 내려서 빵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도 운전하는 동안에는 졸리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운전을 하는 중에 엄마가 전화하셨다. ‘어디야?’ 다짜고짜 ‘어디야’라니. 우리 엄마는 항상 나에게 다그치듯이 얘기하신다. ‘어디야?’라는 말은 어릴 때부터 엄마와 통화할 때면 첫마디로 항상 듣던 말이기 때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오늘 잠을 못 잔 티가 바로 그때 나타났다. ‘뭐라고?’ 나도 퉁명스럽게 응답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 뒤에 할 말은 서로 주고받았지만 좀 더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했다.     


그렇다. 오늘 아침 내내 나를 지배했던 감정은 야속함이었다. 내 상황을 몰라줘서, 내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이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에서 약해지다가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굳이 다시 불러들였다. 나의 이러한 감정은 아마도 내가 피곤해져 있는 틈을 타서 더 솟구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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