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팍하다

나의 한 단어 14-365

by 푸른킴


사람, 물건 등이 겉으로 보기에 매우 튼튼하다

실하다




1.

글자가 그림이라면

이 단어는 푸석거리는 모래들로만 모인 글자 같다.


‘실’이라는 글자는 미세하며 여릿하고
‘팍’이라는 글자는 부서지고 갈라지는 모양이다.
겉을 보면, 여린 것이
속을 보면, 단단한 것이 있다.
겉을 보면, 강한 것이
속을 보면, 푸석한 것이 있다.
겉은 푸석해도 속은 실한 느낌이라는 말이다.


반전이다.

가끔 내 삶도 그러하길.


2.

‘실팍하다’


살아가다 보면

사람도 그렇고, 작은 식물도 그렇고,

큰 나무도 그러할 때가 있다.

껍질을 뚫고 들어가면 견고한 속이 있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다.

은근 꿋꿋한 것이다.


3.

‘실팍하다’


코로나 시절, 한 가족이 함께 격리하거나

가족 한 사람을 위해 여러 사람이 수고해야 하는 일들이 반복되곤 했다.

지금도 어느 병원에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일이 허다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한 사람이 다른 가족을 잘 지탱해 주는 일은

당연하지 않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희생’이다.

그가 그저 ‘실팍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속은 어떨까 싶다.


문득,

사회도 그들에게 실팍한 살 길을

더 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

혹시라도

겉보기에는 대단한 어퍼컷을 날리며

세계를 모두 다 가진 것같이 몸을 움직였어도

속으로는 빈 강정 같은 삶을 사는

‘어리석은 자’가 없지 않은 시대,


실팍한 이들이 이 아픈 세계를

떠받친다. 그들에게 정다이 손을 내밀어주자.

나도 그들처럼

나의 겉은 물론이고

속사람도 잘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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