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큰 눈 내리기 며칠 전 퇴근길에 만난 '개불알풀꽃(북한:봄까치꽃)'입니다. 남도나 중부 이남 양지바른 곳에선 1월에도 보일 정도로(2006년 1월 초 태안 간월도 인근에서 본 적 있음) 봄이련가 싶으면 보이는 아주 흔한 풀꽃입니다.
어른 새끼손톱보다 작게 피는 꽃인데요. 워낙 작게 피는 꽃이라 눈이 많이 내린 며칠 전 출근길, 안부가 궁금해 가봤더니 꽃을 모두 닫아 꽃망울로 눈을 함박 맞았더라고요. 잎들도 눈을 듬북 뒤집어썼고요. 그랬음에도 눈이 녹은 후 다시 가보니 눈으로 인해 작은 잎들이 거뭇거뭇해진 모습이지만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개불알풀꽃은 이즈음 눈을 아래로 두고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풀꽃 중 하나입니다. 눈을 앞으로 두고 걸으니 산수유 꽃망울이 보이더라고요. 입춘 무렵 꽃망울을 부풀리기 시작한 명자나무는 그리 오래지 않아 꽃을 피울 듯 꽃싹과 잎싹이 그새 정말 많이 자랐고요. 4~6월쯤 초롱처럼 생긴 꽃을 피우는 초롱꽃은 어렸을 때 털실 풀어 손뜨개로 떠 달아주시곤 했던 꽃처럼 싹을 틔워 올리고 있고요... 이렇게 또 한 계절 봄이 오는 거지요.
산수유꽃망울. 2014. 3.6. 고양시 원흥동
아직은 겨울 풍경에 가깝지만 봄은 소리 없이 오고 있지요. 몹시도 추워 꼼짝도 하기 싫은 어제(3월 1일) 문득. 1919년 당시 왜 하필 3월 1일을 '그날'로 잡았을까? 어쩌면 이 무렵 날씨가 겨울 같지만, 그래도 봄이 오고 있음을, 언젠가는 끝내 봄이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니었을까?... 그래서 희망을 품기 좋은 때라 3월 1일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써놓고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오늘 낮(3월 7일), 퇴근길에는 우박이 후드득 떨어졌습니다. 봄 햇살 따뜻하게 피어난 후였습니다. 우박이 그치고 다시 따뜻한 초봄 오후 햇빛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일이 참 많았습니다. 5월부터 내내 삶이 어수선했습니다. 결국 12월에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오늘 날씨처럼 변화가 많은 한 해였습니다. 혹시나 안부가 궁금할 분들이 있을까? 나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시시콜콜한듯하나 안부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