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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Sep 24. 2020

학교가 싫은 너희들에게

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학교가 왜 싫을까? 지루한 수업? 친구들과의 서먹한 관계? 휴대폰이 없는 불안감? 의미를 잃어버린 공부? 선생님이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이 정도야. 아마 선생님이 저런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인 것 같아. 가뜩이나 왜 배워야 하는지 의미를 잃어버린 공부를 지루하게 가르치시는 선생님과 꼼짝없이 한 공간에서 50분을 버텨야 한다는 건 숨 막히는 일이었지. 친구들과 다툼이라도 생기면 학교는 그저 지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 같아. 게다가 요즘 같은 세상에 하루 종일 휴대폰 없이 살아야 한다니. 학교가 스스로를 감옥으로 만들고 있어. 

코로나로 너희가 학교에 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에 나오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 조금 놀랐어. 선생님은 너희가 학교를 싫어한다고만 생각했거든. 늦잠 때문에 시작된 어머니의 잔소리, 선생님의 잔소리, 휴대폰을 빼앗기고 갈 곳 잃어버린 손가락. 이런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학교에 오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꿈같을까 생각만 했었어. 그런데 학교가 너희 삶에 에너지와 활력을 주고 있었나 봐. 반가운 선생님이 있는 곳,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 즐거운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이제야 생각하게 되네.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 다행이야

이런 즐거움이 하나 둘 사라진다면 학교에 오기 싫어지겠지. 너희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너희가 직접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할 거고, 우리 반 친구들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다양한 활동으로 휴대폰이 없는 적적함을 덜어줘야겠지? 

학교가 싫은 너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다 보니 교사라는 직업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너희에게 슬쩍 물어보고 싶어 진다. '얘들아 선생님 잘하고 있니?'.'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이 교실이 있을만하니?' 살짝의 강요를 담은 질문을 해봐. :)


아니어도 좋고 대답을 하지 않아도 좋다. 더 열심히 너희를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뜻일 테니. 이 글이 지친 너희의 하루를 가볍게 해주는 편지였으면 좋겠어. 오늘은 학교가 싫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할 수 있는 위로의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얘들아, 오늘 정말로 수고 많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길 바라. 안녕.     


2020.09.24. 너희를 아끼는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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