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바람이 살랑살랑, 나무가 흔들흔들. 선선하니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나를 아프게 하는 나쁜 기억만 있다고 떠올리기 싫었던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잊으려 할수록 자꾸 선명해져서 멀어지려 애썼던 기억들, 온 힘을 다해 떨쳐버리려 했던 시간들인데, 가을 타는지 그 시절이 그립다.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내가 아껴주고 싶은 사람과 모여서 하하호호 왁자지껄 웃음을 나누던 그 순간이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지. 그때는 피하고 싶은 자리였는데 말이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좋은 사람들과 하는 행복한 자리라는 것을. 그저 내 개인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벅찬 시간들이라고만 생각했었어. 나를 아프게 하던 기억들을 이제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되어 기뻐.
삶에서 행복한 기억 하나 늘고,
슬픈 기억 하나가 줄었다.
인생이 참 신기하다. 안 될 것 같았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시간의 힘이야. 시간이 약이라는 말 이제 알 것 같아. 내 마음에 연고를 바른 것처럼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어. 이 상처가 다 아물면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요즘 너희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여린 마음에도 잘 아무는 연고를 발라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이 너희 나이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가 생기곤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상처 받지 않으려고 나를 꽁꽁 숨기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웅크려있기만 했었어. 상처는 흉터를 남기니까 더 상처 받고 싶지 않았어. 할퀴고 뜯긴 상처없는, 티 없이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런데 흉터도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되었어. 그리고 치유된 내 마음은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준다는 걸 알았어.
너희의 상처도 그렇게 지워질 수 있어. 지금 너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들이 당장은 도망치고 피하고 싶은 일일 테지만 한 숨 한 번에 눈 질끈 감고 건너는 강처럼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어. 그러니 숨어 있지말고, 외면하려고 하지도 마. 이 상황과 시간을 마주하도록 해.
지금은 많이 아플 거야.
하지만 아픈 너희의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토닥토닥 위로해주렴. 상처를 알고 마주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치유가 되니까. 너희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건 자기자신 뿐이란다. 오늘 이 이야기를 들은 너희들은 선생님보다 조금 더 빨리 알게된거야. 그리고 앞으로 남은 많은 시간들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은 오늘 추억 속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어야겠다. 그리고 감사를 전해야겠다. 나의 추억에 남아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준 너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구나. 고마워 얘들아. 우리 앞으로 남은 시간, 서로의 추억이 되도록 노력하자. 아끼고 아끼는 나의 제자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잘 가렴.
너희의 추억이 되고픈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