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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Sep 21. 2020

과거의 기억은 보내주자.

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 과거의 일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자 친구는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어. "과거의 너에게 매여있지 마. 현재 네가 가야 할 길을 가."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어. '현재의 나를 괴롭히던 사람이 과거의 나였구나. ' 생각하게 되었지. 그 후로는 마음이 아플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해. 그리곤 안 될 것 같던 일이 이루어지고 있어. 과거의 기억때문에 괴로워 하던 일도 줄어들고, 괴롭더라도 '그땐 그랬지.'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어. 


현재의 나를 살자.



항상 후회 없이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매 순간을 후회하고 있는 거였어. 이루지 못한 것, 뜻대로 안 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매일 곱씹고 있었나 봐.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선생님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독이 되고 있었어. 지나간 일은 내려놓고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할 것 같아. 현재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는 흘려보낼 수 있는 어른이 되야 하는거겠지. 


과거를 보내주는 대신 과거에서 한 가지 배움은 얻기로 다짐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 자존심이라 생각했어. 자존심때문에 싸우는 일이 가장 한심하다여겼지. 이렇게 과거를 보내고 나니 현재의 내가 초라하지 않게 자존심 좀 지켜줄걸 하는 후회가 되네. 과거의 나는 그랬지만 현재의 나는 나를 지키며 살기로 한다. 너무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자존심은 지키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초라하게 느낄만큼 나를 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거야. 


과거의 나에 빠지려 할 때는 눈을 질끈 감아. 그리곤 머릿속으로 생각해. 현재의 나를 살자. 그러면 당장 하려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요즘은 영어공부,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야. 이렇게 말하고 보니 하는 게 참 많네. 욕심쟁이라 취미도 부자인 선생님이야. 


물론 눈을 수 없이 감아도 과거를 떨치지 못하는 날이 있어. 할 일이 산 더미인데 과거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면 온 몸에 기운이 빠져.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아. 비슷한 자극에만 노출되어도 떠오르는 것이 트라우마래. 그런데 선생님이 겪은 일들은 너희들도 이미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아주 사소한 일인데 이렇게 마음에 흔적을 남겼네. 과거의 나를 보내주기로 했으니 트라우마와도 이별하고 싶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하니 피하는 수 밖에. 모든지 부딪치고 깨져도 다시 일어나 부딪치며 살아야 한다고 했던 선생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출처  픽사베이



버릇이야.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하는 것.


늘 너희에게 이야기했지. 자신의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보살펴주라고. 그러지 못하고 흘러간 선생님의 시간이 아직도 너무 아파서 하는 말이었어. 너희는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 컸으면 해. 현재, 지금 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살아. 과거의 기억은 보내주자. 마음 속에서 아픔을 키우지 말자. 그저 '힘들었었구나.', '그땐 그랬었구나.'하며 받아들이고 지나가도록 보내주자. 그리고 기억이 지나간 자리에 현재의 마음을 놓아주자. 지금 우리 마음이 소리치는걸 들어주자.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선생님 마음이 지금 소리치고 있어. 얼른 퇴근하라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줘야겠어. 그럼 빠른 퇴근을 위해 우리 빠르게 종례를 마치자!  너희도 같은 마음이지? 긴글 들어주느라. 고생했어.  잘 가렴.


퇴근이 시급한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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