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안 돼. 싫어. 하지 마.’이런 말하기 어렵지? 선생님도 참 어렵고 난처해.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는‘안 된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어.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편의를 봐주고 도와주려 했었는데 그런 나에게 돌아온 말은 좋게 말해서 착한 선생님, 나쁘게 말하면 만만한 선생님이었어. 존중과 배려에서 나온 나의 행동들이 저렇게 평가받다니 너무 속상했어. 무엇이 문제일까 한참을 고민했어. 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지 못하고 있었어. 항상 수용적이었고, 옳지 않은 일을 잘 못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지. 그래서 조금씩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어. NO라고.
명확한 이유를 들어 NO라고 말하기.
처음부터 쉽진 않았지.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NO라고 하는 걸 어려워했으니까. 난처한 부탁을 들었을 때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어. 그런 억지 부탁을 들어준 후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되는 느낌이었어. 생각해보니 타인의 감정을 배려해 주기 위해 내 감정을 낭비하고 있더라고. 난 왜 타인의 감정을 나보다 더 우선시했을까. 그건 내가 거절했을 때 그 사람이 서운해하거나 나와의 관계가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어. 선생님, 많이 외로웠던거야. 내가 주지 못하는 사랑을 남에게서 받고 싶었나봐.
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무서웠지.
두려움은 꽤 오래갔어. 성인이 되고도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면 반갑고 설렌 후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이 찾아오곤 했어. 이대로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며 살 순 없다고 생각했어. 나에 대한 사랑이 나를 조금씩 변하게 했어. 그 때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어. ‘못 할 것 같아. 미안해.’ 대신 내가 아끼는 사람이라면 해줄 수 있는 것은 주저하지 않고 도와주고, 축하해주고, 들어주었어. 진심은 전해지는 것 같아. 이제는 내 진심을 다해 함께 하고 싶은 사람만 주변에 남아있어.
배려는 함께 하는 거니까.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 NO라고 말하기 어렵지도 않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고 싶다면 너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야. NO라고 말해. 그렇다고 사람들이 너희를 떠나진 않아. 떠난다면 그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거야. 배려는 서로해줘야 하는 것이니 나의 싫음과 곤란항을 상대방이 이해해주는 것도 필요해.
이 상황은 어른들과의 대화에서도 필요해. 어리다는 이유로, 세상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폭언을 일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은 말아. 너희의 생각은 다르다는 걸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해. 꼭 화내라는 말은 아니야. 거절의 표현은 얼마든지 완곡하게 할 수 있어.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해.
선생님이 하는 거절도 너희가 미워서 하는 것이 아니야. 하나라도 더 옳은 길을 가도록 도와주고 싶어 하는 거절이란다. 정해진 규칙을 강조하는 선생님이 답답할때도 있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을 테지만 선생님은 옳은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란다. 선생님의 진심이 너희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 사랑하는 아이들. 안녕.
등교 개학으로 들뜬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