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오랜만에 너희가 등교하니 학교에 활력이 넘친다. 고요하던 학교에 생기가 더해지니 덩달아 선생님도 기운이 나는 것 같아. 너희가 다시 학교에 오면 같이 할 일들을 이것저것 만들어뒀는데 너희에게 유익한 활동이었으면 좋겠어. 유익함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선생님이 더 준비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겠지? 너희를 위한 활동을 만들 때면 너희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일지, 너희가 좋아할지 그리고 선생님이 너희에게 필요한 활동을 만들 건지 여러 걱정이 생겨.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도 그럴 거야. 선생님과 함께하는 활동을 잘 해내고 싶겠지?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 해. 그런데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이나 역량에 따라 잘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아닌 일도 있어. 선생님은 내가 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많이 상심하며 살았던 것 같아. 모든 걸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된 마음이었어.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척척해내고 싶었어. 글을 잘 쓴다는 칭찬과 상을 받아도 만족스럽지 않았어. 난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거든. 체육시간에 하나라도 해내지 못하면 눈물이 났어. 내가 운동신경이 없다는 건 고등학생이 돼서야 알게 되었지. 잘할 수 있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하며 살았으면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을 텐데 아쉬워.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볼 생각이야.
잘 해내지 못하는 일에 너무 실망하지는 마. 어쩌면 그 일이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해낼 수 있는 일일지도 몰라. 우리는 짧은 시간을 들여 큰 결과를 얻길 바라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은 큰 노력을 들여 작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야.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네가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해서 안 되는 일 일 수 있어. 그런데 옆에 친구는 너무 쉽게 잘한다고? 그거에 상심하지도마. 그 친구는 아마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걸 거야.
너희도 이제 그런 일을 찾고 노력하면 돼.
너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자기가 잘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 하지만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너희들이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잘하는 일 찾기야. 살 날이 길어진 세상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찾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언젠가 찾는다면 성공한 인생으로 끝맺을 테니.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부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돼. 선생님과 남은 시간 동안 너희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앞으로 우리에게 100일 남짓한 시간이 남았어. 어떤 일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 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일을 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일 수도 있어. 100일 동안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는 건 아니야. 부족해도 괜찮아. 너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많이 실수하고 보잘것없는 결과를 보여도 괜찮은 시간이야. 남은 100일을 그렇게 보내길 바라. 선생님은 부족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너희를 응원해.
선생님도 어떤 부분을 '잘'하는 선생님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예전처럼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욕심부리지 않고 선생님이 잘하는 부분을 찾아야겠어. 선생님 조금 부족해도 괜찮지?
2020. 09. 23.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