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아무것도 하기 싫고 다 의미 없이 느껴지는 때가 있어. 처리해 달라고 보채는 일을 뒤로하고 내가 왜 이러는지 생각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이내 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까지 던져. 그런데 너희와 대화를 나누다 그런 눈빛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어. 공허하고, 지치고, 자신 없고, 다 포기하고 싶은 눈빛. 그런 너희를 본 날은 머릿속에서 그 눈빛이 떠나질 않아.
마음이 허전한 건 아닐까.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한창 웃음이 많을 나이에 웃지 못하는 건 왜일까.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로 마음을 졸이고 있어. 그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한 가지 일이 떠올라. 지친 너희를 위로해주는 글을 쓰는 일이야. 오늘은 마음 지치고 힘이 빠져버린 너희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야.
누구다 살다가 슬럼프가 올 수 있어.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을 거야.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건지 모를 때가 있지. 어떤 이는 너무 많이 쌓여있는 해야 할 일에 눌려 꼼짝도 할 수 없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 방송을 보다 보면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그런 방송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기보단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나를 미워하게돼. 선생님은 이런 마음이 들 땐 너희가 잠시 쉬어가야 하는 순간이라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어. 어쩌면 나를 봐달라고 너희 마음이 소리치고 있는 거야. 쉼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너희에게 보내는 경고라고나 할까. "난 지쳐.", "난 쉼이 필요해!", "이제 그만하고 싶어!" 마음이 외치고 있어. 지쳐버렸다는 마음에게 또 힘을 내라며 무얼 하라는 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야.
얼어버린 마음에 한 줄기 햇살 같은 쉼이 필요해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업, 실습, 과제, 평가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많이 지칠 거야. 선생님도 잘 안 풀리는 수업과 업무, 일과 사랑, 개인적인 문제들로 마음이 지칠 때가 있어. 우리 그럴 땐 쉬어가도 괜찮아. 하루쯤은 보이지 않는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히 두는 시간을 가져봐. 꼭 무언가를 거창하게 하는 게 쉼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즐거운 일 하나, 기쁜 일 하나 만들어가다 보면 마음도 원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어. 주말 낮의 햇살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울고 웃기, 입에 화하게 퍼지는 커피 향을 느끼기. 선생님이 하고 있는 마음 휴식의 방법이야. 너희도 생활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쉼을 만들어봐.
오늘 너희의 즐거움은 뭐였니? 선생님의 즐거움은 취향저격 급식이었어. 급식을 먹으니 학교일로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내려갔어. 너희에게도 작은 기쁨 하나가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오늘은 실습이 있어 특히나 더 힘든 하루였지? 얼른 돌아가서 우리 마음에 쉼을 주도록 하자.
수고했어. 잘 가.
2020.10.06. 소소한 일상이 행복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