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교사가 된 이후 매년 같은 고민을 반복해. '내가 학급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 '내 수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수업이 교육 목표에 맞게 실천되고 있는지' 이런저런 고민들이야. 올해도 도돌이표처럼 변함없는 고민과 달라지지 않는 점수에 한 숨을 쉬어. 그래서, '난 좋은 교사일까?'. 이 생각에 다다르면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들어. 내가 좋은 교사라는 기준은 누가 만들어 주는 걸까. 사실 내 안에 있는 멋진 교사의 모습이 나이길 바라는 거였다는 생각을 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욕심을 부리는 선생님이야. 성공하고 싶은 선생님의 욕심 때문이겠지.
우리 반이 함께 읽고 있는 책 속에 너희가 적어둔 글귀들을 읽다 보면 미래에 꿈꾸는 멋진 나를 상상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 어른들은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하지만 이제 곧 성인이 되는 너희들에게 허황된 이야기를 하며 희망 고문하고 싶지는 않아.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큰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실패한 사람들일까?
너희는 '성공'이라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해? 부, 명예, 인기, 권력과 같은 것들을 가진 삶일까? 이 모든 것들을 가져야 할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거야. 여기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어.
성공은 우리 마음속에 있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성공의 기준을 마련해 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산다면 그게 바로 성공일 거야. 선생님 친구는 집에서 직접 산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때 성공한 삶이라고 느낀데. 선생님은 회전초밥 집에서 망설임 없이 뻗는 내 손을 볼 때 성공한 기분을 느껴. 성공, 별거 아니지 않니? 선생님이 너무 소박한 기준에 만족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성공이 계속될 때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어. 그래서 너희가 너무 먼 미래에 너무 거창한 계획을 꿈꾸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오늘 이룬 작은 성공에 박수를 보내주자. 그리고 응원해주자. 성공은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그렇게 작은 성공을 하나 둘 거두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더 큰 성공이 찾아올 수 있어. 선생님은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 그래서 힘든 순간도 많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더 많아.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견뎌온 나를 칭찬해주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성공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해. 꿈은 이미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나를 꿈꾸지만 당장 이룰 수 없는 큰 성공이기에 작은 성공부터 하나하나 다져가는 중이야.
성공의 기준은 내가 만드는 거야
오늘 너희가 이룬 성공은 무엇이니? 그일이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성공의 기준은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 오늘 돌아가는 길에는 너희가 오늘 성공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돌아가 봐. 하루를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야.
너희들의 작은 성공을 축하하며 이 글을 마칠게. 수고했어 아이들아. 잘 가렴.
학습지 정리에 성공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