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굴러가는 낙엽만 보아도 웃을 수 있는 건 그 시간을 함께해주는 친구가 있어서지. 너희가 학교에서 친구와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얼마나 너희 삶에 중요한 존재인지는 선생님도 너무 잘 알아.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친구는 너무 소중한 보석 같은 존재야. 친구로 인해 웃을 날만 있다면 참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겠지만 우리 삶의 사이클이 다르니 친구와도 어긋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많지. 우정이 이 상황들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생각에 잠긴다.
우정이라는 거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혹시 내 주변에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외롭지 않아? 선생님은 항상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간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이었어. 그 후론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게 되더라. 난 그저 불평 많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내 얘기를 잘 안 하고 많이 들어주려 노력한 건데 그게 친구에게 벽을 쌓고 있는 것인 줄은 몰랐어. 남녀 사이와 다를 것 없이 '나 너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라는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친구 관계도 신뢰가 쌓이는 거였어.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슬픔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기쁨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믿었던 사람이야.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삐딱해져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곤 생각을 바꾸었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을 때 나는 그 친구의 슬픔을 나누어 받더라도 힘들지 않을 거야. 진실된 마음으로 친구를 축하해 줄 수 있을 때 내 마음도 함께 행복해질 거고. 선생님은 친구가 딱 이 말에 맞는 것 같거든.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이 사실을 깨달은 후에 친구가 더 많아졌어. 진정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지.
물론 슬픔도 나눌 때 두 배가 될 수 도 있어. 그런데 그럴 때는 친구도 나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서로가 힘들 때 서로의 상황을 배려해 줄 수 있는 것도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친구가 슬퍼해서 나도 힘들어질 땐 친구에게 배려를 부탁하자. ‘사실 내가 지금 조금 힘들어. 너도 많이 힘들구나. 우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자.’ 이 정도 말로 충분히 알아줄 수 있는 사이라면 너희는 정말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서로의 감정을 곡해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런데 더 황당하고 어려운 경우는 친구의 기쁨으로 내 슬픔이 두 배가 될 때지. 그런데 이런 감정을 갖는다고 자신을 너무 탓하지는 마. 부러움, 질투 같은 것들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 친구가 나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한다면 우리 가진 자의 덕목으로 조금만 겸손하게 굴자. 친구를 위해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잖아? 뭐 질투가 너무 심하다면 진정 친구라고 부르지 못할 관계일 수도 있으니 찬찬히 생각해보렴.
너희의 가장 소중한 친구는 누구니? 지금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면 조금 쑥스럽고 어색하더라도 ‘고마워’라는 메시지를 보내보는 게 어떨까? 너희의 봄날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존재니까 말이야. 떠오르는 친구가 없다면 선생님한테 보내도 환영이야 하하. 안녕.
2020.06.03. 너희의 행복을 바라는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