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선생님이 한창 임용 공부에 열중할 때였어. 그때 다니고 있던 학원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여러분의 부모님은 새벽부터 일어나 8시간의 근무 후 퇴근하시는 생업을 평생 해오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어. 맞아. 나는 그저 내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어. 그 후론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던 것 같아. 임용 합격을 위해 내가 처절하게 사는 것도 아니었고 비루하게 사는 것도 아니었어.
난 내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어.
작년에 잠시 학교를 떠나 있었어. 아침부터 시작되는 8시간의 근무가 너무 버거웠어. 그래서 쉼을 가져야겠다고 결정했어. 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내가 다시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나는 누구나 하며 사는 8시간의 근무를 버티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올해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알았어. '내 인생에서 8시간의 근무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구나. 그리고 내 인생의 8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겠구나.'
너희의 8시간은 어떻게 채워지고 있니?
선생님은 8시간이 주는 의미를 알게 된 후부터 삶이 더 활기차 지는 것 같아. 무료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일상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너희도 학교에서 보내는 8시간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어.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의미를 잃어버릴 때 학교라는 곳은 너희에게 감옥이 될 테니까. 엄청 큰 의미가 아니어도 좋아. 친구들과 함께여서 즐거운 곳. 좋아하는 과목의 수업이 기대되는 곳. 이 정도라도 될 것 같아.
의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등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가정을 위해 8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의 삶을 생각하면서 너희도 8시간 만은 참고 견딜 수 있었으면 해. 요즘 우리 반 지각생이 부쩍 늘었어. 서로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8시간을 지키고 인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어. 실제 우리는 법으로 정해진 8시간의 의무를 다하고 삶을 이어가. 매일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받은 조금의 돈으로 퇴근 후의 삶을 즐겨. 쳇바퀴 돌리듯 끝이 안 보이는 삶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자란다면 쳇바퀴 안에서 같이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느끼는 날도 올 거야.
학교라는 곳을 갑갑한 굴레처럼 생각하지는 마. 그저 우리의 할 일이고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곳이야. 그래서 오늘 보낸 학교에서의 시간이 너희에게 일상처럼 지나갔으면 좋겠다. 더 힘들지도 힘들여야 하지도 않는 평범한 일상. 늘 너희들의 평안한 마음을 기도하는 선생님이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 잘 가렴.
2020.10.13. 8시간 생존자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