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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Dec 17. 2020

겨울의 시간

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날이 매우 춥다. 차갑게 부는 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얼어붙은 눈에 몸을 다시 움츠린다. 이렇게 춥다는 생각만으로 하루가 간다. 올해가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하루를 허투루보내고 있다. 겨울은 그래서 추운가 보다.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하려고. 가는 시간을 느끼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시간이 가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이 왔어.


어느덧 너희가 열아홉 살이 되는구나. 세월이 참 빠르다 그렇지? 스무 살이 된 너희의 모습은 어떨 거라고 생각했니? 어떤 모습이든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지금 잘 준비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고민도 많이 되고 보이지 않는 길에 답답할 거야. 그런데 인생의 길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단다.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언제나 설레면서도 두렵고 불안한 법이야. 그걸 조금 빨리 깨닫는다면 삶을 사는 게 덜 고될 것 같구나.

철이 덜 든 선생님은 그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단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인생의 진리를 하나하나 깨달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누군가 미리 말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서 너희에게 이 말을 꼭 해주어야겠다 생각했단다. 선생님이 쓰는 일기의 대부분의 내용은 그런 것들이야. 누군가 나에게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것들. 그런 삶에 관한 내용을 너희와 이야기하고 싶어 글을 썼어. 선생님의 노파심으로 시작된 편지가 너희 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궁금하다.


인생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


지난 1년 동안 선생님이 쓴 이야기들이 너희 삶에 좋은 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했던 말이 기억나지 않고 많은 고민에 머리가 복잡할 때는 언제든지 연락하렴. 너희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게. 언제까지나 너희의 선생님으로 남아 인생의 길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

사랑하는 아이들아. 오늘 무엇을 깨달았니. 그게 무엇이든 너희 삶에 좋은 거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 매사에 경험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 곁에 선생님이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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