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깊게 빠진다. 딱 강아지 유형이다. 표정 변화는 별로 없는데 꼬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일에도 똑같다.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주어진 업무에 당연하게 꼬리 치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거다.
실무관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한 1년만 쉬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쉬면서 이직 준비를 하리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입사 한 달 만에 무기계약직의 정년과, 육아휴직 제도, 직원 대출 등 각종 복지제도를 알아보았고, 어떻게 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무엇이든 알면 사랑하게 된다. 나태주 시인도 그러지 않았는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그렇게 나는 나의 업무를 자세히 보았고, 오래 보았고, 사랑에 빠졌다. 심지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브런치에 연재까지 하고 있으니. 사실 내가 쓰는 이 글은 기록과 정보전달이자, 내가 검찰청에 일하고 있다는 자랑이다. 내 남자 친구를 카톡 프로필에 보일 듯 말 듯 올리는 것처럼, 티 나지 않게 몹시 하고 싶은 자랑.
이곳에 글을 올리면서 가장 힘든 건 공개수위이다. 입사 때 나는 보안에 대한 비밀유지의 각서를 작성했다. 출근하면 매일 보안에 대한 쪽지와 교육을 받는다. 우리 회사가 뉴스 댓글에 나오는 것처럼 나쁜 사람들만 있는 조직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도 많고, 각자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한다는 것을 알리고도 싶다. 재미있고 다양한 형사사건 소식과 그 사건들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감정, 조심할 점 등도 적고 싶고,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실무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무기계약직 준비는 어떻게 하는 지 알려주고 싶은데, 자세히 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쓴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삭제를 한다. 유튜브에 검찰방송을 참고하고, 내가 설정한 검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여 대중에게 얼마나 개방되었는지도 살펴본다. 다른 수사관님의 브런치와, 검사내전을 읽고 어느 정도까지 공개되었는지 분석해서 최종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러다 보니 결국 텍스트에 사건은 없고, 감정만 있다.
적어야 할 에피소드가 많다. 편집과 편집과 편집을 거쳐 내 사랑에 대해 함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