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출근을 한다. 회사에서도 매 순간 정신없이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있다. 밀린 업무나 급한 일들로 야근을 하기도 하고, 가끔 정시에 퇴근을 하는 날이면 친구들을 만나 저녁 한 끼 하고 집에 돌아간다.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 좀 하다 보면 어느새 자야 할 시간. 나의 반복되는 일상이자, 크게 다를 바 없을 현대인들의 일상이다. '시간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요새 사람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OECD 34개 국가 중 1위이며 직장인의 8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할 정도로 많은 업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N포 세대, 번아웃 현상, 월요병 등 지금의 사회를 수식하는 단어들을 보면 우리의 삭막한 삶을 느낄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힐링을 위해 우리는 '쉼표'를 찾곤 한다. 매번 쉼 없이 돌아가는 나날들이기에,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조용히 주변과 나 자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의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다시 한번 도약할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삶 중간중간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날 속에 익숙해진 우리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노출되며 치열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한국인들은 '쉼'에 익숙하지 않다. 여행 하나를 가더라도 여행지에 대한 공부와 철저한 계획을 세워 떠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TV도 인터넷도 없어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쉼표' 여행지들이 생겨났을까.
코로나 블루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제한당한 지 어언 11개월.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동료들을 온라인을 통해서만 보게 되고,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약속을 기약한다. 종교 활동은 물론이고, 취미나 운동 등 모든 외부 활동이 차단되면서 강제적인 집콕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비자발적 쉼표'를 얻게 된 것이다.
강제적 집콕으로 바빠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많아야 주 1-2회 정도였던 예전에 비해, 코로나 이후 일 2-3회 식사를 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영화를 보는 등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 몇 달은 괜찮았지만,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며 사회 활동의 결핍이 가정에서의 시간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여느 많은 사람들처럼 심리적 고립감과 불안함 등을 느끼는'코로나 블루'를 겪게 되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활동 중 하나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하면 몸의 활동이 강화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며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정 수준의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가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는 매우 중요하다. 운동과 같이 우리의 심장박동수를 빠르게 뛰게 할 수 있는 신나는 무언가로 기나긴 쉼표로 인한 무기력함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쉼표'는 이걸로 충분하다. 이제 쉼표가 아닌 '느낌표'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강렬하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하고 나서 "진짜 재밌어!!!!"라며 느낌표를 잔뜩 찍어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그런 무언가가 필요하다.
1년에 1-2번씩 가던 해외여행, 주말이면 콧바람 쐬러 가던 교외 드라이브,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며 한 잔 마시던 커피, 종종 가족들과 가던 외식.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그 감사한 일상들이 다시 내게로, 우리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오늘도 하나의 쉼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