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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Nov 16. 2020

켈리 맥고니걸 <스트레스의 힘>

읽고, 기록하기

오랜만에 브런치로 돌아왔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쓰고 지우고를 여러 차례.

욕심 때문에 그런 것으로 진단하고, 마음을 비우고 쓰기로 했다.

읽은 책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기록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움직임의 힘>의 작가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이다.

움직임의 힘을 읽고 난 후부터 매일 3km를 걷기 시작했다.

그 책을 읽으면 걸어야 될 것만 같았다.

다행히 지금도 일주일에 3번은 걷기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실행하면 좋은 습관들을 장착시키는 데, 켈리 맥고니걸의 능력은 뛰어난 것 같다.


갑작스레 스트레스로 다가올 일이 생기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음 한편이 밑 안 닦은 것 마냥 찝찝하고, 불안하고, 두려움이 시도 때도 없이 엄습했다.

적어도 일주일은 이런 마음을 겪어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잊어보고자 나는 회피를 선택했다.

회피의 방법은 유튜브 예능 짤 보기.

영상을 보고 난 후가 문제가 되었다.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걱정과 불안, 두려움의 파도가 내 마음을 휘둘렀다.


그러다 다행스럽게도 누군가에게 들었던 <스트레스의 힘>이 떠올랐다.

이 상황에서 책이 읽힐까 싶지만 책을 읽고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가 없는 가를 알아보고 싶어 졌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초반부터 흥미로웠다.

고된 육체노동이 주된 업무인 청소부에게 실험을 했다.

일종의 사고 전환인 것인데, 한 집단에게는 청소를 위해 움직이는 활동들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집단에게는 특별한 통제가 없었다.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겠는가.

몇 개월 후 이들을 상대로 건강검진을 실시하였다. 놀랍게도 '청소 = 운동'이라는 사고 전환 통제 집단 사람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조절되는 등의 효과를 본 것이다.

이런 결과로 '사고 전환'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

통제하지 않았다면 하기 싫은 일이었을 텐데,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는 말 한마디가 신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자신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이것 참 돈 한 푼 안 드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아닌가.



책을 읽어갈수록 더욱 흥미진진 해졌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사건을 경험하고 난 직 후 아드레날린,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확인해보았다.

나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던지라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내 몸에 한 방울이라고 있다면 신체에 큰 무리가 갈 것이라는 공포가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PTSD를 겪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적게 나온 사람들이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된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고 PTSD로 힘들어하지 않았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은 것은 좋지 않다는 오해가 풀렸다.

오히려 사건 직후 신체는 정직하게 힘듦을 겪어내야만 다시 회복 가능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작가는 말한다.

스트레스는 좋은 것이라고 억지로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에서 출발해서, '이 스트레스가 나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사고방식을 조금만 전환하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으나 상황과 나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새롭다.


대단히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조차 인간은 희망을 찾고 선택을 내리며
의미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을 타고났다.

이 문장을 발견한 것이 정말 반갑고, 의지를 다지게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스트레스가 나에게 의미하는 것에 대해 작가는 가치관과 연결해주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은 무엇인지의 질문에서 시작해서,

나에게 찾아온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의 가치관과 이어주고 내 행동을 결정한다.

스트레스 - 가치관 - 의미 찾기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찾아왔던 스트레스들은 나에게 어떤 것을 남겼는가를 되짚어 보았다.

준비 없이 나선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에게 깨지고 다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만큼 사람들을 유연하게 대할 줄 몰랐을 것이다.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자라온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큰 깨달음을 주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었던 순간들이

'아, 젠장. 스트레스받아'라고 외치던 때이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스트레스받던 시간들이 쓰디썼지만 결국 쓰디쓴 약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스트레스의 힘>을 읽었으니 스트레스라고 불리는 것들에

현명한 프로처럼 대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일에 균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던 시야에서, 긍정적인 면도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하려고 한다.

시야를 확보했다면

나의 가치관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내가 염두에 두는 가치관을 음미하면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대처방법을 생각해보고, 옥시토신을 분비시켜줄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부분이 나의 가장 큰 결심이기도 하다.

나의 고통과 고난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법을 몰랐다. 괜히 짐을 넘겨주는 것 같아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혼자서 끙끙 앓던 나이지만, 책에서 접한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중

사회적 관계 조성과 관련된 부분을 읽으면서 옥시토신의 효과를 알게 되면서 변화하기로 했다.

나 혼자 고민하던 부분들을 내려놓고,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것이다.



최근에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일은 조직검사였다. 암세포인지를 확인하는 검사이다.

엄마와 동생이 암 투병을 했던 나에게는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일단 의심인 상황이라지만 결과를 1주일간 기다려야 했다.

검사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하고 온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무섭고, 두렵고, 불안함들이 복잡 미묘하게 뒤섞여 내 머릿속에 들어앉아 나갈 생각을 않는 것이다.

입맛을 잃었고, 의욕을 잃었다.

그러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고 그대로 해봐야지.

책 내용이 엉터리인지 아닌지 내가 적용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확인해보라는 문장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론 건강이 위협을 받는다면 여러모로 힘들 것이다.

그러나 건강의 위협을 겪어보면서 건강의 소중함과 먹거리와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유한한 시간의 귀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나의 가치관 '긍정적인 영향'과 연결시켜, 이 시간 그리고  이후의 시간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간으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엄마와 동생에게 내 상황을 전해주었다. 나의 힘듦이 전해질까 봐 걱정했으나

말을 하고 나니 가슴을 억누르던 돌덩이가 부서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나에게 해준 결정적인 한 마디가 나를 버티게 해 줬다.

  "아들아, 일주일 후에 엄마가 어떤 중요한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엄마가 두렵고 무서워. "

  "엄마. 지금은 그냥 지금을 살아. 나중은 나중에 살아야지."

이게 어떤 뜻이냐고 물었더니,

아직 모르는 1주일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란다.

이런 현명한 녀석을 봤나.


1주일이 지나고 결과는 다행히 괜찮은 것으로 나왔다. 물론 제거를 위한 시술은 필요한 상태이지만 말이다.

<스트레스의 힘>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줬을까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시소를 타듯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균형 지어 생각해

보려는 힘을 길러준 점을 가장 큰 수확으로 들 수 있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스트레스들이 우리 앞에 예고 없이 튀어나올 것이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이다. 그렇다면 나도 무장을 하고 길을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 덕분에 덜 넘어지고,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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