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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욱 Nov 10. 2023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아마 그 영혼을—혹은 마음의 잔향을—가라앉히고 소멸시키는 일이겠죠. 그림자들이 할 수 없는 작업이에요. 공감이란 진짜 감정을 가진 진짜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중에서


하루 100페이지 정도씩 일주일에 걸쳐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다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에세이들을 읽은 것을 제외하고, ‘노르웨이의 숲’,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이어 세 번째 소설이다. 소설책에는 분명 비문학과 다른 읽기가 있다. 비문학을 읽을 때는 왠지 마음이 바쁘다. 새로 접하는 정보들이 생각을 자극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고, 저자가 말하는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싶어 건너뛰면서 읽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한줄한줄 묘사를 느린 호흡으로 눈에 담으며 읽는다. 읽는 뚜렷한 목표가 없기에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잃고 오롯이 읽기에 매몰될 수 있다. 이때는 전자책 보다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이 좋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한 줄도 놓치지 않고 차분히 읽었음에도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저자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다.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요약해서 그 내용을 전달할 수가 없다. 단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느낌이 내 안에 만들어졌고, 그것이 작가가 자주 쓰는 말처럼 ‘실감’될 뿐이다. 세상 모든 일이 항상 또렷하게 설명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 경험이 어렴풋한 느낌으로 남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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